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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장 골목서 싹튼 민간 프로합창단 '서울모테트'

인구 520만명에 400여개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활동 중인 핀란드는 '합창의 나라'로 불린다. 그럼에도 단원 모두가 생활비 전액을 보장받는 단체는 핀란드 국립오페라 합창단뿐이다. 한국은 어떤가. 국립합창단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도시의 시립합창단이 활동 중이다. 성악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고 생활비로는 모자라지만 매월 급료를 받고 있는 '준(準)프로'합창단이다.



"열정 하나로 15년 버텼어요"

'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 합창단'으로 활동해온 서울모테트합창단(지휘 박치용)이 올해 창단 15주년을 맞는다. 다음달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바흐의 'B단조 미사' 를 시작으로 올해 4회의 기념 공연을 한다. 모차르트의'C단조 미사'(7월 12일), 하이든의 '천지창조'(10월 5일), 헨델의 '메시아'(12월 21일) 등 독창자.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대규모 작품을 연주한다.





다음달 29일 창단 15주년 기념공연인 바흐의 ‘B단조 미사’연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모테트합창단. 서울 방배동의 한 병원 지하에 마련한 보금자리에서 연습 중이다. [신동연 기자]



'B단조 미사' 공연은 소프라노 유소영, 알토 박진아, 테너 박승희, 베이스 박흥우,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바흐 음악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내로라하는 국내 합창단도 큰 맘 먹고 도전해야 하는 대작이다. 'B단조 미사' 는 바흐가 무려 25년의 세월을 거쳐 죽기 직전인 1749년에 완성한 역작이다.



국립.시립 합창단 아니면 아마추어 합창단밖에 없던 시절 서울모테트합창단의 탄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탄생한 민간 직업 합창단인 대우합창단과 횃불합창단이 각각 창단 6년, 창단 2년 만에 아쉽게도 해산됐던 1989년의 일이다. 대우합창단과 횃불합창단이 대기업 한 곳의 후원을 받다가 얼마 못가서 활동을 접은 데 반해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처음부터 개미군단의 정성어린 후원으로 출발했다. 200명의 후원회원이 1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매월 보내온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처음부터 연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프로 체질로 무장했다. 한편 현대음악 초연도 언제든 마음놓고 맡길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기량도 갖췄다.



시립합창단의 정기 연주회에도 가요와 팝송.뮤지컬을 넣어야 하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아카데믹한 레퍼토리를 고집해 왔다. '모테트'(13세기 중세의 합창곡)라는 간판에도 정통 클래식을 지키려는 고집이 배어 있다. 바흐의 미사곡을 모두 연주했고, 연간 4회의 정기연주회를 통해 소개한 국내 초연곡도 여럿 된다. 그렇다고 방송 출연이나 외부 초청 연주, 지방이나 병원 방문 연주를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헝그리 정신' 하나로 출발한 단체라 어려움이 많았다. 외환위기로 후원의 손길도 뜸해졌을 땐 몇푼 안 되는 단원 월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지금도 '월급'이라고 해봐야 시립합창단의 절반 수준이다. 후원을 제의해 오는 기업에 합창단 이름을 바꾸거나 음악에 간섭하지 말라고 못박는 것도 변함이 없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대중과 시류에 영합하면서 흔들리면 안 되겠다는 확신 때문이다.



지휘자 박치용(42.사진)씨는 "서울 장안동 폐차장 골목에 있는 지하 의류창고에서 냉난방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연습하다보니 여름 휴가를 다녀오면 악보에 곰팡이가 슬 정도였다"고 창단 초기를 회고했다.



지금 사용 중인 연습실도 5년 전에야 겨우 마련한 것이다. 1999년 박씨가 지휘하는 주님의 교회 성가대 단원인 강윤식(49)원장이 서울 방배동 대항병원 신축과 함께 지하에 연습실과 사무실을 마련해 준 것. 서울모테트합창단은 2001년 서울시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받았다. 02-523-7295.



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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