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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영화특집 ③ 입맛 잃은 당신께

영화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예술이다. 하지만 때로 입으로 맛보는 영화가 있다. 겨우 시청각 매체인 주제에 감히 관객의 미각까지 사로잡으려 드는 발칙한 영화들을 찾아봤다. 여기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군침 도는 식도락 시네마 6편을 소개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이들 영화는 반드시 식전경하기 바란다. 영화가 끝난 후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식욕이 몰려올 것이다. 소개된 모든 영화는 DVD로 볼 수 있다.



팥빙수의 재발견, 계란말이의 재구성

김세윤 영화칼럼니스트




안경 めがね 2007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 일본 | 전체 | 106분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을 찾아 무작정 떠나온 여자 주인공 다에코. 인적 드문 ‘어느 남쪽 바닷가 마을’은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대신 속 터지는 곳이다. 주민들과 나누는 대화라는 게 대개 이 모양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관광할 게 없나요?” “없는데요.” “그럼 뭘 하나요?” “음… 사색?” 결국 사색이 되어버린 얼굴로 어딜 애써 찾아갈라치면 약도랍시고 적어준 메모에 이렇게 써 있기 일쑤다. ‘오른쪽 커브길이 나오지 않아 점점 불안해질 때부터 80미터 직진 후 우회전할 것.’ 코웃음 나오는 이 설명만 보고 주민들은 참 잘도 찾아간다.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는 무위도식, 안빈낙도의 라이프스타일. 그러나 서서히 그 마력에 중독된 다에코는 좀처럼 이 이상한 ‘어느 남쪽 바닷가 마을’을 떠날 줄 모른다.



다에코를 외딴 바닷가로 밀어낸 원심력이 피곤한 일상이었다면 다에코를 그곳에 붙들어 두는 구심력은 단연 기막힌 요리다. 매일 아침 민박집 주인장이 다채롭게 차려내는 일본 가정식 백반. 관객들은 군침이 돌다 못해 당장 먹고 싶어 돌아버린다. 무공해 친환경 웰빙 식도락 시네마의 격렬한 유혹.



▶이 장면! 일본 매실 장아찌 ‘우메보시’와 여름 나기 필수 아이템 ‘팥빙수’의 재발견! 이상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팥빙수 한 그릇 먹으러 달려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걸.



카모메 식당’의 삼총사가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를 빚고 있다. 오니기리는 이역만리 핀란드에서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식이다.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2006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가타기리 하이리 | 일본 | 전체 | 102분




‘안경’의 감독이 만든 또 한 편의 역마살 식도락 시네마다. 낯선 곳으로 떠나 천상의 맛을 경험하고 돌아온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영화다. 이번엔 핀란드다. ‘카모메(갈매기) 식당’을 차려놓고 파리를 날리고 앉아있는 일식당 주인 사치에. 우연히 만난 일본인 여행객 미도리와 마사코가 합류하면서 카모메 식당이 파리 대신 ‘끗발’을 날리게 된다는 참 소박한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 선보이는 요리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계란말이, 시나몬 롤, 돈가스와 오니기리. 여기에 최고의 드립 커피 맛을 내는 팁까지. 가르침이 자세하고 디테일이 섬세하다.



▶이 장면! 영화에서 이렇게 탐나는 주방을 본 적 있는가. 주방 개조를 꿈꾸는 모든 주부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다.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

감독 브래드 버드 | 애니메이션 | 미국 | 전체 | 115분




쥐에게 요리를 맡기느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낫다고 믿는 사람들, 닥치고 기립박수 치게 만든 영화.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당연할뿐더러 요리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찬사 역시 아깝지가 않다. 절대 미각을 타고난 생쥐 한 마리가 프랑스 최고 요리비평가마저 감격의 눈물을 쏟게 만든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순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입으로는 군침을, 눈으로는 눈물을 동시다발로 흘리고 앉아있는 우리는 뭐지? 2007년 아카데미상이 뽑은 최고의 애니메이션이자 당신의 요리 본능을 자극할 최고의 요리 영화! 하물며 쥐도 하는데….



▶이 장면!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전통 요리 라따뚜이. 잘하는 집에 찾아가 직접 제 입으로 먹어볼 때 비로소 영화의 감동은 완성된다.



사랑의 레시피 No Reservations 2007

감독 스콧 힉스 | 출연 캐서린 제타 존스, 에런 애크하트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전체 | 104분




한동안 뜸했던 주방장 연애질 영화의 심기일전. 뉴욕 맨해튼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 케이트는 피도 눈물도 없다. 오직 최고 요리사가 되겠다는 야망만 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홀로 남겨진 조카를 집으로 데려와 놓고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는 그녀 앞에 나타난 새로운 부주방장 닉. 이 남자는 피도 눈물도 있다. 오직 최고 요리사가 되겠다는 야망만 없다. 결국 전혀 다른 요리 재료가 한 음식 안에서 어우러지듯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 맛있는 사랑을 키워 가는 이야기.



▶이 장면! 뉴욕 최고급 레스토랑 요리를 100분 내내 ‘눈팅’하는 즐거움. 그림의 떡도 많이 보면 배부른 법이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2007

감독 왕자웨이 | 출연 노라 존스, 주드 로, 내털리 포트먼 | 프랑스, 홍콩 | 12세 | 94분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별것처럼 그려내는 재주 하나는 단연 세계 최고인 감독. 처음으로 영어 쓰는 영화를 만든 결과 신통치 않다며 평론가들에게 욕깨나 얻어먹은 이 영화도 이른바 ‘왕자웨이 스타일’이 뽐내는 마성의 유혹 하나는 뿌리치기 힘들다. 외로운 연인들이 블루베리 파이 덕에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 주드 로처럼 잘생긴 카페 주인이 내미는 파이라면 발로 만들어도 맛있을 텐데, 심지어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니 여성 관객들 입에 고이는 군침은 파이 때문인가 남자 때문인가.



▶이 장면! 잠든 여자 입술에 묻은 생크림을 닦는 척 슬며시 입술 포개는 남자. 죽기 전에 꼭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은 라스트 신.



누들 Noodle 2007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 | 출연 밀리 아비탈, 바오치 첸 | 이스라엘 | 전체 | 100분




남편 잃고 웃음도 잃어버린 스튜어디스 미리. 중국인 가정부가 한 시간만 나갔다 오겠단다. 그러곤 안 돌아온다. 이름도 모르는 아들 녀석만 남겨둔 채로. 꼬마가 국수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기에 일단 ‘누들’이란 별명 붙여주고는 함께 엄마를 찾는 쉽지 않은 여정. 마침내 둘 사이엔 국수처럼 질기고 육수처럼 진한 우정이 싹튼다. ‘미쓰 홍당무’를 보고 나서 홍당무가 먹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누들’을 보고 나면 누들이 먹고 싶어진다. 그 따뜻한 국물을 마시면서 내 인생에서 이 영화처럼 따뜻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추억하고 싶어서.



▶이 장면! 엄마를 찾다 지쳐 잠시 들른 중국음식점에서 미리와 ‘누들’이 함께 국수 먹는 장면. 이 겨울, 시린 가슴 데워줄 핫팩 같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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