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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이슈 인터뷰] 1. 조순형 민주당 대표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국회통과-.



"盧대통령 정치력 발휘 못해 안타까워"
만난 사람 = 허남진 논설위원실장

이 충격적 사태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찬성쪽이든 반대쪽이든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과연 극단적 방법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까. 탄핵 발의에서부터 가결까지 이번 사태를 앞장서 이끈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13일 국회도서관 의원 열람실에서 만났다. 趙대표의 표정은 1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무거웠다. 본지는 탄핵정국에 관련된 핵심인사 인터뷰를 시리즈로 게재할 예정이다.



-탄핵 발의를 주도해 가결에 성공했습니다. 소회는.



"우리나라 헌정사 첫 기록입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수호에 있어 최후의 보루고, 또 그렇게 하는 게 국회의 책임입니다. 그간 노무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과 생각들이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추진했지만, 어떻게든 탄핵까지는 가지 않도록 하려고 고민과 번민도 많았습니다.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여러번 있었는데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그걸 놓친 게 참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안타깝다고 했는데 탄핵은 趙대표께서 가장 먼저 거론하지 않았나요.



"그래요. 1월 5일인가. 그때는 경고요, 충고였죠. 호소라고 볼 수도 있고…."



-경고에서 반전된 계기는 뭔가요.



"盧대통령이 TV 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 열린우리당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뒤 선관위 결정이 나오고. 그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탄핵 발의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잖아요.



"아니죠. 발의 직전에도 사흘 말미를 주면서 일련의 불법 선거개입 발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발의를 유보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盧대통령은 사과는커녕 중앙선관위 결정 자체도 의견에 불과하다, 자기는 전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변했습니다. 그 바람에 탄핵에 확신을 못 갖던 우리 당(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도저히 안 되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거예요. 1차적 원인 제공자는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정말 대통령의 여당 선거지원이 탄핵사유가 되는 겁니까.



"탄핵안 사유로 선거법 위반, 측근비리, 경제 파탄 등 세가지를 들었는데, 선거법 위반건만 해도 결코 경미한 게 아니죠. 하위직 공무원이었다면 경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대통령 아닙니까. 물론 외국에서는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막는 곳이 별로 없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적 경험과 교훈이 있지 않습니까. 3.15 부정선거를 비롯해. 그래서 딴 것은 다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지만 선거운동에 대해서 만큼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그냥 간과할 수는 없죠."



-선거법 위반건 이외는 별개 사안 아닌가요.



"무슨 소리예요. 검찰이 측근비리 수사를 끝내고 특검에 넘길 때, 또 이번에 중간발표 때의 브리핑을 보면 결론이 이렇게 돼있어요. '盧대통령의 일련의 비리에 대해서는 검찰 나름의 결론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의 특수한 지위, 대통령직의 계속성.안정성을 위해 밝히지 않는 게 낫겠다'. 이 얘기는 결국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측근과 같은 자리에서 자금을 수수하고, 공범 관계, 이런 걸 다 적시했습니다. 선거법에 못지않게 중요한, 집무집행에서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겁니다. 경제파탄도 결국 대통령직 지속의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趙대표는 중앙선관위나 검찰이 여전히 대통령의 눈치를 살핀다고 톤을 높였다. "선관위가 대통령에겐 공식 발표와 전혀 다른 공문을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검찰도 그래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도 세번이나 기자회견을 해서 '내가 지시했다. 나를 잡아가라'고 하는데 왜 안 잡아갑니까. 결국 盧대통령을 고려한 거 아닙니까. (노건평씨.굿머니건 등을 한참 열거한 뒤) 이제는 정말 이런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곳은 국회밖에 없다. 결국 탄핵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요."



-야당 쪽에서 양보하고 협상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나요.



"사흘간 말미를 준 것, 그것 이상 더 어떻게 합니까. 박관용 의장도 마지막 날 청와대에 대통령과 4당 대표회담을 주선하겠다고 했다는 데 거절당했다고 하대요."



-결과적으로 정치불신은 심화되고 국론분열.경제불안에 국제적 위상 실추까지, 잃은 게 너무 많습니다.



"국민의 일반적인 정치권 불신에 대해서는 중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깊이 사과합니다. 하지만 탄핵 추진 과정에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봅니다."



-탄핵안 가결 후 반대여론이 상당히 높습니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글쎄요, 의결 과정에서의 의원 몸싸움 등이 원인이 됐을 거고.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서 국정공백에 대한 두려움, 특히 경제.민생이 워낙 어려운데 이렇게 정치불안이 가중돼서야 되겠느냐는 생각들이 반대 여론의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허리를 곧추세우고 목소리를 높이며) 언론환경, 특히 방송의 탓이 크다고 봅니다. 반대 여론에만 치중해 보도하는 게 크게 작용하고 있어요. 저희 당도 ARS 조사를 하고 있는데 대략 찬성이 45, 반대가 55 정도예요."



