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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쌍둥이형제 명문대 합격 뒷얘기

제주도 출신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명문대에 합격했다. 올해 제주 대기고를 졸업한 안오산(19·고려대 기계공학과 1)·용산(19·서울대 바이오시스템조경학과 1) 형제가 그 주인공. 이들은 “쌍둥이로 자라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했고, 힘들 때는 서로를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서로를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이자 가장 포근한 버팀목”이라고 표현하는 쌍둥이 형제의 명문대 합격 ‘뒷얘기’를 소개한다.


공부 스트레스 안 준 부모

누나만 네 명. 큰누나(30·초등 교사)와는 열한 살 차이. 형제가 태어났을 때 동네 잔치를 치렀을 만큼 두 아들의 탄생은 ‘경사’였다. 그러나 초등학교 부부 교사였던 부모는 아들들에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절대 주지 않기로 했다. ‘공부는 하라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압박감은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묻어난 ‘다짐’ 때문이었다.

쌍둥이는 제주 인화초등학교 재학 시절 배구부 선수로 뛰었다. 형 오산군은 주장을 맡기도 했다. 이들은 그때 ‘집중’을 배웠다고 한다. 매일 오후 운동을 하다 보니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지 않으면 수업 내용을 좇아갈 수 없었다. 자연히 수업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그 시간만큼은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산군은 “부모님이 공부 얘기를 하지 않으니 오히려 우리가 알아서 더 해야 할 것 같았다”며 “집중력이 향상되니 수업 시간만 충실히 해도 성적이 잘 나왔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경쟁

이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배구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동생 용산군의 성적이 예사롭지 않았다. 1학년 1학기말 고사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한 것. 형 오산군은 “같이 공부를 하고 같은 시간에 자는 데, 동생 성적이 더 좋으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털어놨다.

오산군은 독하게 마음먹었다. 1학기 때는 시험 일주일 전 공부를 시작했지만, 2학기 중간고사부터는 2주일 전 먼저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도 남몰래 문제집을 풀었다. 결국 2학기말 고사에서는 동생을 제치고 전교 1등 자리에 올랐다.

“얘는 경쟁심 같은 건 없었을 걸요?” 오산군이 용산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산군은 “난 오기도 없냐”고 반문한다. “1등 자리를 빼앗긴 뒤 형이 잠자리에 든 걸 확인하고는 거실에 나와 한 시간 정도 더 공부했다”고 고백했다. 엎치락뒤치락의 연속이었다. 1학기 때는 용산군이, 2학기 때는 오산군이 전교 1등 자리를 나눠 차지했던 것. “경쟁자가 옆자리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신경 쓰여서 몇 배는 열심히 하게 된다니까요.” 둘은 환하게 웃었다.

위안과 격려, 그리고 채찍질

중학교 시절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들에게 시련이 닥쳤다. 비평준화 고교에 진학하다 보니 성적은 급락했다. 전교 20등 안에도 들지 못한 것.

1학년 겨울방학 때 둘은 새로운 결심을 했다. 공부 시간을 늘리기로 하고, 자연계 주요 과목인 수학부터 완성하기로 했다. 오산군은 2학년 때만 『수학의 정석』Ⅰ·Ⅱ와 심화 미적분을 다섯 번 이상 봤다고 한다. 2학년 중반 동생 용산군이 슬럼프를 겪자 오산군은 자신이 풀었던 수학 문제집을 던져 주고는 “9월 모의고사까지 이 문제집을 다 풀지 않으면 넌 내 동생도 아니다”며 혼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고3 수험 생활을 하면서는 언어와 외국어영역 인터넷 강의(EBS)를 듣고, 서로 좋은 강좌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형은 외국어 영역이, 저는 언어 영역이 취약했어요. 시험에 출제될 것 같은 문제를 골라 서로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 주면서 실력을 키워 나갔죠.” 용산군의 말처럼 쌍둥이 형제는 수험 생활 내내 최고의 동반자였다. 결국 전교 3~4등까지 성적이 올랐고, ‘쌍둥이 명문대 합격’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인공지능 로봇 개발자가 꿈인 형 오산군과 대체에너지·신소재 개발이 목표인 동생 용산군. 최종 목표는 태양열로 움직이는 신소재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나보단 둘이 낫겠죠? 20년 뒤 쌍둥이가 만든 신소재 로봇을 만날 수 있도록 함께 열심히 해 나갈 겁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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