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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가서는 안 되는데…” 주민, 노사모 회원들 눈물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은 23일 오후 6시30분쯤 리무진 운구차에 실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도착해 마을회관에 마련된 빈소에 안치됐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천천히 마을로 들어서자 길가에 늘어선 조문객과 마을 주민, 노사모 회원 등 1500여 명(경찰추산)은 눈물을 훔쳤다. 한 노사모 회원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우리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환 비서실장 등이 버스에서 관을 내려 걸어가자 흰 상복을 입은 딸 정연씨와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아들 건호씨가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운데 줄 왼쪽)와 딸 정연(가운데 줄 오른쪽)씨가 23일 양산 부산대 병원 영안실에서 나오는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부산=김태성 기자


주민들은 마을 회관 앞 주차장에 천막 30여 개, 식탁 100여 개를 갖다 놓고 조문객을 맞고 있다. 일부 흥분한 주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명의의 화환이 빈소에 도착하자 화환을 짓밟고 불태웠다. 사저부터 이어지는 도로 옆 난간을 따라 노란색 리본이 매달려 있다. 이에 앞서 최철국 민주당 국회의원,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씨,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허성무 민원제도개혁 비서관 등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비서관·행정관들이 속속 봉하마을에 도착해 장례 준비에 들어갔다.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마을회관에서 진혼곡 흘러 나와
봉하마을은 23일 오후 10시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시신이 도착한 직후인 오후 7시부터 빈소가 있는 마을회관에서 염을 마친 뒤 9시쯤 입관을 끝냈다.
흰 상복을 입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와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아들 건호씨가 먼저 분향을 했고 노무현 정부의 인사들도 뒤따라 분향을 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장례를 국민장으로 할지, 가족장으로 할지와 장례 일정이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해 장례를 치를 방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봉하마을은 오전 10시부터 마을회관에서 공동 스피커를 통해 진혼곡이 흘러나왔다. 마을의 가게와 노점상들도 일제히 철시했다. 사저 주변에 몰린 주민들은 진혼곡이 흘러나오자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은 관광객 30∼40명도 서거 소식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부산에서 온 강정호(50)씨는 “귀향한 첫 대통령이 대통령의 바람직한 퇴임문화를 만들어 주기를 바랐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검찰과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며 불만을 쏟아냈고, 사저 앞에서의 취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일부 카메라 기자들은 사저 앞쪽에서 물러나 먼 거리에서 취재해야 했다. 마을 주민 김모(45)씨는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언론과 검찰이 대통령을 죽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주민은 언론사 차량을 발로 차며 “나가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주민은 “친형인 건평씨가 주변 관리를 잘못해 동생인 대통령을 죽음까지 몰고 갔다”며 “귀향한 노 전 대통령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가난한 봉하마을을 발전시키려 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취재진과 관광객이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몰려들자 오전 11시 사저 입구로 향하는 도로를 통제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 분향소를 경찰 차량이 둘러싼 가운데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봉하마을에 추모객 발길
오전 11시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공식 발표한 뒤 봉하마을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봉하마을 주민들은 오후 1시쯤 분향소 설치에 필요한 텐트를 치려고 마을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마을 입구에 있는 노사모 자원봉사센터에도 전국의 노사모 회원들이 속속 도착했고, 일부 회원과 관광객은 센터에서 상영된 노 전 대통령의 영상물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거나 목놓아 울기도 했다. 센터 내 보드(판)에는 ‘노짱님 고이 잠드소서’란 글과 함께 ‘현재 장례 문제를 협의 중이며 오후 3시께 공지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노사모 회원들은 “검찰이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를 벌여 노 전 대통령을 서거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국 25개 사찰에 분향소 설치
대한불교 조계종은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전국 주요 사찰에 설치하기로 했다.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지시에 따라 분향소가 마련되는 절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포함해 해인사·통도사·송광사·수덕사·월정사 등 25곳이다.

조계종은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조계사에서 봉행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24일 오후엔 총무원 집행부 스님들이 모여 불교계의 향후 애도행사 등을 논의할 긴급 종무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천주교 세례를 받았지만 해인사를 몇 차례 방문했으며, 2003년에는 조계종 종정인 법전 스님이 권양숙 여사에게 ‘대덕화(大德花)’라는 법명을 내렸을 정도로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관 총무원장이 빈소가 차려질 봉하마을과 가까운 양산 통도사의 주지 정우 스님에게 봉하마을의 상황을 각별히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개성고(옛 부산상고)에도 분향소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개성고(옛 부산상고) 총동창회는 부산시 서면 장학회관 6층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총동창회 이세원 고문은 “정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과 고3 때 같은 반 옆자리에 앉았다는 정연현 동창회 상임 부회장은 “국민은 좋은 지도자를 잃었고,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친구를 잃어 너무 슬프다”며 “대통령까지 지냈는데 저렇게 가셔서는 안 되는데 …”라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 부회장은 또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나 하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개성고 조재상 교장은 “학생들이 대통령을 지낸 선배가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이정봉·김진경·정선언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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