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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150돌…물리학자·신부의 ‘열린 대화’ <상>

“이 우주에는 신의 섭리가 있어. 나는 창조론자야”



“성경의 천지창조, 진화론의 빅뱅은 공존할 수 있다”
장회익 교수 “흙으로 인간 빚었다는 창세기 내용 문자만 붙들지 말고 본질 헤아려야”
차동엽 신부 “하느님은 빅뱅 이전부터 계신 분…진화론 속에도 창조의 손길 있다”

“그건 비논리적이야. 나는 과학을 믿지. 그래서 진화론자야.”



많은 이에게 ‘진화론’과 ‘창조론’은 양자택일의 대상이다. 마주보며 달리는 끝없는 철로다. 그래서 ‘접점’이 보이질 않는다. 올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 진화론의 고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본지는 기획대담 ‘창조론 대 진화론’을 마련했다.



명동성당 마당을 거닐던 장회익 교수(右)가 “과학자들은 이 우주에 놀라운 질서가 있음을 느낀다”고 말하자 차동엽 신부는 “ 신학적 용어로는 그걸 ‘초월성’이라고 부른다”고 답했다. [김성룡 기자]


물리학계의 거두 장회익(71) 서울대 명예교수와 가톨릭의 스타 논객인 차동엽(51) 신부를 초청했다. 장 교수는 한때 크리스천이었고, 차 신부는 한때 공학도였다. 이들에게 물었다. 2009년의 종교(창조론)와 과학(진화론)은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나.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의 가톨릭회관에서 진행한 대담에선 파격과 관통, 그리고 고개 끄덕임의 숨결이 수시로 오갔다. 우리가 알던 ‘상식’은 곳곳에서 깨졌다.  



◆신이 인간을 빚었나



성경은 창세기 1장 27절에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God created man in his image)’고 했다. 반면 진화론자들은 빅뱅 이후 지구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나왔다고 본다. 창조론과 진화론은 출발역부터 갈린다. 과연 성경 속 창세기 편을 양쪽은 어떻게 볼까. 



▶장 교수=우주 안에서 인간이 존재하게 된 것은 놀라운 신비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을 통해서 이 ‘신비’를 파악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중요한 단서가 진화론에서 나온다. 그럼 성경을 기술할 당시는 어땠을까.



▶차 신부=그들은 어떻게 봤나.



▶장 교수=피카소의 그림을 보라. 사람 얼굴을 실제와 달리 찌그러뜨렸다. 왜 그런가. 피카소는 사실을 그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적 직관을 그린 거다. 성경도 마찬가지다. ‘나는 누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종교적 직관을 기록한 거다. 그게 창세기의 내용이다. 그런데 피카소의 그림을 실제 얼굴의 사진이라 해석하고, 거기서 얼굴 모습만 찾으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작품성을 놓치게 된다. 성경도 마찬가지다. 성경의 표면적인 문자만 붙들면 성경에 담긴 진수를 놓치게 된다. 결국 본질은 놓치고 껍질만 붙드는 셈이다.



▶차 신부=그건 정확한 이해다. 성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기록됐는지를 알면 쉬워진다. 성경은 창세기가 아니라 출애굽기(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이집트를 탈출하는 편)부터 씌어졌다. 해방 사건이 먼저 있었고, 이 엄청난 기적을 통해서 하느님을 깨닫게 된 거다. ‘그 누군가가 누구냐?’ ‘그가 하늘과 땅을 지어낸 분이다’란 인식과 함께 성경을 기술한 것이다.  



◆신의 창조-어떤 방식인가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장 교수의 ‘피카소 이야기’에 공감하는가를 물었다.  



▶차 신부=공감한다.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3차원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하느님은 3차원 너머에 계신 초월적인 존재다. 그러니 하느님의 창조는 3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4차원이나 5차원, 아니면 6차원 너머에서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실제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다’는 이해 방식은 3차원적 사고에 갇힌 거다. 그런 생각은 신앙적으로 더 큰 잘못이다. 초월적 존재의 하느님을 인간의 3차원적 사고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그걸 떠나 계신 분이다.



▶장 교수=차 신부의 얘기를 들으니 가톨릭을 다시 보게 된다. 



