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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진단] “올 대선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보수가 최초로 헤게모니 잡은 것”

■ 막판에 ‘과거 폐습’ 다 쏟아져… 수도권 표심 주목해야

■ YS·DJ 등 막후 실력자의 몰락… 이명박 대세론은 없다

어디서 본 듯한 ‘구태 데자뷰’ 선거로 막판 혼전
정치 전문가 4인이 말하는 ‘2007년 대선’

■ 정동영의 민주당 합당의 명암… 지역정당으로 몰락할 수도…

■ 이회창 출마는 내년 총선 겨냥… 후보 사퇴 쉽지 않을 전망

■ 박근혜의 진정한 敵은 이회창… 지역·이념적 지지기반 겹쳐




월간중앙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과 ‘BBK 의혹’의 주인공 김경준 씨의 귀국으로 2007 대선은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깊은 미궁 속에 빠졌다. 선두주자의 지지율이 50%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이번 대선. 그 최종 향배를 전문가 4인의 방담으로 풀어냈다.
참석자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 김민전 경희대 교수/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장



사회

허의도
월간중앙 편집장



일시

2008년 11월13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것만 같던 2007 대선이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갑자기 긴박해졌다. 균열의 시초는 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지난 11월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후보. 여기에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송환까지 겹쳐 사정은 더욱 급박해 보인다.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50%대 후반을 치솟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졌다. 이명박 대세론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또다시 몸값이 높아진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도 덩달아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BBK 의혹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의 귀국은 또 다른 변수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이명박 대세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명박 대세론의 실체는 있는가? 이회창은 왜 이 시점에서 대선 출마를 결심했을까? 이명박과 이회창은 단일화를 이룰 것인가? BBK 의혹과 김경준 씨 귀국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대선 한 달여를 앞두고 수없이 떠오른 의문을 정치 전문가 4인이 모여 방담으로 풀어냈다.



1 2007 대선을 보는 눈

― 데자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태로 얼룩진다




사회 우선 말문을 열기 위한 한마디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007년 대선을 특징지을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까?



김민전(경희대 교수) 한마디로 굉장히 고정됐으면서도 불안한 선거로 정리됩니다. 과거 어떤 대선에서도 이번 선거처럼 1위 후보가 바뀌지 않고 지속된 적이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고정된 선거죠. 그럼에도 불안정하다는 것은 대세론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그 대세론이 불안하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선수가 바뀔 수 있는 유동성이 있다는 거죠. 개혁과 비전이 사라지고 정치공학만 남은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영기(중앙일보 정치부장) 저는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대한민국이 자유선거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보수가 헤게모니를 잡은 선거라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지금 보수 진영의 두 후보가 1, 2위를 차지하면서 지지율이 60%가 넘습니다. 보수의 약진과 강화, 이것은 최초의 현상입니다.



보수진영의 최초의 반격



또 하나의 특징은 누가 ‘데자뷰’라는 표현을 썼던데, 어디선가 본 듯한 현상들이 다 일어나고 있어요. 첫째가 끼어들기, 즉 무임승차 데자뷰입니다. 1997년 한나라당의 이인제 후보가 끼어들었듯 이번에는 동부벨트가 분열된 틈을 타 이회창 후보가 무임승차하는 데자뷰가 나타났죠. 후보단일화도 마찬가지예요. 범여권 지지율이 워낙 바닥이다 보니 후보 흔들기가 일어나면서 후보단일화 또는 후보 교체 이야기가 서부벨트에서 나옵니다. 이것도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데자뷰죠.



안부근(디오피니언 소장) 저는 두 개의 단어로 말하고 싶은데, 하나는 ‘반 노무현정권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여권의 인물난’입니다. 이것이 연결돼 있어요. 노무현 정권은 스스로는 잘했다고 하지만 국민이 실망한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그 실망을 안겨준 주체가 인물난에 시달릴 것은 너무 당연하죠. 그나마 쓸 만한 사람 다 쫓아내버렸어요. 그 두 가지가 오늘날 한나라당의 독주를 낳은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닌가 합니다.



박성민(정치컨설팅 민 대표) 데자뷰라는 표현이 아주 재미있네요. 이것을 다르게 이야기하면 ‘반복’이겠죠. 이회창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 말들은 모두 예전에 자신이 당했던 것들이거든요. 대권 삼수와 정계복귀는 DJ에게 당했던 것이고, 후보가 불안하다며 중간에 끼어드는 것은 그대로 자신이 이인제 후보한테 당했던 것이잖아요?



