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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영재’를 키워야 ‘큰 인물’이 나온다

아산 강당골의 관선재(觀善齋)는 외암 선생이 후학을 기르던 곳이다.[순천향대 제공]
#1. 외암마을 이간 선생의 가문에선 4대에 걸쳐 연이어 진사·생원시험 합격자가 배출됐다. 진사·생원시험은 관료 등용문인 문과 시험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한 것으로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 조선 전 시대를 걸쳐 아산에서 170명이 붙었을 뿐이다. 가문에 독특한 ‘영재’ 양육법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순천향대 ‘미래형 인문영재학의 정립 모색’ 학술모임

#2. 조선시대 세자가 책봉되면 제왕학 강의를 위해 시강원(侍講院)이 설치된다. 학덕이 높은 신하들이 돌아가며 고전과 역사를 강의했다. 또 일상 생활부터 국가 공적 행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유교 행사에 참여해 현장 학습을 받도록 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수학·과학 및 예술 분야가 전부다. 그러나 현대의 복잡다단한 문제해결을 위해선 총체적이고 성숙한 문제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종합적 사고력 및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선도할 창조적인 인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른바 ‘인문 영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순천향대 인문과학연구소(소장 김기승 교수)가 14일 ‘미래형 인문영재학의 정립 모색’을 주제로 학술모임을 갖는다. 김기승 소장은 “영재교육은 한 인간의 잠재역량을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 국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러나 수학·과학 영재에 편향돼 종합적이고 통섭적인 인문학 전통이 살아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동서양 지성사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영재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곳에 외암집의 목각판이 보관돼 있다.[순천향대 제공]
◆‘인문 영재’란= “분석과 정확성만을 강조하는 과학 영재만이 아니라, 깊이있게 생각하고 사고 확장 능력을 갖춰 다양성을 꿰뚫는 이치를 발견할 수 있는 인문 영재가 필요하다.”(숙명여대 송인섭 교수·한국영재교육학회장) 인문 영재는 영재들의 일반적 특징인 종합적 사고능력 외에 인문 분야 즉 어휘력·문예창작·토론·자기성찰력 등 문(文)·사(史)·철( 哲)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즉 인문적 창의성을 지녀야 한다.



인문적 창의성은 인문학 영역에서 나타나는 창의적 결과물 외에도 정서적·도덕적·윤리적 영역에서의 창의적인 사고의 표현 및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수용하며 자신을 사랑하게 하여 삶에 만족을 느끼게 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문제 등에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푼다. 인문적 창의성은 개인 삶의 만족뿐만 아니라,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며 미래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요소다.(이경숙 호서대 강사)



◆동서양의 인문 영재= 르네상스 시기의 지식인들은 모든 인간의 개성과 자아의식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인간의 덕성과 능력 개발을 중요하게 여겼다.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전인적 천재들이었다. 인간 개인의 모든 능력을 남김없이 최대한 발휘해, 인간의 가치를 드높이려는 것이 시대적 과제였기 때문이다.



공자는 진정한 인간다움을 구현한 이상적 인간을 군자(君子)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인간형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노자는 자연과 합일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왕실 교육은 광범위한 인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통치자를 이상적인 군주로 키우는데 목표를 뒀다. 그러나 실제 교육 효과는 피교육자의 인성 및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세종·정조 등이 왕실교육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라면 연산군은 실패한 사례다. 양반가의 인물 교육은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격자에 맞춰져 있었다.



최근 번역본이 나와 눈길을 끈다.[순천향대 제공]
◆과학과 인문학의 교류= 순천향대 정치봉 교수(수학)는 “수학과 인문학의 학문적 교류 필요성이 일부 학자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다”며 “원래 수학과 인문학 교육의 기초가 같은 시기가 있었다. 과학과 인문학의 분리는 17세기 뉴턴의 과학혁명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학·과학과 인문학이 가까워지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학술적·문화적 ‘비대칭성’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비대칭성은 사회의 학문적 요구, 생산과 소비, 지식의 특성 등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갖는다.



수학과 인문학이라는 두 문화가 다시 접촉하고 교류하고 공유하려면, 훗설이 지적했듯 두 문화가 함께 했던 문화의 원형을 들여다 봐야 한다. 두 문화의 교류는 각 문화의 생산 주체가 상대방의 문화를 소비하고 참여해야 진정한 결합이 이루어진다. 서로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더라도 상대방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껴야 한다.



◆인문 영재 교육 프로그램= 구체적 교육 프로그램은 가능할까. 창의적 문제 해결력 및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인문적 가치를 포함하는 인문 영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인문 정신을 바탕으로 영재성을 발현케 하는 프로그램이다. 인문 영재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 및 운영 방안을 설계해 인문 영재학이 미래 사회를 선도하며 창발적 인간학으로 자리할 수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천향대 인문과학연구소는 인문영재 교육 정립이 위기를 맞은 인문학의 부활과 확산에 꼭 필요한 주제로 인식하고, 장기적이고 실천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한필 기자



인문과학연구소 김기승 소장



-‘인문 영재’가 왜 필요한가.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의 영재교육은 너무 과학에 치우쳐 있다. 통섭(統攝)의 시대다. 학문의 경계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영재가 길러져야 한다. 인문학도 자연과학·사회과학·예술과 소통하고 융화돼야 한다.”



- 인문학이 그간 인식 못 했던 분야인가.



“인문학에선 영재교육이 엘리트주의적이라며 애써 외면했던 측면이 있다. 영재교육이 소수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탓도 있다. 영재 교육은 영재 발견보다 영재성 계발에 집중돼야 한다.”



-구체적 인문 영재 연구 계획은.



“우선 인문 영재학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DB를 바탕으로 동서양의 인문 영재 및 타학문 분야 영재들을 특징별로 분류하여 정리할 생각이다. 인문학·수학·과학·음악·미술 등의 제반 분야를 중심으로 영재가 지녀야 할 인문 정신의 요소도 추려낼 것이다. ”



- 향후 계획은.



“미국·중국·싱가포르 등의 대표적 인문 영재 교육 기관과 자료 교환과 함께 공동 학술회의를 열려고 한다. 인문 영재학의 국제적 비교 연구를 통해 인문 영재 교육 프로그램의 콘텐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구체적 사업으론 인문영재 교육 서적을 출판하고 아산에서 영재 캠프도 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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