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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뚝섬 장터

지난 15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역 광장에서 열린 ‘아름다운 나눔 장터’를 찾은 유풍근.재규.진수 부자 3대가 장터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춘식 기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9만원어치 팔아 2만원 기부" 3代가 '나눔의 추억'
오랜만에 가족 모임…이웃 돕고 정도 나눠

할아버지 유풍근(74.서울 방배동)씨가 아들 재규(45.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씨, 손자 진수(11.부천 동곡초4)군과 함께 서울 뚝섬 '아름다운 나눔 장터'를 찾은 지난 15일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오전 보슬비가 흩뿌렸고 강바람도 쌀쌀했다. 하지만 이들 3대에게 날씨는 훼방꾼이 되지 못했다.



15일 오전 11시30분 유씨 3대가 청담대교 아래에 좌판을 깔았다. 모자에 방수재킷까지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비가 내려 모두 다리 밑으로 모여 장터는 와글와글했다. 이날 3대 모임은 재규씨의 아이디어. 지난 3월 이곳에서 처음 열린 나눔장터에 진수와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르신을 위한 장터'를 열더군요. 결혼한 뒤 떨어져 살다가 오랜만에 아버님을 만나뵈어도 정신없이 밥만 먹고 헤어지곤 했지요. 이런저런 말씀도 드리고 싶고, 추억도 만들어 드리고 싶고…."



아들.손자와 처음으로 '장터 나들이'에 나선 유씨도 흐뭇한 표정이다. 경기도 강화 출신인 유씨는 65년 전 아홉살 때 어머니와 전등사 온수리에서 열린 5일장에 처음 갔던 얘기를 진수에게 들려주었다.



"집에서 10리 떨어진 곳이었어.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갔지. 네 증조할머님이 제사 음식을 고르시는 동안 할아버지는 엿을 빨아먹느라고 정신이 없었지."



"그때도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요?"



"그럼. 이만큼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장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도와줄 방법은 찾곤 했지."



"3월 장터에서 아빠와 함께 10만원을 벌었어요. 그중 1만5000원 기부했고요. 배고픈 친구들 돕는 데 쓴대요."



"잘했다. 오늘도 많이 팔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볼까."



마침 투니버스가 초청한 개그맨 '갈갈이'박준형씨를 보러 진수가 자리를 뜬 사이 유씨는 재규씨에게 넌지시 물었다.



"요즘 힘들지. 회사 그만두고 생각이 얼마나 복잡하냐."



"아버지, 사실 고민이 많아요. 뭔가 해야겠는데 새로 시작하는 게 겁나기도 하고요."



"형이 하는 사업을 돕는 건 어떠냐. 다들 힘들 때니까 지금은 참고 서로 도와야 한다."



오후 4시. 장이 파할 시간이다. 진수가 쓰던 장난감과 유씨가 가져온 가죽점퍼 등 60여점이 대부분 팔렸다. 3대는 매출액 9만원 중 가게에 2만원을 기부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돕는 데 쓰인단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3대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방배동 집에는 진수 할머니가 맛있는 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리고 계실 터였다. 그리고 3대의 대화가 도란도란 이어질 참이었다.



정형모 기자<hyu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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