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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최고봉에 이름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면서 최고 봉우리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52·사진)는 자신이 손수 펴낸 독도 지도를 펴보이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2200분의 1 축적, 전지 크기의 독도 지도는 제작기간 3년을 거쳐 지난해 10월 세상에 나왔다. 안 씨는 지난 2005년 4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봄·여름·가을 3계절 20일을 독도 어민숙소에서 살면서 온몸으로 독도를 보고 듣고 느끼며 지도를 준비했다.



“독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높이가 몇 미터인 줄 아나요? 서도는 168.5미터이고, 동도는 98.6미터예요. 우리나라 어딜가봐도 봉우리엔 반드시 이름이 있는데 독도의 최고봉은 무명으로 방치돼 있어요” 현재 대한민국 정부 간행 지도에도 독도 동·서도에는 최고봉 높이 표기만 있을 뿐 지명이 적혀 있지 않다.

안 씨는 서도 최고봉은 ‘대한봉(大韓峰)’, 동도 최고봉은 ‘일출봉(日出峰)’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한봉은 우리나라를, 일출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안 씨의 지도엔 봉우리의 이름이 표기돼 있다.

독도의 정상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은 독도 주민 김성도 씨 부부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한다. “아지매, 뒷산 봉우리 이름 아니껴?” “뭐? 뒷산 봉우리? 그거 이름 없다.” 독도에 동행했던 사진작가 두명과 독도 바닷가 바위에 걸터 앉아서 머리를 맞댔다. “안용복 장군 이름 본딴 안향봉 어떻소?” “좀 이상하다. 다른 거 생각해봐라.” 그래서 나온 것이 ‘대한봉’이다. 사진작가들도 박수를 쳤다. 현지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김 씨 부부의 의견을 물었다. “아제, 내가 대한봉이라고 지었니더. 앞으로 대한봉이라고 부르소.” “대한봉, 아 그 이름 괜찮네! 안 사장 기특하다.” 안 씨는 서도 정상으로 가는 돌계단 입구에 사무용 수정액으로 ‘대한봉 가는 길’이라고 적어 놓았다.

안 씨가 독도 지도에 매달린 계기는 2005년 2월 일본의 ‘독도의 날’ 선포 사태였다. 전국에서 규탄과 항의 집회가 열렸다.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더라고...” 때마침 지도학회 이사회가 있어 나가서 학회 차원의 항의문을 일본에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회의석상에서 돌아온 답은 “안 사장은 너무 튄다”는 핀잔 뿐이었다.

그날로 독도 자료를 모으고 지도 제작에 착수했다. 독도의 구체적인 형상이 담긴 지도는 쉽게 나오질 않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우리나라 지도에서 독도는 늘 조그만한 점 2개로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육군 측지부대 현관 로비에 걸려 있는 지도에서 독도의 상세한 형상을 처음 접하고 충격이 적지 않았었다고 한다. “아, 독도가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 자료들을 모아 2005년 4월 초간본을 완성해 정부심사를 거쳐 서점 판매를 시작했다.

초간본은 얼마후 지리원으로부터 난데없는 승인취소 공문을 받았다. ‘지리원에서 펴낸 지도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보안시설을 임의로 넣고, 주변 도서의 명칭을 명확한 근거 없이 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배포된 지도를 회수해 폐기하라는 처분까지 붙었다. 안 씨는 잉크가 채 다 마르지도 않은 독도 지도가 가위로 산산 조각 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지도 만들기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독도 답사는 7전 3기였다. 7번 시도에 3번 성공했다. 풍랑으로 독도로 가는 뱃길이 끊겨 울릉도에만 있다가 되돌아 오거나 독도까지 가도 파도 때문에 섬에 발 한번 딛어 보지도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섬 사람들은 육지에서 건너간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울릉군청 공무원들은 안씨를 처음 보곤 ‘지도 장사꾼’ 취급했지만 안씨가 작성 중이던 독도 지도를 내밀자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

이에 힘입어 안씨는 그동안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독도 주변 암초들의 지명들을 조사철을 만들어 비교 정리했다. 안씨가 정리한 독도 주변 암초 이름은 정부 지도에도 그대로 반영됐고 지도는 울릉군청의 도움으로 독도 현지에도 게시됐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안 씨는 백두산 답사 지도를 정비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75년에 동도공고(현 서울디자인고등학교) 졸업 후 출판회사인 줄 알고 취직했는데 들어가 보니 지도를 만드는 회사더라고. 입사해서 1년 동안은 매일 점선 그리고 선 긋기만 했지. 그때 손재주가 있다는 소릴 들었어요. 점선과 선 긋기라고 우습게 보면 안돼요. 일정한 간격과 굵기로 그리려면 기술이 필요하지. 지금도 선 그리기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지도 보는 걸 좋아해서 지도회사 사장까지 됐어요. 지도를 보면 재미 있어. 지도는 죽을 때까지 만들거야”

무료로 나눠주기 위해 독도 지도 30만부를 제작했다는 안 대표는 1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한국지도학회 학술회의에서 ‘독도 지도제작 과정’을 발표한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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