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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신장, 정치 개혁 공헌 오래 기억될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봉하마을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서거했다. 시민들이 서울역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지지자들은 말을 잃고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홈페이지는 방문자들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서울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추모 행사를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충격에 빠진 노사모
노사모 홈페이지(www.nosamo.org)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이 알려지자 검은색 배경 화면에 ‘근조(謹弔)’라는 글씨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띄워 놓았다. 노사모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었다. 노혜경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배우 문성근씨도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www.knowhow.or.kr)’에서 비통함을 나타냈다. 이 게시판에는 오후 4시40분까지 4000여 건의 추모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이 몰려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분에 5~10건 정도의 글이 올라왔다. ‘믿어지지 않습니다(ID: najung)’ ‘가슴을 치며 통곡합니다(멋)’ ‘눈물이 납니다(중용의미학)’ 같이 애통함을 드러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현 정권과 검찰,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무리한 검찰 수사와 이에 관한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마부하이’라는 ID의 한 네티즌은 게시판에서 “검찰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확정도 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뜨렸다”고 적었다. ID가 ‘앵두키위’인 네티즌도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현 정부와 검찰이다. 반성 또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경찰과 몸싸움도
이날 서울 시청 건너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간이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날 오후 4시쯤 이 분향소를 설치한 이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 등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논객들로 알려졌다. 분향소 설치에 참가한 한 20대 남성은 “집회를 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분향을 하기 위한 것”이라 고 말했다. 분향소 설치 후 시민 100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아 흰 국화를 헌화했다. 이들은 가슴에 ‘근조’라고 쓰인 검은 리본을 단 채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분향소를 지켰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찾아온 시민들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회사원 오범호(31)씨는 “노사모 회원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돌아가신 게 허망해서 나왔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직자 박정권(27)씨도 “순수하게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마음에서 나왔다. 경찰과 시민의 마찰 없이 행사가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폭력적인 사태로 번질 것 같지 않다”며 분향소 설치를 허락했던 경찰이 오후 6시부터 분향소 주변을 전경 버스 등으로 막으면서 추모객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신두호 경비부장은 “신고되지 않은 집회는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지난해의 촛불 시위와 같은 일이 재현되어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모 행사가 불법 집회로 번지는 것에 대비해 서울 시청 주변에 9개 중대를 투입했다. 특히 전경 버스 30여 대로 시청 앞 광장 주변과 시청역 입구 등을 막아놓았다. 대전 지역에서도 노사모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대전 지역 노사모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대전역 광장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 “애도” 한 목소리
시민단체들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은 일부 허물에도 불구하고 인권 신장·민주주의·정치 개혁을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시민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공을 기렸다. “국민들은 고인이 생전에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정치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건 검찰 조사 때문”이라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 만큼 검찰이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인의 서거는 현 정권의 정치 보복에 죽음으로 항의한 것이란 점에서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도 애도 대열에 합류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한국 정치사에 이바지한 측면을 평가받기도 전에 이렇게 참담한 결과가 발생해 안타깝다.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고 각자의 삶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선진화개혁추진회의는 “재임 기간 중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실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노 전 대통령이 최근의 현상에 실망과 분노를 못 이긴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실적 올리기식 수사 방법과 언론 플레이는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연합의 변철환 대변인은 “워낙 비극적인 일이라 말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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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