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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다] 생태관광의 대국 꼬스따리까 ①

생태가 곧 힘이다

'토르투게로 국립공원'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토르투게로 강줄기를 가운데 끼고 공원 전체가 빽빽한 산림으로 뒤덮여 있다.
도시를 걷는 것, 도시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미션이다. 걷기에는 이미 너무나 거대해져버린 도시를 버리지도 머무르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시의 개념을 뛰어넘는 그런 도시다. 그리고 이제 가장 절박하게 뛰어넘어야 할 벽은 바로 환경이다. 생태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도시의 이상을 제시하는 그곳들을 워크홀릭이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꼬스따리까다.

환경이 경제를 일으켜 세운 나라, 중앙아메리카의 꼬스따리까 공화국.
꼬스따리까는 국토의 거의 절반이 원시림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나무가 울창하다. 국가의 보호를 철저히 받고 있는 이 원시림에는 각종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전 세계의 5%에 이른다. 나라의 전체면적이 세계 국토의 0.03%에 불과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경이로운 현상이다. 이는 물론 수십 년간 굳건히 이어져 온 국가의 특별 보호 정책 덕분이다.

꼬스따리까의 자연보호정책은 1948년에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이 나라는 군사비를 아예 없애버리기로 결정했다. 분쟁의 소지가 없어야 군대를 두지 않는 게 아니라, 군대를 두지 않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선언이었다. 따라서 이곳의 군비는 0원. 대신 교육, 의료, 복지 부분으로 예산을 돌렸고, 국민의 생활수준은 월등히 향상됐다. 이곳의 이러한 정책이 주목할 만한 것은 그것이 곧 생태중심적인 마인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토르투게로 국립공원 강변.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보트는 주로 노를 저어서 이동한다.

뽀아스 화산 국립공원. 꼬스따리카에는 약 112개의 화산이 있다.
꼬스따리까는 1955년 화산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부터 생태관광의 길을 텄다. 물론 이것은 꼬스따리까 만의 자연 환경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 나라에는 112개의 화산이 있고, 화산 주변으로는 특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국립공원 지정과 더불어 산림법도 구체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하자 먼저 꼬스따리까의 고유한 환경을 보기 위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현상은 환경에너지청을 더욱 열정적으로 만들었다. 자연과 환경이 곧 국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생태환경 정책이 국가적으로 확대된 데에는 환경연구가와 활동가들의 활약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국가의 지원이 없을 때부터 숲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자체적으로 환경 감시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주민들마저 그들의 노력을 외면할 정도로 지지 세력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숲에서도 나무를 베고 흙을 퍼갈 정도였다. 숲 지킴이로 나선 이들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운동가들은 우선 교육활동에 집중했다. 공원 안에 교육시설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상대로 환경 수업을 실시했다. 주민들은 환경운동가들의 열정에 비해서 느리게 반응했지만, 결국 숲에 대해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활동가들은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기미를 보이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마을 사람들을 공원의 행정요원으로 유입시켰다.
노력의 결과는 생각보다 확실했다. 공원 산책로를 구성하거나 입장료를 책정하는 등 실질적인 사안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자 주민들은 곧 자신의 일인 것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앞 다투어 숲 지킴이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생태관광의 인프라를 충분히 다져놓자 80년대 중반에는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관광산업에 주목한다. 관광정책을 펼친 지 불과 5년 만에 40%가 넘는 관광이익을 맛보고 이곳 사람들의 생태관광 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원래 나라 경제의 주 원동력이었던 열대과일과 커피 산업을 제치고 생태관광 산업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뽀아스 국립공원의 마코앵무새.

라바우라스 국립공원의 거북이.
지금 꼬스따리까에서는 생태관광에 눈 돌리는 개인사업자들과 국가 간의 윈윈정책이 한창이다. 울창한 열대우림에서부터 시원하게 터진 해안까지 관광 자원은 무궁무진하지만 국가의 예산은 늘 부족하다. 이때 두각을 드러낸 개인 사업자들은 관광구역을 정해 운영하는 동시에 보호 정책을 함께 펼치기 시작했다.
이들의 보호구역에는 온갖 진귀한 동식물들이 가득하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모두를 아우르는 특이한 지형 덕분에 분포된 동식물이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여행자들의 시선을 가장 크게 사로잡는 것은 850종이 새들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들은 행인이 휘파람을 불면 가까운 나뭇가지로 날아와 앉아 노래를 하는데 마코앵무나 투칸, 케찰, 벌새 등이 유명하다.
중앙산맥의 양쪽으로 펼쳐진 해안가는 휴양을 즐기러 온 방문자들의 산책코스로 사랑받는다. 약 212km 의 길이를 자랑하는 카리브해 연안은 희귀한 식물이 자라나는 습지와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사장을 자랑한다. 태평양 연안 쪽은 산책보다는 트레킹에 어울리는 터프한 길들이 천 킬로미터도 넘게 펼쳐져 있다. 이 신비한 자연을 더 구체적으로 배우며 여행하고 싶다면 그 지역 내에 거주하는 자연 안내자와 함께 걸으면 된다.
자연보호구역인 몬떼베르데에는 약 오십 명 가량의 안내자가 있다. 이들은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살려내는 일을 하며 평소에는 숲 곳곳을 파고 다니며 나무를 심는 작업에 열중한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자신들을 필요로 할 때는 언제라도 나서서 친절하게 도와준다. 안내자 중 절반은 학위가 있거나 오랜 세월 숲을 지켜온 전문가이며 나머지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순수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순수하게 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생태관광이 이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순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생태관광의 성공 덕분에 이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보호구역 곳곳에다가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를 차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자본의 공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의 힘에 눈뜬 몇몇 세력들은 이 틈을 타서 좀 더 거창한 놀이기구나 테마파크를 만들고자 끝없이 시도 중이다. 하지만 지역 안내자와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지양한다. 생태관광의 핵심은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므로 인위적인 굉음이나 오염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구자들은 수익이 생길 때 마다 환경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동시에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조식과 중식을 제공하면서 무상으로 교육을 시켜주기도 한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먹이거나 학교에 보내려고 숲이나 늪지대를 마구 훼손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 손을 쓰는 것이다.

마누엘안토니오 국립공원. 꼬스따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초승달 모양의 해변과 신비로운 산호초로 유명하다. 세계 10대 해변으로 손꼽힐 만큼 눈부신 곳이다.
꼬스따리까는 수선스럽지 않게 변화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과정과 결과들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파괴되지 않은 열대림과 늪지대를 연구하기 위해서 세계의 많은 학자와 학생들이 수천 명이 오늘도 꼬스따리까를 찾는다. 자본과 싸우고 속도와 싸우는 최전선이 바로 꼬스따리까다.

(계속)


협조 /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번역 김지훈)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www.walkhol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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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