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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의 역사 칼럼]왕실의 파트너, 外家의 위력

홍국영(1748~81)은 정조가 왕위에 오른 지 4년 만에 실각하고 말았다. “대저 28세에 양손으로 하늘을 받쳐 나라를 태산 반석 위에 올려놓고, 32세에 최고의 반열에 올랐으니 기록이 있은 이래로 신하에게 없었던 일입니다.” 이런 칭송을 받던 그가 왜 관직을 내놓고 향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홍국영은 본디 사나운 성질에 교활한 재주까지 가졌습니다. 하늘의 공을 자기 힘으로 알고, 스스로 방자하게 조종하고 여탈(與奪)하였으니 신하 된 도리가 없습니다.” 관직을 떠난 홍국영에 대한 평은 이렇게 달라진다.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권력의 무상함이 아니다. 홍국영의 무엇이 실각의 결정적 원인이었느냐가 관심사다.

도승지이자 숙위소(宿衛所) 대장(일종의 경호실장), 그야말로 안팎을 아우르는 권력이었다. 안티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권력은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당하기 십상이다. 틈새는 홍국영이 외척이라는 사실에 있었다.

정조 2년(1778) 6월 홍국영의 누이동생이 후궁으로 간택되었다. 그이가 곧 원빈(元嬪)인데 어찌 된 일인지 후궁이 된 지 1년도 안 돼 죽고 말았다. 홍국영은 외척으로서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홍국영의 행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조의 동생 은언군의 아들 담(湛)을 원빈의 양자로 삼으려 했다.

작호를 처음에 완풍군(完豊君)이라고 했다. 원래 종친의 작호는 외가 성씨의 관향을 따르는 것이 관례다. ‘완풍’에서 ‘풍’은 홍국영의 본관 풍산에서 따온 것이었다. 실제 홍국영은 완풍군을 늘 ‘생질’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고는 ‘저사(儲嗣)를 넓히는 일’, 즉 후궁을 다시 들이는 일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게 했다. 완풍군을 원빈과 정조의 후사(後嗣)로 삼아 다음 왕이 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위험한 시도였다. 아무리 정조와 친구 같은 사이라 해도 정조가 아직 28세인데, 이미 죽고 없는 후궁에게 양자를 들이고 그를 후계자로 삼을 이유가 있겠는가. 새로 후궁을 얻어 왕자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누가 봐도 무리한 일이었지만 홍국영은 그렇게 마음먹었다.

“옛날부터 임금의 외척으로서 위권(威權)을 마음대로 부리다가 낭패하지 않은 자는 드뭅니다. 김주신의 집안만이 끝내 보전했는데 이는 그가 다른 사람보다 어질어서가 아니라 숙종께서 처음부터 권병(權柄)을 빌려주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홍국영 탄핵의 한 구절이다.

조선은 고대 이래 처가나 외가와 깊은 공조관계에 있었다. 왕실도 예외는 아니다. 외척은 부수적인 세력이라기보다 파트너였다. 그 파트너는 때때로 권력을 사이에 두고 왕과 미묘한 갈등관계에 빠졌다. 홍국영이 생질을 통해 다음 왕 자리를 넘본 것은 외가 영향력이 센 우리 가족제도의 특성에 기인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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