-탄핵안 가결 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거꾸로 하락했습니다. 이기고도 진 게임 아닙니까.



"저는 이걸 이기고 지고 차원에서 한 게 아닙니다. 당리당략 같았으면 솔직히 안하는 게 나을 뻔했죠. 지금의 여론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리라고 보지 않아요. 고건 권한대행 체제가 오히려 盧대통령 체제보다 더 안정되게 국정을 끌어갈 걸로 봅니다. 그러면 반대 여론도 조만간 제자리로 돌아올 거예요."



-盧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더니 이번엔 거꾸로 탄핵에 앞장섰습니다. 그럴 수 있나요.



"마음이 복잡합니다. 1년반 전 盧후보의 인기.지지도가 하락하고, 당내에서 후보 교체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어려울 때 그쪽에 참여해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일조를 했는데. 저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후보 내서 당선시켰는데 1년 만에 탄핵을 추진하자니. 인생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정치 무상을 느껴요."



-앞으로 헌재가 어떻게 결정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글쎄요, 지금 예단하는 것은 좀 어렵습니다. 모두가 평상심으로 돌아가 헌재 결정을 지켜보자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결과에 대해서는 다 승복해야겠고. 다만 헌재가, 기본 원칙은 법리적 판단이겠지만 국가.사회.경제 모든 요인과 배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고차원의 결정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3분의2 이상 찬성한 안건이라는 자체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겠죠."



-탄핵 발의의 최종 목표가 헌재 가결까지인가요.



"그렇죠. 그러나 발언을 자제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최근 언론, 특히 방송, 방송은 정부가 장악했다고 보는 데요. 탄핵 사유가 안 되는 걸 당리당략으로 추진했다고 집중 보도하는 등 저는 그런 걸 엄중히 경계합니다."



-헌재가 부결할 경우 책임을 져야겠죠.



"책임을 느껴야겠죠. 그게 나올 때는 16대 국회가 이미 소멸됐을 때라고 보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에 대한 커다란 불신이 되겠죠."



-헌재에서 가결된다면 1년여 만에 또다시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그게 바람직한가요.



"바람직하지는 않죠. 하지만 국회에서 3분의2 이상이 찬성하고 헌재에서 그렇게 결론이 난다면 국민의 의사라고 보고 헌법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되면 출마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허허. 일부에선 무슨 묵계가 있다는 등, 그렇지 않으면 왜 저렇게 앞장서서 저러겠느냐는 말도 하고, 허허허. 저는 그럴 만한 자질도, 능력도 없고요. 저는 그냥 국회의원으로 한 20년 가까이 했는데, 그런 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정도로 나가도 제 인생에 한이 없습니다. 전혀 생각해본 적 없어요."



-헌재 결정 전에 盧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盧대통령은 이미 도덕적 기반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어쨌든 헌재의 탄핵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하야하라, 그런 주장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나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도덕적으로 대통령을 믿는 게 중요한데, 특히 청소년들의 사표가 돼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盧대통령은 이미 심각히 상처입은 셈입니다. 본인이 심각하게 생각하리라고 봐요."



-盧대통령은 헌재가 국회와는 다르게 결정할 것이라고 했는 데요.



"글쎄 그렇더군요. 어제(12일) 발언을 보면 아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국민은 과연 이대로 4년을 갈 수 있을지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많은 시민단체가 개혁을 반대하는 수구 세력들의 반란이라고 반발하며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무슨 정략적 동기에 의한 합법적 쿠데타라느니 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널리 알리려고 합니다."



-외교.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간단치 않습니다.



"우려가 큰 줄 압니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 중지가 이번이 다섯번째인데 지금까지는 다 유고사태에 의해 초래된 것이지만 이번엔 정상적으로 국가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대외정책이나 신인도 등에는 거의 영향이 없으리라고 봐요. (외국의 사례를 열거한 뒤) 민주주의 국가에서 탄핵 제도가 있어서 법에 따라 절차를 밟는 거죠. 미국에서도 클린턴.닉슨 등 탄핵 절차가 진행됐는데 그것을 계기로 오히려 민주주의가 더 활성화됐다는 게 일반적 평가입니다. 당대에서는 모르겠지만 후세에 헌정사에서 그래도 16대 국회가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했다고 평가받으리라고 봅니다."



-총선에 미칠 영향도 크겠죠.



"단기적으로는 우리 쪽에 불리하게 돼있고요…. 탄핵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정당 지지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반대로 저희 지지층도 탄핵을 통해 결집하는 결과도 있어요. 달라질 겁니다. 이번 총선의 제1 화두는 깨끗한 정치인데 그 측면에선 민주당이 가장 유리하다고 봅니다."



정리=박신홍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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