김민전 데자뷰라기보다 오히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웃음)



박성민 말을 좀 더 보태죠. 저는 2007 대선의 특징을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가 최초로 보수가 진보에 책임을 묻는 선거입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선거는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수구다 부패다 하면서 낙인을 찍고 책임을 물었습니다. 최초로 그것이 안 먹히는 상황이죠. 이른바 보수의 대 반격인데, 이것은 독일·프랑스·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 현상입니다.



둘째는 보수가 게임 방식을 권투 같은 개인기에서 축구 같은 단체 경기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링 위에서 선수 한 명만이 뛰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올라가 뛰고 있어요. 정당정치인만 뛰는 것이 아니라 법조계·시민단체·기업 등이 다 함께 뛰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누가 자기혁신을 더 잘했느냐입니다. 한나라당이 안 변했다고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노선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노선인 이회창 후보의 노선에서 약간 중도로 이동했습니다. 대북정책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했고, 복지정책의 일부를 여권으로부터 빼앗아왔습니다. 반면, 범여권은 한나라당, 즉 보수가 갖고 있는 좋은 점을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어요.



진보 진영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민노당이 그 예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반자본을 신념으로 삼다 보니 설 땅이 없죠.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이나 대통합신당도 신자유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완전히 페이스를 잃은 채 답을 못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이번 선거 자체를 하기가 어려워졌죠.



김민전 방금 앞에서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을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 즉 이회창 후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통합민주신당을 만든 것도 결국 3당합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 스스로 욕했던 행태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죠. 그럼에도 저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봅니다. 새로운 현상도 많거든요.



그 중 하나가 지역구도의 변화입니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선거를 주도해온 것은 동부벨트 대 서부벨트의 경쟁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영남과 호남의 지지가 아니라 수도권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입니다. 수도권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후보가 대권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죠. 수도권이 경제적 헤게모니뿐만 아니라 정치적 헤게모니도 갖는 시대로 접어든 셈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이념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의 이념은 북한에 대한 태도와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결정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변하고 있어요. 이번 선거를 탈이념 선거라고 하는데, 이는 바로 북한이 더 이상 이슈가 안 된다는 의미죠. 대신 서구처럼 경제에 대한 생각과, 정부의 크기와 역할에 대한 생각이 후보의 이념을 가늠하는 잣대로 바뀌었죠.



상상력 빈곤이 과거 성공 사례 끄집어내



전영기 북한 이슈가 사라진다는 말씀입니까?



김민전 주요 쟁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박성민 저는 주목해서 보는 것 중 하나가 대선구도에서 선출권력이 대중에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TK(대구·경북)의 맹주 김윤환이 이회창을 민다’ 혹은 ‘DJ가 누구를 민다’는 등 뒤에서 대충 누가 누구를 지지하면 그것이 투표에 먹혔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것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요. 현직 대통령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마음이 있어도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해요. 막후 실력자가 몰락한 선거라는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죠.



사회 앞서 김 교수님께서 개혁과 비전은 실종되고 공학만 남았다고 하셨는데,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의 행보는 거꾸로 가는 듯하거든요.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김민전 정치공학이 난무하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대의 주류 흐름은 있습니다. 그 흐름을 공학만으로 규정하기는 힘들죠. 제가 공학이 난무한다고 했던 것은 범여권의 움직임에 대해서입니다. 정동영 후보가 당을 몇 번씩 바꾸면서 지지율을 2%에서 10%로 끌어올리는 그 사이에 무수한 정치공학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죠. 이회창 후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일화를 위한 것이라느니, 만약 이명박 후보가 잘못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느니 하는 것도 모두 정치공학적 명분입니다.



박민성 저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집단적으로 상상력이 고갈됐다고 봐요. 새로운 변화가 너무 급격히 오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안 움직이게 됐습니다. 뒷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졌죠. 상상력은 빈곤하고, 뜻대로는 안 되고 하다 보니 집착한 것이 과거의 성공 사례입니다. 이럴 때 후보단일화를 하면 좀 뜨더라, DJ를 보니 대권 3수도 욕은 조금 먹겠지만 되더라 하는 식이죠. 과거 승자들의 수법이 모두 등장하니 마치 공학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김민전 그것이 공학입니다.(웃음)



안부근 맞습니다. 지난 주말(11월11일)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머리를 숙인 것도, 또 어제(11월12일) 박근혜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두고 “정도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도 모두 공학입니다.



