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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아귀찜의 쌉싸래한 맛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근처에 있는 ‘마산아구(02-741-2109)’ 식당의 아귀찜.
경상도 남쪽 지방에 내려와서 먹고 싶은 음식 가운데 하나가 마산 아귀찜이었다. 서울 낙원상가 주변의 마산 아귀찜 집들에서 먹는 아귀찜과는 사뭇 다르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갈 기회가 여의치 않았는데 마침 선배가 내려온단다.

김태경·정한진의 음식수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진짜’ 마산 아귀찜은 맛보고 가셔야죠.”
마산 오동동 ‘아귀찜 거리’에 있는 가장 오래되고 마산 아귀찜의 원조라 하는 ‘오동동 진짜초가집’(055-246-0427)에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오래된 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넓지 않은 공간에 꽉 찬 손님들의 나이로도 이 집의 연륜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았다. 메뉴판 옆에 걸려 있는 안내판에 1965년도부터 아귀찜을 개발해 팔았다고 쓰여 있으니 40년이 족히 넘었다.

“간판들을 보아도 그렇고 아귀찜 거리 안내판도 그렇고 모두 ‘아구찜’이라고 쓰는데, 그래서 다른 지방에서도 아구찜이라고 하는 건가?”
“아귀가 표준어 맞죠.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 가서 쓴 『자산어보』에 ‘아구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을 보아 전라도 사투리가 경상도에 오고 다시 전국에 퍼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아구’라 해야 제 맛이 나지 않을까요?”

흉측스러운 몰골과 욕심 많은 입을 가진 이 생선의 이름은 탐욕스러운 귀신인 불교의 아귀(餓鬼)에서 연유한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어부들이 아귀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다시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인천에서는 물에 다시 던질 때 나는 물소리를 따라 ‘물텀벙’이라 부른다.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고 어시장 한구석에 내팽개쳐져 말라버린 아귀를 가지고 찜을 한 것이 마산 아귀찜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진짜’ 마산 아귀찜은 생아귀가 아닌 말린 아귀로 요리한 것이다. 최고로 치는 마산 아귀찜감은 우리 근해에서 잡아 겨울 찬바람에 20여 일 말린 아귀다. 말린 아귀를 물에 반나절 불렸다가 된장을 푼 물에서 삶아내면 밑간이 되고 비린내가 없어진다. 이 삶은 아귀에 미리 데쳐 둔 콩나물과 미나리, 고춧가루 양념장을 넣어 센 불에 볶아내면 끝이다.

조금은 투박하게 접시에 담아 내 온 아귀찜은 전분이나 찹쌀가루로 농도를 내지 않았는지 윤기도 없고 접시 테두리로는 물기가 감돈다. 딸려 나오는 반찬으로는 동치미가 전부. 하지만 입에 넣으니 쫄깃하게 씹히는 아귀와 아삭한 콩나물이 잘 어울린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에 고인다. ‘하, 맵다’ 몇 점 입에 넣고 나니 혀가 얼얼해지고 동치미 국물에 절로 숟가락이 가면서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다.

“정말 서울에서 먹는 마산 아귀찜과는 다른데. 달착지근하지 않으면서도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이야. 솔직하다는 게 맞을 것 같아.”
“이 집 아귀찜에서는 미더덕도 찾아 볼 수 없네요. 꾸밈이 없어 좋긴 한데 ‘진짜’ 마산 아귀찜이 이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원조’니 ‘진짜’니 하는 말을 붙이는 것부터 이상할 수 있지. 세월이 흐르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사람의 입맛이 변하고 그에 따라 음식도 변하는데 ‘이게 진짜다’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것도 당연해. 하지만 ‘다 변해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그 자체가 갖는 매력이 있잖아. 시골집 된장찌개처럼. 마산에 와 서울식 마산 아귀찜을 먹는다고 생각해봐.”

하긴 그렇다. ‘진짜’가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를 이끄는 맛이란 ‘그때부터 그곳에’ 있는 맛이기 때문일 것이다.

땀을 흘리고 나면 속이 확 풀리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아귀찜도 좋지만,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아귀 수육의 매력 또한 만만치 않다. 미나리와 함께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수육을 찍어 먹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아귀 간을 좋아하면 듬뿍 달라고 부탁하자. 부드럽게 입 속에 녹아내리며 은근히 뿜어내는 간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마산에는 생아귀찜 집이 많고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분명 이상하거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하나의 음식 재료를 가지고서 여러 가지로 조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할머니와 아버지와 손자들이 함께 ‘진짜’ 마산 아귀찜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으니까.




맛있는 것 먹기를 낙으로 삼는 대학 미학과 선후배 김태경(이론과실천 대표)ㆍ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씨가 미학(美學) 대신 미식(美食)을 탐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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