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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코미디언, 프랑스대혁명 뒤집어보다

혁명 만세
마크 스틸 지음, 박유안 옮김
바람구두, 1만7000원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학문노동자를 경멸했다. 학문노동자는 그가 만든 신조어인데, 고식적인 학문 관료주의에 복무하는 ‘찌질이 먹물’을 일컫는다. 신간『혁명 만세』의 저자인 마크 스틸(48)도 3류 학문노동자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들이 하나마나한 소리를 그토록 지겹게 반복하는데 지친 나머지 ‘앓느니 죽지’ 하는 맘으로 직접 쓴 것이 이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신통방통하다. 1789년 프랑스혁명을 정면에서 다뤘는데, ‘하룻밤에 읽는 프랑스혁명’ 같은 헐거운 짜깁기가 아니다. 프랑스혁명이 아연 ‘우리들의 스토리’로 다가온다.

“파업투쟁이나 시위에 참여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심각하게 왜곡된다. 200년 전 일이라면 오죽하겠는가. 편견을 걷어내면 완전히 색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프랑스대혁명이 졸지에, 오늘날의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둔갑한다.”

저자는 영국의 코미디언. 진보정당 후보로 런던 시의원에 출마했던 그가 구사한 방식은 ‘코미디+인문학’의 실험. 딴지일보 김어준이 이 책을 썼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100% 사실(史實)로 채워졌다. 역사학자 조르주 르페브르 등이 쓴 고전적인 프랑스혁명 저술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글쓰기의 새로운 미래”(가디언) “열의로 꽉 찬 역작”(타임)이라는 평가도 우연은 아니다. 엄청난 사치 행각으로 혁명에 불을 질렀던 파리의 ‘원조 된장녀’ 마리 앙투아네트, “짐이 곧 국가”라고 거들먹거렸던 루이 16세의 오만방자함도 자세하다. 당시 하루 16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파리 백성들이 ‘묻지마 항거’에 나서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시킨 과정도 당연히 등장한다.

저자는 프랑스혁명이 학자들이 거드름을 피우기 위한 연구 주제로 악용돼왔다고 말한다. 혁명을 보통 사람들이 몸담았던 ‘평범하지 않은 대장정’ 으로 보면 인간의 감정과 경험, 괴짜와 변태들, 인간적 나약함이 극대화로 펼쳐진 드라마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황제복과 평상복 차림의 나폴레옹. [바람구두 제공]

이 책의 가장 이채로운 대목은 등장인물 묘사가 아닐까? 로베스피에르·당통 등 혁명의 풍운아들이 할리우드의 짐 캐리, 록 뮤지션 커트 코베인 등과 함께 뒤섞여 설명되는데, 그게 묘하게 효과적이다. 정통역사서라면 꿈도 못 꿀 서술이 아니던가?

다분히 우상파괴적 분위기 때문에 나폴레옹에 대한 환상에도 일부 ‘기스’가 난다. 바라보지도 못할 영웅이 아니라는 얘기인데, 나폴레옹은 혁명의 와중에 조세핀을 만나 순간적으로 뻑 간다.

그 직후 친구에게 썼던 편지에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성기를 가지고 있어”라며 우쭐대는 대목도 소개한다. (공식 전기에 나오는 사실이다.)

반면 조세핀은 청년 장교 아폴리트 샤를에 빠지고, 그에 절망하는 나폴레옹의 울화통과 짜증이 적국인 영국 일간지에 ‘특종 보도’되는 엽기적 사실도 시시콜콜 등장한다. 어깨에 힘을 빼다 보니 ‘사람냄새’가 풍기는 것이다. 포스트모던한 시대, 포스트모던한 역사책이다.

번역자의 수고도 눈에 뜨인다. 도깨비 저자의 종횡무진 활동상이 궁금하면 홈페이지(marksteelinfo.com)에서 확인 바란다. 꺅, 소리가 나온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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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