2 이명박의 고공행진 & 대세론

― 인물에 대한 지지 아니라 보수세력 성원하는 것




사회 이명박 후보의 오랜 지지율 고공행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성민 우리나라에는 PK(부산·경북)와 TK(대구·경북)가 가지고 있는 과점 카르텔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대통령직선제를 유지하는 한 이 쪽 후보 지지율이 50%를 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1992년 대선에서도 YS가 압도적으로 50%를 넘었어야 하는데, 정주영 씨가 후보로 나오는 바람에 42%로 떨어졌죠. 1997년 대선 때도 이인제 후보 때문에 그렇게 됐고요. 2002년 대선에서도 정몽준 씨가 노무현 후보 측에 붙으면서 40%대 밑으로 떨어졌던 것이죠. 이번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 지역의 분열이 없었으니 50% 이상의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또,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면서 지지율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도 정상이고요.



김민전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후보 지지율의 핵심은 서울과 수도권의 지지율입니다. 서부벨트와 동부벨트로 나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뀌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그 동안 정치권력이 여의도 내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대부분 주지사 출신입니다. 이들이 출마하며 내세우는 것이 “나는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라는 것이죠. 저는 우리나라 정치가 미국 정치에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창 후보가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 예죠.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나올 대통령 후보들이 계속 아웃사이더임을 주장하면서 여의도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박민성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는 국회의원 당선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곧 권력에 가까워짐을 의미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3선이니 4선 혹은 5선 배지를 다는 것은 도저히 대통령에 출마할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김민전 맞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 비해 어려웠던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박 전 대표와 이 후보 개인을 두고 보면 이 후보가 더 보수적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박 전 대표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이 후보는 중도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이 후보가 국회의원이 아니라 서울시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계속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서였습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계속 싸워왔기 때문에 보수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죠.



안부근 저는 이명박 후보의 장기간의 고공행진 이유를 범여권의 인물 부재 때문이라고 봅니다. 상대방에서 (지지율을) 받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고공행진을 하지 못해요. 또 하나는 노무현 정권이 지금까지 국민한테 보여준 행태에 대한 반작용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말만 골라서 했어요. 설득과 의사소통에 실패한 것이죠. 이명박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 다른 점은 실용이고 실천입니다. 현란한 말잔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여주는 것이죠. 그 예가 청계천과 서울숲입니다.



사회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약간 균열이 가기는 했지만, 국민의 관심은 이명박 후보가 대세론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다시 말해 이명박 후보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물 대세론 vs 보수세력 대세론



박성민 흔히 이명박 후보의 경영자로서의 능력과 서울시장으로서의 업적이 오늘날 지지율의 바탕이 됐다고들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지금 각종 네거티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거든요. 이것을 보면 현재 이 후보의 지지율이 이 후보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수세력에 대한 지지라고 봅니다. 이 정도 의혹이 2002년 대선에 제기됐다면 벌써 지지율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사실 이회창 후보의 의혹은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사회 ‘이명박 대세론’이 아니라 ‘보수 대세론’이라는 뜻입니까?



박성민 그렇습니다. 보수세력 대세론이죠. 보수세력이 5년 전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을 주저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무조건 바꿔야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BBK 의혹도 지지율에 영향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보수화 경향에 10년 야당 생활의 ‘헝그리 정신’이 보수를 떠받치는 것이죠.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됐어도 지금 정도의 지지율이 나왔을 것입니다.



운 좋게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돼 그 효과를 누리는 것이고요. 청계천과 서울숲 등 이 후보 개인의 업적이 기여하기도 했지만, 이는 중도나 진보에서 한나라당으로 넘어온 사람들에게 명분을 줄 뿐입니다. 이 후보를 찍기는 찍어야겠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찍느냐 하는 고민 끝에 나온 자기정당화와 명분이죠.



김민전 글쎄요. 저는 이명박 개인의 기여도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과거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 시장에 대한 서울 시민의 지지도가 80~90%까지 나왔습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지지율도 70% 정도 됐고요. 다시 말해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이나 도지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 중요했다는 것이죠. 범여권에 인물이 없는 이유도 저는 범여권이 지방선거에서 거푸 진 것이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정치권력이 중앙에서 만들어져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지방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이 대선권력의 풀을 형성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요. 결국 지방선거에서 누가 더 잘했느냐가 5~10년 후 중앙정권을 누가 갖느냐를 정하게 되는 것이죠.



