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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칼럼니스트 우보현씨의 ‘영어 잘하는 비법’

중앙일보·매일경제·코리아타임즈·스포츠칸 등 영어칼럼니스트, 연세대·경희대·울산대 등 영어 강사, 매직잉글리시를 비롯 영어 관련 책 7권 출판, 다수 연예인 영어 과외. 우보현(45)씨의 이력이다. 어려서부터 영어를 잘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는 지리산 근교 작은 마을에서 자라며 ‘뒤에서’ 10등을 벗어나지 못하던 문제아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영어 말문이 트였을까.


   “20년 동안 미국에서 가게를 한 이모님과 3년 유학 다녀온 사촌 중 누가 영어를 더 잘할까요? 후자가 정답일 가능성이 큽니다. 항상 하는 만큼만 하면 실력이 늘지 않죠. 공부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영어 칼럼니스트 우보현씨는 “영어도 방법만 알면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가 영어를 잘 하게 된 과정은 눈물겹다.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2학년에 중퇴하셨죠. 자식만은 공부 잘해서 대접받고 살았으면 하셨는데, 5남매 중 저만 그 바람을 이뤄드리지 못했어요. 공부만 빼고 다 잘했죠. 아버지가 간경화를 앓다 돌아가신 후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학교 가는 동안 공장으로 향했어요. 그제서야 아버지 말씀을 듣지 않은 게 후회돼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씨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며 주경야독하다 방위로 입대할 무렵 중1 영단어 모음집을 샀다. 당시 딱히 다른 공부법이 없었던 탓이다. 기초적인 어휘를 익힌 뒤에는 영자신문을 구독했다. 기사 한 꼭지씩 사전을 뒤져가며 공부했다. 차츰 신문 전체를 훑을 수 있게 됐다. 합판 가게 운전수로 일하며 영자신문 보는 그를 주위에서 놀리기도 했지만 그는 꿋꿋했다.  
   일요일에는 파고다공원·탑골공원·이태원·고궁 등 외국인이 몰리는 곳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공부한 표현을 써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외국인이 내 말을 알아들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죠. 대답하는 말을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거였어요. 몇 번 다시 들어도 모를 땐 종이에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걸 집에 갖고와 사전 찾아가며 익혔어요.”  
   그 뿐만 아니다. 걸어 다니면서도 영어로 묻고 대답하며 혼잣말을 했다. 주위에서 미친 사람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배운 표현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기를 반복했다.
   또 집을 찾은 친구가 “무당집이냐”고 놀렸을 정도로 그의 방에는 색색의 종이가 가득했다.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영어문장을 써서 여기저기 붙여놓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난생 처음 치른 토플 시험에서 생각지 못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비 유학을 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나름 영어에 자신 있던 그였지만 현지의 수준은 또 달랐다. 또 다시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했다. 미국인의 생활 속으로 뛰어 들어가,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배운 것은 써먹으며 표현을 익혔다.
   “어떤 사람이 제게 하소연 하더군요. 미국인과 대화 중 ‘Are you from Missouri?’라는 질문을 받았답니다. 그는 당연히 ‘No, I’m from Korea’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는데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거예요. 사실 그 말은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요?’라는 뜻이죠. 의심 많은 미주리 태생 사람들을 빗대 생겨난 표현이에요. 이처럼 문화적 배경과 관용 표현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단어와 문법을 외워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귀국 후엔 연세대·경희대 등의 시간강사와 울산대 전임강사를 했다. 그토록 동경하던 강단에 섰을 때, 감격도 컸지만 실망 역시 컸다. 명문대 학생들의 회화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미국인 교수가 말하길 ‘한국인은 미국사람 못지않게 단어를 많이 안다’고 합니다. 문제는 말이 나오지 않는 거죠. 단어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만사가 귀찮아요’라는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할 것인가 물으면 대개 ‘만사’ ‘귀찮다’ 등에 해당하는 영단어를 찾느라 머리가 복잡해져요. 그러나 이에 대한 표현은 ‘I don’t want to do anything now’처럼 생각보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표현을 단어별로 직역하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양한 영어식 표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문장 전체를 음미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가지 의미의 문장을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저 어리석지 않아요’를 영어로 ‘I’m not stupid’만 알고 있으면 ‘I wasn’t born yesterday’라고 말했을 땐 알아들을 수 없다. 정해진 표현만 외우는 ‘영어 편식’을 하기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우씨는 “좋은 표현을 알았다면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내 보였다. 거기엔 영어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는 지금도 좋은 문장을 적어서 갖고 다니며 외운다. 우씨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학생들이 영어 칼럼·잡지·신문·외화를 많이 이용해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들이 쓰는 표현을 익히면 영어가 한층 재미있어지고 학습에 속도가 붙을 겁니다. 그런 뒤엔 외국인과도 진짜로 친해질 수 있어요.”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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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