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도시를 걷다] 미국 채터누가 - ‘보행자를 위한 혁명’을 감행하다 ①

채터누가(Chattanooga)시는 미국 동남부에 있는 곳이다. 테네시 계곡으로 유명한 이곳의 인구는 약 15만 명. 인근에는 대도시 애틀랜타와 내슈빌이 있다. 채터누가는 한 때 공해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이곳 시민들은 절망적인 도시의 오염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여 지난 96년, 유엔(UN)으로부터 ‘환경과 경제발전을 양립시킨 도시’로 상을 받았다. 그리하여 미국인이 가장 걷고 싶어 하는 도시들 중 한 곳으로 손꼽히게 된 채터누가. 이곳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들의 노하우를 들여다보자.

보행자와 자전거만 지날 수 있는 다리 '월넛 스트리트교(Walnet ST. Bridge)'

채터누가의 병든 강과 버려진 다리가 다시 살아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채터누가의 테네시 강은 해외 관광객들이 산책과 낚시를 위해 일부러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테네시강 남쪽 기슭에 있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가장 인기 있다. 그곳에 아름다운 구름다리가 5개가 놓여있다.
그 주변 강변으로 펼쳐진 13km 길이의 산책로도 도시민들과 여행객들에게 크게 사랑 받고 있는 명소이다. 산책로의 이름은 ‘리버워크(River Walk)'. 이곳에서 도심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강의 양쪽을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푸른색의 대교(大橋)는 1891년에 만들어졌다. 오염된 강 위에 낡은 모습으로 버려져 있었던 다리는 행정국에 의해 철거될 예정이었다. 완전히 사라져버릴 공간을 다시 살려낸 주인공들은 채터누가의 풀뿌리 시민단체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오염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강과 다리를 살려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그리하여 1.2km에 이르는 커다란 다리가 철거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보수를 받았다. 1993년, 다리는 정식으로 개통되었고 사람들이 다시 그 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철교 위로 다시는 자동차가 지나다닐 수 없게 되었다. 환경과 걷기 운동 일환으로 인해 이 긴 다리를 보행자 전용 다리로 지정한 것이다. 자전거와 애완동물은 허용되지만 자동차는 어떤 종류라도 출입이 불가능하다. 매연을 금지시키는 이유도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걷기를 권장하려는 의도가 더욱 컸다. 그래서 전기 자동차 또한 이곳에서는 통행이 금지된다. 이 다리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다리>로 유명한 ‘월넛 스트리트교(Walnet ST. Bridge)’다.


다리가 시민들과 여행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자 이 지역에 신선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황량했던 다리 주변으로 아름다운 카페가 들어섰고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갤러리를 열었다. 그렇게 사람과 예술이 살아나니 도시를 떠났던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주점이 많이 생겼고 이 일대는 사람들로 가득한 번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자동차로 인한 소음과 매연은 없다. 그들은 비로소 깨끗한 환경과 즐거운 삶을 동시에 구가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오염과 싸우기 위해 정부와 기업과 시민이 손을 잡다.
채터누가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유독 민감한 것은 왜일까. 오염문제는 늘 심각한 것이지만 70년대 미국 상황을 보자면 그것은 비단 채터누가의 일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곳 사람들이 더 유난스러웠을까. 그들에게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1968년, 세계인들은 그 이듬해 에 있을 ‘제 1회 지구의 날(Earth Day)'을 준비하느라 들뜬 분위기였다. 당시 도시들은 대개 도로의 매연과 하수도의 오염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지만 그 또한 도시를 상징하는 일반적인 이미지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최악의 오염 도시로 선정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1969년, 환경보호국(EPA)에 의해서 채터누가가 미국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로 지정됐다. 그것은 경제뿐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에도 직결되는 불명예였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채터누가의 비정상적인 안개지수를 비난했고 이 도시의 폐렴환자가 다른 곳보다 3배나 높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도 그럴 것이 테네시 강 주변에는 온통 공장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터누가는 어떤 도시보다도 발 빠르게 움직여 석탄과 철, 석회암 같은 자원을 활용해 미국 남부의 최강 산업도시가 됐다. 미국에서 10위 안에 들만큼 대단한 성장세였다. 도시 내에는 계속해서 원자력 공장이 들어섰으며 철공소와 화학 공장, 섬유 공장들이 대거 들어섰다. 그렇게 50˜60년대에 걸쳐 심각한 대기오염 층이 생긴 것이다. 도시의 지형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였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시내의 차량들이 내뿜는 배기가스와 합쳐졌다.
이때 만약 ‘지구의 날’ 행사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환경보호국의 조사가 없었더라면 채터누가의 끔찍한 대기오염 문제는 더욱 골이 깊어졌을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지역이 된 이상 채터누가는 세간의 이목에 신경 쓸 필요가 있었고 그로 인해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아주 적극적이었다. 정부가 기업에 요구하는 오염방지정책은 그 비용만 1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처음에는 어떤 기업도 선뜻 나서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업주들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채터누가의 가장 큰 기업이었던 위랜드 철공사가 가장 먼저 정부에 협력했다.
그렇게 72년도부터 채터누가는 본격적으로 오염과 싸우는 일에 칼을 빼들었고 그 후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환경보호국이 체크하는 모든 항목에 대해서 그린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다. 기업들의 움직임에 감동한 시민들은 80년대부터 본격적인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채터누가 시민들의 거리 살리기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거리의 오물을 없애고 공기를 정화시키고 걷기를 생활화 하여 날마다 자신들의 거리를 감시하고 가꾸자는 정책이었다. 이에 앞장선 시민 자원봉사 조직으로 채터누가 벤처(Chattanooga Venture)가 있다.
환경과 거리를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했다. 시민들은 강가의 산책로를 살려야 환경이 살아난다고 믿고 가장 먼저 강부터 돌보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세계의 담수어를 모아놓은 것으로 유명한 ‘테네시 수족관’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의 활동이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테네시 수족관이 곧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연간 13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 후 기업들은 앞 다투어 재단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결합했다. 채터누가의 ‘테네시 수족관’은 이제 회색도시들에게 희망이자 상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주변 거리에 연간 5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수족관 주변에만 100개 이상의 가게들이 들어섰고, 지난 96년에는 대형 영화관과 박물관도 개장되었다. 도시민들조차도 외면했던 회색 도시가 이제는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관광도시가 된 것이다. (계속)

협조 / 환경도시 전문가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사진제공 / 채터누가 시청, baylorschool




설은영 객원기자 enyoung@joongang.co.kr
www.walkholic.com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