전영기 저는 이명박 대세론은 없다고 봐요. 또 있다고 해도 이명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이 후보의 지지도가 1년 이상 굉장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높은 것과 대세론은 다릅니다. 삼각구도든 사각구도든 안정적 구조가 있어야 대세가 있다고 할 수 있죠. 가장 대표적인 ‘대세’는 1992년 YS의 대세였어요. 충청도와 경상남북도의 안정된 지지 계층을 바탕으로 전라도를 그냥 포위해 버렸죠. 제가 현장에 너무 밀착해 미시적으로 봐서 드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한 번도 이 후보가 안정됐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질적 토대가 있어야 진정한 대세론인데, 이 후보는 그것이 없다는 것이죠.



“한나라당이 오히려 이명박 덕을 보고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말을 바꾸거나 BBK 의혹에서 뭔가가 터진다면 이 후보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대세가 아니죠. 또 하나, 이명박 후보는 오히려 대세론을 거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졌던 것도 이회창 대세론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 후보 측 내부는 2002년 11월 무렵의 이회창 후보 측 내부와 똑같아요. 자리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죠. 이런 의미의 망하는 대세론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아요.



박성민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물 대세는 없지만, 세력 대세는 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가 굉장히 지속적으로 안정돼 있어요. 대통합신당의 지지율은 10% 남짓에서 올라가지 않아요. 반면, 한나라당 지지도는 최근 조금 낮아졌지만 50% 전후로 2년 가까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명박이라는 인물이 취약하다고는 하지만 이 강력한 한나라당의 후보로 뽑힌 사람 아닙니까? 박근혜도 그것을 인정한 것이고요.



전영기 저는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득세에 올라탄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의 덕을 보고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후보는 업적과 관계없이 본인의 경력이 ‘나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거든요. 얼마 전 이명박 후보 스스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내가 도덕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입니다. 즉, 이명박은 일을 맡기면 잘할 것 같은 주자입니다. 거기에 걸맞은 업적도 있고요. 지역과 관계 없이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죠.



3 이회창의 등장, 그리고 범 보수단일화

― 昌, 노선의 실패를 아직 모르는 것이 문제…단일화는 어려울 듯




사회 이 대목에서 이회창 후보의 등장을 논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박성민 제가 먼저 이야기할게요. 이회창 후보는 하나는 정확히 보고, 하나는 완전히 잘못 봤어요. 자기가 나서면 일정한 지지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과,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이명박 후보 개인의 지지율이 아니라는 것은 정확히 본 것이죠. 그렇다면 무엇을 잘못 봤느냐? 1997년도에는 IMF 외환위기 때문에 졌다고 해도 2002년도 대선에서는 자신의 노선이 또 실패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죠.



김민전 자신은 네거티브 선거운동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잖아요?



박성민 처절한 반성 끝에 나왔다면 이번 대선 상황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출마 선언문을 보면 전혀 그런 부분이 없어요. 오히려 뜬금없이 데모대를 때려잡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죠. 저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을 들으면서 저 노선으로 실패한 양반이 더 저 쪽으로 갔구나 싶었어요. 이명박 후보가 유고돼도 그 표가 이회창 후보한테 모두 갈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일부는 가겠지만 승부는 알 수 없게 된다고 봐요. 오히려 투표율은 뚝 떨어지고, 폭동 수준의 데모가 날지 모를 일이죠.



김민전 저 역시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의 스페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유고된다면 한나라당이 보수의 전반적 강세에도 지는 것은 명백합니다.



전영기 저는 이회창 후보가 매우 합목적적인 정치인 혹은 합리적인 정치인이라고 봅니다. 이번 출마도 자신의 정치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이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에는 ‘뿌리’가 있어요.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과 충청도가 있고, 성향으로는 안보 진영이 있어요.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기본적으로 20%가량 나오는 이유죠. 반면 이명박 지지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중 누가 더 센가인데, 둘 다 견고합니다. 이명박은 ‘시장보수’이고 이회창은 ‘안보보수’입니다. 이회창이 뒤늦게 도전장을 던진 것은 시장보다 안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결과입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는 내년 총선에 애국우파당 또는 애국보수당을 만들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요. 저는 이회창 후보가 내년 총선에 전면 대응할 것이라고 봅니다. 나간다면 10~20석 얻을 수 있다고 보고요. 그는 딱 그만큼의 정치적 공간을 보고 나온 것이죠. 진보 진영에는 정동영이 있지만 골수 좌파인 민노당도 있는 것처럼 내년 총선 이후 2008년 정치는 이렇게 안정된 4각 구도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 이회창 후보가 총선까지 계산하고 있다고 전제한다면 막판 후보단일화는 어렵겠죠? 그런데 이회창 후보는 자꾸 그럴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거든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전영기 좀 무리하게 단언한다면 절대 안 일어난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사회 범여권 후보단일화로 막판 30 대 30 대 30의 3자 대결구도로 간다고 해도 그럴까요?

