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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아들·딸 압박 수사 … 검찰 역풍 불까 고심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취재진이 긴장된 표정으로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3일 오전 10시쯤 임채진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에 나왔다. 오전 11시부터 열린 회의에는 문성우 차장과 이인규 중수부장 등 15명의 대검 간부들이 참석했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검찰이라고 해서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매일같이 해 오던 수사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조 대변인은 홍 기획관을 대신해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모두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도 연기됐다.

검찰의 공식 입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3시간여 뒤에야 나왔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임채진 총장의 ‘상심(傷心)’이 반영됐다고 조은석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번 수사팀이 노 전 대통령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건넨 64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몰랐던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진실 게임 양상이 되자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자백을 받아내는 방향으로 수사 전략을 짠 것 같다. 중수부는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며 궁지에 몰았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기까지 아들 건호씨는 다섯 차례나 검찰에 불려 왔고, 권양숙 여사도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에겐 망신스러운 일부 수사 상황도 흘러나왔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2006년 회갑 때 박연차 전 회장에게 1억원짜리 피아제 시계 두 개를 선물받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권양숙 여사가 시계를 집 부근에 버렸다”는 진술 내용이 새어 나온 것이다.

수사팀은 또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에 16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사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노 전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정연씨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계약서 원본을 찢어버렸다”는 설명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 후폭풍을 우려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병처리 결정 지연 놓고도 구설수
지난달 30일 소환된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가 20일 넘게 늦어진 것에 대한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인 만큼 신중한 결정을 해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늘어지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사라졌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을 예우했다면 소환 조사를 한 뒤 증거가 확보된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사법처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임 총장이 불구속 기소 의견을 가졌다’거나, ‘수사팀과 이견이 있다’는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신속한 결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고강도 압박 수사로 ‘완승’을 거두려던 검찰의 기대는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물거품이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백을 받아내려는 압박이 결국 ‘망신주기’ 수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팀이 열의를 갖고 수사를 한 것은 인정받아야 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적절했는지,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도 20일 이상 신병 처리 결정을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할 것 같다.




김승현·이철재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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