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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 별세

한국 역사학계의 원로 고병익(高柄翊)전 서울대 총장이 19일 오후 3시45분 별세했다. 80세. 고인은 지난 6개월간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역사 연구에 손을 떼지 않아 마지막 저서가 될 '동아시아 문화 전통에 관한 연구'의 서문을 병실에서 마무리한 뒤 눈을 감았다. 영어로 쓴 이 책은 조만간 소화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고 이병도.김상기 전 서울대 교수의 학맥을 이어 받아 제자인 고 민두기 교수 등에게 전해준 고인은 해방 후 1세대 중국사 연구의 대표 주자였다.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독일에 유학해 박사 학위를 받은 고인은 서양 학계의 연구방법론을 일본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한국에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제자인 김용덕(서울대 국제학대학원장) 교수는 "선생님은 논문을 지도하실 때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라고 하시면서 한문투로 된 문장을 바로잡고 각주도 손을 보셨다"고 회고했다.

1924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고인은 43년 일본 도쿄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가 해방 후 귀국해 47년 서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53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동양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독일로 유학, 56년 뮌헨대에서 '중국 문화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와 동국대 교수를 거쳐 62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76년부터 80년까지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을, 80년부터 2년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고인이 서울대 총장을 지낸 1979년 5월~1980년 6월은 한국사의 격변기였다. 그의 제자들은 "총장님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탄압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막지 않았고, 차량 편의까지 제공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87년.91년 두 차례에 걸쳐 방송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88년에는 21세기 한.일 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화합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학술원 저작상(1974).위암학술상(1996).용재학술상(2000) 등을 수상했고, 주요 저서로는 '아시아의 역사상' '동아교섭사의 연구' '신비와 지식인' '동아시아 문화사 논고'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장남 윤환(배성기연실업 상무), 차남 문환(현대증권 부장), 장녀 혜령(국사편찬위원회 교육연구관), 차녀 재령, 사위 장배식(배성기연실업 대표).조동영(일건종합건축사 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영안실 2호(02-760-2011), 발인은 22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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