김민전 범여권의 지지율이 올라가도 이회창 후보는 절대 사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범 보수 유권자들이 한 쪽에 표를 몰아주는 일은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럴 경우 결과적으로 단일화 효과는 날 수 있겠죠.



박성민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면서 한 이야기는 전부 거꾸로 해석해야 합니다. “살신성인할 수 있다” “여론의 동향에 따라 물러날 수도 있다”는 말은 사실 물러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좌파정권을 종식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불안해서 나왔다”는 말도 좌파정권 종식이 확실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고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린다면 못 나옵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총력으로 도와야죠. 지금 상황은 범여가 완전히 지리멸렬해 자신이 나가도 1~2등을 다툴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온 것입니다.



이명박·이회창 후보단일화는 없다?



사회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박성민 1987년 선거부터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는 항상 3파전이었습니다. 1987년 대선은 노태우의 대항마인 양 김이 끝내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해 각각 28%와 29%를 획득했죠. 현재 정동영 후보가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시나리오죠. 1992년 대선 때도 국민당이 총선에서 30석이 넘는 승리를 이룬 뒤 출마한 정주영 때문에 3파전이 됩니다. 제 기억에 정주영 씨도 처음에는 지지율이 20%대로 안정적이었고, 한때는 36%까지도 갔죠. 그러다 갑자기 16%까지 떨어졌어요. 그러면서 YS가 42%, DJ가 34%를 얻어 YS가 승리했죠.



1997년 대선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끼어들면서 3파전이 됐는데, YS의 아들을 자처하던 이인제 씨의 지지율은 비교적 완만하게 떨어졌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의 지지율의 추이는 1992년의 정주영 씨 지지율과 비슷한 곡선을 그릴 것으로 봅니다.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떨어질 경우 이명박 후보의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테니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치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물러나라는 말이 없어도 본인 스스로 철회하거나 그냥 가거나 하겠죠. 문제는 두 사람의 지지율이 팽팽할 때입니다. BBK 의혹으로 이명박 후보가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절대 사퇴하지 않을 것이거든요. 최소한 20% 후반에서 30%대 지지도는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도 만약 선거 6일 전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까지 팽팽하다면 그만둘 이유가 없죠.



전영기 위기감이 없기 때문에 (단일화를) 안 할 것입니다.



박성민 저는 1992년 형태가 나타날 것 같아요.



안부근 저 역시 범 보수의 단일화는 후보들에 의한 단일화가 아닌 민심투표에 의해 실질적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방식 말입니다.



4 충청 표심 & 박근혜의 행보

― 박근혜·이회창 18대 국회에서 맞붙을 듯




사회 선거 판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번 대선 역시 막판 3파전으로 흘러가면서 일정수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요인들이 개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선거가 다시 충정 표심에 달렸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오고요. 요즘 충청 표심을 읽어보면 이명박 대세론에 솔깃하다, 다시 정동영은 어떤가 망설이던 중 이회창 후보가 등장하니 또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과거 충청도 표심과 이번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안부근 2002년 대선 때도 충청도 표심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행정수도 공약이 나오자 동군·서군으로 나누었을 때 아주 약간 서군 쪽에 기울었죠. 크게 기울지는 않았습니다. 팽팽했죠. 이번에도 그러고 있습니다. 완전히 이명박 후보 쪽도 아니고, 정동영 후보와는 거리가 조금 먼 것 같고요. 이런 상태에서 이회창 후보가 등장하자 그 쪽으로 쏠리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죠.



조금 더 쏠릴 수도 있었는데,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으로 쏠림 현상이 주춤했죠. 이상하게 충청도 표심은 박근혜 전 대표와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가 각개약진하는 가운데 민심이 막판에 한 쪽으로 쏠리겠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BBK 의혹이 별것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이명박 후보 쪽으로 갈 것이고, 별것이면 이회창 후보 쪽으로 가겠죠. 그 반경 안에 충청도 민심도 놓일 테고요.



