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가족·사랑 일상적 생활도 철학주제”

올 여름, 세상의 모든 언어는 서울로 통하고 세계의 모든 지성은 한국에서 사유한다. ▶세계언어학자대회(21~26일, 고려대) ▶세계여성철학자대회(27~29일, 이화여대) ▶세계철학자대회(30일~8월 5일, 서울대) 등 굵직한 국제학술대회가 보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국제학술의 도시’ 서울이 부각된다.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조직위원장 김혜숙 교수

특히 제13차 세계여성철학자대회가 주목된다. 대회 주제는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 서구 철학에서도 변방인 ‘여성’의 오늘을 토론한다. 게다가 서울 대회는 30년에 가까운 여성철학자대회 역사상 비서구권에서 열리는 첫 행사다. 여성이라는 철학의 변방과 아시아라는 세계 철학의 주변부가 함께 만나는 최초의 모임이다. 이 ‘변방의 북소리’가 주류 철학을 향해 어떻게 진군해 나갈지 주목되는 ‘사유의 실험’이 서울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세계여성철학자대회 준비에 바쁜 조직위원장 김혜숙(사진) 이화여대 교수를 6일 만났다. 김 교수는 창립 11년을 맞는 한국여성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여성철학의 의미와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사유하기’에 대해 물었다.



-‘여성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유의 주체가 여성이란 말인가, 사유의 대상이 여성이란 것인가.



“‘여성주의 철학’이 정확한 표현이다. 철학에 여성주의적 관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역사·문화적으로 여성은 육아·가사에 얽매여 이론적 사유가 가능한 삶이 아니었다. ‘추상적 사고가 이상적’이라고 전제한다면 여성의 삶은 철학적 사유의 장에서 밀려난다.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보통 인간의 일상적 삶이 철학의 본령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가족·사랑 같은 일상적 인간의 삶을 철학적 아젠다로 만드는 데 여성주의적 관점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첫 여성철학자라면 누구인가.



“첫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누구라는 식으로 하자면 이미 남성중심의 서구 철학적 계보를 인정하는 일이 된다. 나는 조선시대 허난설헌(1563~1589)이나 임윤지당(1721~1793)를 꼽고 싶다. 이들은 그 시대에서도 여성 평등적 삶에 대한 갈구를 했다. 임윤지당은 “여성도 남성처럼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퇴계 이황이 “여자는 역대 국호와 선대조상의 이름을 알면 족하지, 문필의 공교함과 시사(詩詞)를 아는 것은 창기의 일로 사대부의 부녀자가 취할 바가 아니다”라고 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여성철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1990년대 초반 여성철학자들과 도산서원을 방문한 일이 있다. 부엌에 문이 없었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여자들이 몰래 음식을 먹을까 봐 문을 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자적(철학적) 삶이 잘 구현된 건축물에 감동했다가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 철학은 그런 구체적 삶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철학의 고민은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 남성·서구 중심의 철학을 해체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철학은 여성철학이(여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철학자는.



“여성학자들에 널리 알려진 포스트모던 철학자 로지 브라이도티의 강연을 추천한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라서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고 네덜란드에서 강의하고 있는 철학자다. 대표작 『유목적 주체』가 대변하는 삶을 가진 여성 철학자다. 다문화주의라는 대회 주제에 걸맞게 케냐·방글라데시·인도·태국 등 변방의 철학도 한자리에 모았다. 여성주의와 다문화주의의 목표는 같다. ‘다른 목소리’를 통해 강자의 전횡이 초래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배노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