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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영화 속에서 빛날 ‘밤의 도시’를 만들자

취미가 뭐예요? 혹시 영화 자주 보시나요? 많은 사람이 내게 묻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다. 아마도 현대인이 가장 편하게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삶을 잠깐이나마 벗어나게 해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데려가 준다. 또한 동시대 세계인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 상징 메시지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나 역시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대한민국 대표극장들을 여러 개 설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이 나를 잠시 로마로 데려다 주었다. 아름다운 빛의 조각들이 내내 마음에 남아 근사한 여행을 한 것처럼 한 주가 즐거웠다. 영화는 화제가 되었던 추리소설가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를 영상으로 옮긴 것인데, 줄거리보다 배경 공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저녁노을부터 자정까지 펼쳐지는 스크린 속에서 시대를 뛰어넘어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로마의 유명한 건축물들이 도시의 빛과 함께 긴장감 있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관객들은 로마의 예술 작품과 건축물·터널·묘지 등 명소들을 각자의 나라에서 관광했으니 좋았을 것이다. 더욱이 줄거리상 야간에 펼쳐지던 판테온, 델포폴로 성당, 아름다운 베르니니 조각상, 성 피에트로 대성당, 천사상들이 빛으로 그려진 모습들은 주간과는 또 다른 입체적 모습으로 영화 줄거리를 압도하며 펼쳐지고 있었다.

진부해진 로마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새롭게 탄생되는 순간들이었다. 잘 정리된 로마의 야경은 빛을 통한 심리적 상징과 멋진 설렘을 영화 상영 내내 보여주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큰 문화홍보대사의 역할을 한 것일까.

영화는 20세기를 통해 새롭게 발전된 예술 형식으로서 건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시간과 공간 속 이미지들의 재현이 관찰자의 공간적 이동에 의한 동적 시각의 개념에 중요한 관점이 되는 것이다. 물론 건축과 영화 모두 대상물을 인지하는 시지각의 관점에서 관계를 갖는 빛의 예술이기도 하다. 영화 속의 ‘신’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찍은 영화 구성의 최소 단위들이 모여 만들어진 장면을, ‘시퀀스’는 연속적인 장면을, 그리고 ‘프레임’은 화면의 경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두 건축적인 공간의 경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여기에 시간 개념이 들어가 동적 시각, 즉 4차원 공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영상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는 다양한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메시지 역할을 한다. 또 다른 개념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요즈음 많은 도시가 야간 경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분별하거나 고만고만한 야간 경관 계획이 아니다. 바로 각 지역의 역사나 인문학적 배경, 조형적 특징을 통한 차별화된 디자인의 수립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서의 빛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의 빛과 이벤트의 빛을 이야기로 만들어 자연스러운 조형예술로 표현한다면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류 영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즈음, 영화 장면 속에 담겨 있는 도시의 낭만 야경들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감동으로 만들어가는 것 역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부분이다. 문화는 오늘날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아닌가. 파리 야경의 상징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지는 영화 주인공들의 그림 같은 프러포즈를 보고 그곳을 찾는 관광객 수가 배로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우리의 고궁과 새로 만들어질 여러 녹지 축의 문화 공원들이 충무로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이 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근사한 순간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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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