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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잇던 정감의 탯줄 골목이 사라진다

"골목길 접어 들 때에/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커튼이 가리워진 너의 창문을/말없이 바라보았지….” 그러나 이 대중가요 노랫말처럼 가슴뛰는 골목길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은 개발과 함께 골목을 잃어버렸다. 딱지치고,구슬치고,사방치기하던 놀이터이자,이고 다니던 소쿠리만 내려놓으면 바로 간이장터가 되던 골목은 더이상 없다.마포로 고층빌딩과 아파트 사이의 길은 인도가 따로없는 사실상의 차도인 이면도로일 뿐이고,신길동 다가구 주택가의 길은 빽빽이 붙여 세운 차량 옆으로 차 한대 간신히 지나가는 짜증나는 주차장일 따름이다.

예전에 골목이 맡아하던 기능은 울타리 안으로 숨어버렸다.트럭행상은 부녀회의 허락을 받아 아파트 마당에서 장사하고,동네 사람들의 ‘수다’는 골목 대신 전화선을 따라 흐른다.그까짓 수다,없다고 한들 사는데 별 지장은 없다. 직장상사도 거래처사람도 아무 것도 아닌 아랫집 딸이 시집간다는 소식,뒷집 할아버지 죽었다는 소식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그래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건 골목만이 아니다.건축가 이일훈씨는 “골목을 잃은건 커뮤니케이션 장소를 잃은 것”이라고 표현한다.커뮤니케이션,다시말해 오가는 눈짓과 몸짓과 말이 없는 것은 죽은 것이다.대지 경계선에 딱 맞춰 쌓아올린 담장.대화를 막는 서울의 건축은 실은 “건물이 아니라 무덤들”일 뿐이란 해석이 여기서 나온다.

시대에 뒤떨어진 향수? 건축에도 웬 복고타령? 그러나 골목 예찬론자들이 ‘새로 생긴 도시의 새로운 질서’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누군들 대문앞까지 편하게 차가 닿는 집에서,내 사생활이 보호받는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지 않을까.타협책은 있다. ‘골목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다시말해 도시의 공공성을 ‘조금만’ 사적 영역속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여러가구가,그러나 아파트처럼은 많지 않은 가구가 함께 사는 저층의 다가구주택은 상대적으로 골목의 묘미를 발휘하기에 좋은 조건이다.오르내리는 계단은 단지 동선(動線)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능주의에 희생되지만 않는다면 골목의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장치다(꾹 다문 입처럼 묵묵한 담은 밖과 뚫린 담으로 대체할 수 있고,주차장을 면한 이웃끼리의 담은 헐어서 주차장이자 이웃끼리 마주치는 짧고 너른 골목으로 쓸 수도 있다.이씨는 말한다. “소유권의 구분이 쓰임새의 구분은 아니다.필요한 것은 이웃간의 ‘적당한’ 간섭을 기꺼이 참아내는 여유다.”

골목살리기는 다가구주택 한채 한채를 짓는 건축주만의 몫은 결코 아니다.조선왕조 5백년 도읍지의 흔적을 곳곳에 안고 있는 서울강북을,순식간에 개발된 서울강남의 바둑판처럼 만들려는 도시 전체의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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