◆과학과 종교-친구인가, 적인가



▶차 신부=가톨릭은 중세 때 과학을 박해했다. 과학자들은 당시의 절대믿음이었던 천동설(天動說)에 반하는 지동설(地動說)을 들고 나왔다. 가톨릭은 이들을 이단으로 몰았다. 나중에 지동설이 맞다고 밝혀지자 가톨릭은 엄청난 쇼크를 먹었다. 과학의 결론을 섣불리 예단하면 큰 망신을 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게 2000년 역사를 가진 가톨릭의 몸속에 ‘소중한 체험’으로 박혀 있다. 그걸 통해 과학을 존중하는 눈이 열린 거다.



▶장 교수=상대적으로 개신교는 개교회 중심적이고, 덩치가 작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이진 못하더라. 가톨릭이 지동설을 받아들인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차 신부=지동설을 수용하면서 우리(가톨릭)의 우주는 더 넓어졌다. 하느님의 초월성을 설명하기도 더 쉬워졌다. 천동설을 고집할 때는 안 풀리고, 답답한 게 많았다.



▶장 교수=진화론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차 신부=지금 가진 생물학적·물리학적 데이터로는 진화론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이걸 아니라고 하면 객관적인 접근법이 아니다. 진리를 향하는 태도가 아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진화론을 인정했다.



▶장 교수=생명 이해의 기본적인 틀은 진화론이다. 진화론을 외면하면 생명에 대한 이해를 차단하게 된다. 그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생명을 잘못 알면 모든 게 틀어진다. 눈에 보이는 것만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깊이 있는 생명 이해가 어려워진다. 시간적인 차원, 역사적인 차원의 생명 이해가 중요하다. 



◆빅뱅과 천지창조-공존이 가능한가



성경에는 천지창조에 7일이 걸렸다고 기록돼 있다. 마지막 날은 하느님(하나님)도 일을 마치고 쉬셨다고 했다. 반면 과학자들은 빅뱅으로 인해 이 우주가 생겼다고 한다.



▶차 신부=빅뱅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 우주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신이 없다고 한다. 그게 아니다. 하느님은 빅뱅 이전부터 계신 분이다. 또 천지창조에 24시간씩, 실제 7일이 걸렸다고 믿는 기독교인도 있다. 성경 해석 방법이 미숙한 거다. 그건 은유적 표현이다. 창조론과 진화론은 대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화론 속에도 창조의 손길이 있다고 본다.



▶장 교수=과학자들은 정말 이 우주에 엄청나고 놀라운 질서가 있음을 느낀다. 그건 알아나갈수록 더 높아지고, 더 심오해진다. 그래서 궁극적 결과에 대해 미리 단정짓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계속 찾아갈 뿐이다. 성경에 ‘내 형상을 함부로 만들지 말라’는 게 이 뜻이 아닌가 싶다. 우주는 계속 변화하고, 무언가를 향해 나가고 있다.



▶차 신부=굉장히 중요한 말씀이다. 그걸 철학적·신학적 용어로 ‘초월성’이라고 한다. 점점 더 새로운 것이 열린다는 거다. 그래서 과거의 것을 자기 스스로 파괴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느님(하나님)의 형상-사람처럼 생겼나.



▶장 교수=많은 기독교인이 하느님은 사람처럼 생겼다고 본다. 창세기의 성경 구절 때문이다. 어찌 보나.



▶차 신부=성경에서 그 구절을 히브리어로 찾아본 적이 있다. ‘형상’이란 말의 히브리어 원어는 ‘셀렘(Selem, 영어로는 Image)’이다. ‘셀렘’은 ‘본질·속성’이 닮았을 때 사용된다. 반면 겉모양만 붕어빵처럼 똑같이 생긴 ‘형상’을 뜻하는 히브리어는 ‘데무트(Demut, 영어로는 likeness 또는 resemblance)’다. 결국 ‘하느님의 본질(속성)을 본 따 아담을 빚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하느님을 의인화하고 인격화하며 ‘하느님은 이런 존재’라고 못 박는 건 곤란하다. 그건 초월적 존재인 하느님을 인간의 3차원적이고, 편협한 생각 속에 가두는 일이다.  



정리=백성호·배노필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하>편은 9일(월)자에 실립니다.






 ◆장회익(71) 교수=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학문의 통합과 소통에 깊은 관심을 두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들을 연구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한성학원 이사장이다. 저서에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공부도둑: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등이 있다.



◆차동엽(51) 신부=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에 들어가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세레명은 로베르토.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수학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성서신학으로 석사, 사목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 가톨릭대 교수이며, 성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저서 『무지개 원리』가 80만부 이상 팔린 ‘스타 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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