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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스승 김철수 감독 “코필 축구단은 삶의 목표”

지난 주 경남 김해에서 열린 MBC 꿈나무 국제축구대회를 취재하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올 8월까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일했던 이영무 목사였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체격과 체력은 크게 좋아졌는데 아직도 기본기가 떨어지는 면이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어릴 때 기본기를 잘 다져줄 지도자가 정말 중요합니다. 박지성이와 이영표 키워낸 그런 분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아, 김철수 감독님 말씀이신가요. 그 분 얼마 전에 한국에 왔다 갔는데요. 지금 필리핀에서 유소년들 가르치고 축구 선교 활동도 하고 있어요.” 내가 슬쩍 아는척을 하면서 끼어들었다. 이영무 전 위원장은 “아 그래요. 연락처를 알고 있으면 좀 주세요. 꼭 연락해서 만나고 싶네요”라며 반가워했다.

오늘 소개하려는 분이 바로 김철수(54) 감독이다. 인천체대를 졸업한 그는 1987년부터 4년간 안양초등학교에서 이영표(도르트문트)를 길러냈고, 91년 수원 세류초등학교로 옮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가르쳤다. 2000년부터는 강원도 홍천의 한 스키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강원도 일대 보육원 아이들을 모아 ‘반비 축구단’을 만들기도 했다.

김 감독은 2년 전 필리핀에 갔다가 ‘코필’(현지에서는 ‘필코’라고도 함)이라는 한국인-필리핀인 혼혈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한국 선원이나 여행객이 ‘씨를 뿌리고 간’ 아이들이었다. 대부분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렵고, 주위의 시선 때문에 밖으로 나오려고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축구를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주변 정리를 하고 필리핀으로 다시 날아갔다. 코필 아이들을 모아 축구단을 만들었고, 식당에서 일하면서 이들을 성심껏 가르쳤다. 하지만 식당 수입 만으로 이들을 돌보는 건 벅찼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을 때까지 일단 코필 축구단 활동은 잠정 중단했다.

김 감독은 현재 마닐라에 있는 파이스턴 대학교(FEU) 축구팀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고 있다. 또 필리핀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지난해 남자 13세 대표팀을 지도했고, 올해는 여자 유소년팀(12∼19세) 총감독으로 곧 선임된다. 김 감독은 “지난해 무턱대고 필리핀축구협회를 찾아가서 제 이력을 소개하고 ‘유소년 대표팀을 맡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분들도 ‘박지성ㆍ이영표를 키운 지도자’라는 걸 확인하더니 한번 해 보라고 하더군요”라며 대표팀을 맡은 배경을 얘기해줬다.

김 감독은 필리핀 전역을 다니면서 축구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모았다. 그리고는 FEU 산하 고등학교(한국의 중학교)에 넣은 뒤 맹훈련을 시켰다.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아이들은 급성장했다. 지금은 13세 팀이 다른 지역 17∼18세 팀과 붙어도 대여섯골 차로 이긴다고 한다. 김 감독은 “필리핀은 농구가 국기라고 하지만 축구의 저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연성과 재능을 갖춘 선수들도 많아 5년 정도 집중 지도하면 동남아의 강호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형편이 어렵지만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필리핀에 데리고 와서 ‘제2의 박지성’으로 키워보려는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숙식비 등을 전액 면제받는다. 대상은 초등학교 5∼6학년 1명, 고등학교 2∼3학년 1명이다. 연락처는 001-63-929-475-4417, 김 감독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fbfeu)를 통해서도 신청을 받는다.

김 감독은 “형편이 나아지면 반드시 코필 축구단을 재창단할 겁니다. 그게 제가 필리핀에 온 이유고, 제 삶의 목표니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고 있었다.

정영재 축구전문기자[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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