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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빨리 구해오라” 정조가 사신을 닦달하던 책

사고전서(四庫全書)
켄트 가이 지음, 양휘웅 옮김
생각의나무, 408쪽, 2만8000원

 #2001년 방영된 ‘상도(商道)’라는 역사 드라마가 있다. 실존인물 임상옥(1779~1855)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소설을 드라마로 옮겼다.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 하나. 베이징에 간 임상옥이 유명한 서점가인 유리창을 찾는다. 그는 서점에 들어가 책 두어 권을 들고 “이 『사고전서』는 얼마요?”라고 묻는다.

#정조는 애가 탔다. 책을 사랑한 군주는 사신들을 닦달했다. 당시 중국에서 편찬하고 있다는 『사고전서』 한 질을 얻어 오라는 것이었다. 10여 년이 넘게 청국에서 이 책을 구하려고 했으나 편찬 중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정조는 고대하던 이 책을 끝내 직접 보지 못했다.

드라마에 나온 임상옥의 에피소드는 ‘픽션’이겠고, 정조의 이야기는 엄연한 ‘사실’(史實)이다. 둘 다 무지와 과문(寡聞)의 소산이란다. 사고전서(四庫全書)란 무엇인가. 18세기 청나라가 쌓아 올린 지식의 바벨탑이다. 당시 제국이 보유한 책, 세상의 모든 책들이 이 안에 담겼다.

대청제국 황제 건륭제는 지식의 정점에도 서고자 했던 호학(好學)의 군주였다. 그는 1772년 제국의 전역에서 책을 수집해 정리하라는 조서를 내린다. ▶경(經·유교 경서) ▶사(史·역사서) ▶자(子·철학서) ▶집(集·문학 작품)의 4개 항목으로 책을 분류한 이 대규모 학술 프로젝트는 22년에 걸쳐 완성됐다. 1만680종의 책 목록을 만들어 해제를 달았고, 이 중 3593종은 3만6000여 책으로 남겼다. 총 230만 쪽, 10억 자에 달하는 방대한 총서다.

이 어마어마한 총서는 드라마 ‘상도’의 한 장면에서처럼 책 두어 권에 담길 리가 없는 것이다. 정조의 애탄 바램은 왜 좌절됐는가. ‘사고전서’의 영문 표기인 ‘황제의 4대 지식의 보고’(Emperor’s Four Treasuries)란 명칭에서 총서의 성격이 더 잘 이해된다. ‘사고전서’는 황제 자신의 개인적 열람을 위한 작업이었다. 18세기 중국의 이 방대한 학술사업은 단 7질의 필사본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워싱턴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18세기에 벌어진 이 거대한 지식 사업을 추적했다. 지금까지 ‘사고전서’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20세기 중국의 학자들은 ‘한족 민족주의’의 입장에서 만주족 황제의 업적을 깎아 내리기도 있다. ‘사고전서’ 편찬은 대규모의 사상 검열과 지식인 탄압의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400여 종의 책과 목판이 불살라졌고, 400종 이상의 책이 공식적 명령에 의해 수정됐다. 만주족 황실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서적들이 주된 타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검열작업이 국가 권력과 지식인 사이의 대립 구도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18세기 동안 중국의 인구는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이와 함께 불어난 지식층은 한정된 관직을 향해 치열하게 경합해야 했다. 상당수의 지식층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갖고 검열에 기꺼이 협력했다는 것이다. 책의 영문판 부제에서처럼 국가와 지식인의 관계를 파헤친 저작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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