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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식량지원 없으면 8월 대규모 기아 위기”

2월 황해도 서흥군 식량배급소에서 북한 여성이 세계식량계획(WFP)이 지원한 곡식 가마니를 받아 든 뒤 저울 눈금을 확인하고 있다. 이 사진은 WFP가 북한의 식량 분배를 감시하는 차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미국으로부터 50만t의 식량을 받기 위해 WFP의 식량 배급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서흥 AFP=연합뉴스
올해 들어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은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나왔다. 3월 말 WFP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조사를 토대로 “북한 식량난이 2001년 이래 최악의 상태”라며 “긴급 지원이 없을 경우 650만 명이 기아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최소한의 필요식량 466만t보다 166만t이 부족한 300만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북 인권 단체인 ‘좋은 벗들’은 대량 아사 위기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8일 워싱턴 강연에서 “평안남도 양덕군과 황해도 사리원 인근에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식량이 동나는 5~6월 사이 20만~3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95~96년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대기근 때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좋은 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식량난 심화로 “평양과 개성 회령을 제외한 전국의 배급이 중단됐고 쌀·옥수수의 장마당 가격이 폭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조금 다르다. 어렵긴 하지만 긴급 상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곡물 생산량 추정치도 다르다. 농업진흥청은 북한이 지난해보다 11% 준 401만t을 생산했다고 분석한다. 최소한의 필요식량도 520만t으로 잡아 120만~140만t이 부족하다고 추정했다. WFP 측과 크게 46만t의 부족분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폐쇄된 사회란 점에서 정확한 북한 식량 사정은 알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인공위성을 통해 작황을 판독하고, 북·중 접경 지역 등의 실사 조사를 한 뒤 농촌진흥청과 통일부·국정원 등 기관들이 모여 생산량과 부족분 등을 계산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벗들’의 경우 북한을 드나드는 소식통들을 통해 상황 파악을 한다.

1995년부터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을 북한에 전달해온 WFP의 경우 긴급성을 좀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는 액수의 20%를 직원들의 임금 등 행정 비용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부족분보다 부풀려 추정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WFP는 실제보다 20% 높게 추산하는 오류를 범했고 98년께부터 실제 필요량을 초과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북한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남부 5개 도를 강타한 홍수 피해로 절대적 재배 면적이 감소했고, 2006년 9월부터 국제시장의 곡물 가격이 2~3배로 올라 국제사회 지원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오던 식량 수입도 줄었다. 3중고인 셈이다. 북한 곡물의 주 수입원이던 중국도 자국 식량 부족으로 수입 쿼터제를 마련했다. 지원도 끊긴 상태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중국에 15만t의 식량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 내 부처 간 이견으로 수개월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벗들’에 따르면 평양과 원산·신의주·남포·사리원 장마당에서의 쌀 가격도 최근 ㎏당 2000원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 올랐다고 한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60만~70만t의 식량이 부족했을 때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다. 권태진 연구원은 “지금도 객관적인 수치로는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북한이 지난겨울 곡물 14만t을 중국으로부터 자체 수입하는 등 유연성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8월 중순에 큰 위기를 맞을 것이란 경고다. 7월 이모작 수확분을 한 달 반 정도 소비한 뒤의 상황이다.

북한이 식량 50만t을 지원할 수 있다는 미측과 지난해 말부터 승강이를 벌여온 것은 식량 배분의 모니터링 문제였다. 미측은 WFP와 지원된 식량이 다른 곳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배분 현장을 임의 검증하는 문제를 요구해왔다. 현재 10명인 상주 인원도 대폭 늘릴 것도 요구했는데 북측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워싱턴을 찾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측으로부터 북한 식량 사정과 북측의 의도 등을 듣는다. 한·미 간 조율 속에 대북 지원의 명분을 얻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해소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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