김민전 BBK 의혹이 별것으로 결론 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골치아프게 되겠죠. 이명박 후보의 공백을 이회창 후보가 다 차고 앉기에는 이념구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안부근 저는 BBK 의혹이 불거져도 이명박·이회창·범여의 지지율이 30 대 30 대 30으로 간다고 봅니다.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이 빠져서 30% 대가 될 것이고, 이회창 후보는 올라서 30%, 범여도 누가 되든 30%는 먹고 들어가겠죠. 이렇게 되면 범 보수의 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는 30%까지 지지율이 올라왔다면 철회할 이유가 없죠. 민심이 알아서 한 쪽으로 쏠리든지 아니면 끝까지 30 대 30 대 30으로 가서 대선을 미궁에 빠뜨리든지 하겠죠.



박성민 마지막 6일을 남겨놓고 여론조사가 금지될 때까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막상막하의 구도로 갈 경우 보수 지도자와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쪽으로 일방적 지지 선언을 할 것입니다.



지적처럼 이번에도 역시 충청 표심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여기가 참 재미있어요. 지난 네 번의 선거를 충청도에서 이긴 사람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특히 충북은 유일하게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4명을 모두 맞췄어요. 충북에서 이긴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는 말이죠. 더 흥미로운 대목은 역대 선거에서 충청도 표심은 자기 고향 사람을 찍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마지막까지 카드를 쥐고 있다 자기 지역에 무엇을 해 주느냐에 따라 표가 움직였죠. 지난 선거에서는 그것이 행정수도였고요.



이 지역의 상징 인물이 심대평 후보입니다. 심 후보는 최근 이회창 후보 이야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명박 후보와 손을 잡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범여권의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 쪽과도 손을 잡을 사람이고요. 이것이 결국 충청민심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지역에 여전히 박근혜 정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대전지역 토론회에서 육영수 여사 사진과 오버랩해서 ‘충청의 딸’로 소개하는 영상물을 틀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먹혔어요. 때문에 마지막에 팽팽해지면 박근혜가 한 번쯤 더 힘을 써야 할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사회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 보죠. 박 전 대표가 오랜 침묵 끝에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습니다. 아주 우회적이고 원칙적인 톤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나라당 경선을 거친 후보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어떻습니까? 박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직설화법으로 한 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다시 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민전 저는 할 것이라고 봐요.



박성민 저도 그렇습니다. 박 전 대표는 사실상 한나라당을 만든 사람입니다. 거기 얹혀 있던 이회창 후보와 달리 죽었던 한나라당을 살린 만큼 애착도 강하죠. 또 본인은 경선에 나섰고요. 흔히 정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JP가 DJ와 내각제 사인을 할 때도 그것이 지켜질 것이라고 본 것은 아니거든요. 명분으로 삼는 것이죠. 지금 박 전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해줄 것은 다 해 줬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다 해 주고도 나중에 이명박 후보에게 팽을 당하면 그 힘으로 다시 재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협조를 다 해 주면 그 리스크를 전부 이명박 후보가 지게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박 전 대표를 홀대할 수 있겠습니까? 속으로야 굉장히 싫겠지만 그 타이밍을 빼앗은 것 아닙니까? 이명박 후보가 한 번 더 기자회견을 하며 박 전 대표 이야기를 한 것은 마음은 원치 않았지만 타이밍을 빼앗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읽은 박 전 대표도 그 타이밍을 잃지 않기 위해 이명박 후보 지지 발언을 한 것이고요. 두 사람 사이에 이런 머리싸움이 계속될 것입니다. 박 전 대표가 지금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거나 모호한 태도로 있게 되면 그 리스크를 다 박 전 대표가 져야 하는데,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사회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십니까?

박성민 그럴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전영기 오히려 더 세게 지지 선언을 할 수는 있겠죠.



김민전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이 되면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전영기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수준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추후 입장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더 강력한 발언을 하기에 시의적절한 타이밍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가 자신에게 더 크게 고마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죠.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있어요. 이명박·이회창·박근혜 사이에 진정한 적은 누구이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와 이회창 후보입니다. 지지층도 같고, 형태도 같고, 성향도 안보 보수로 같아요. 지역도 겹치죠. 두 사람 모두 18대 국회에서 정치를 할 사람이고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후보는 경쟁 관계일 수 있지만, 박 전 대표와 이회창 후보는 배제 관계예요. 같이 갈 수 없는 관계지요.



박성민 이명박 후보 유고 시 12월2일까지 후보 교체가 가능한데,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 자리는 자기 것이거든요.



전영기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한테 비공식적으로라도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바로 그 말입니다. 당권·대권 차기도 좋지만 이명박 후보한테 문제가 생기면 한나라당 후보를 박 전 대표한테 넘기겠다는 말이죠.



5 정동영 후보와 범여권

― 집권의 길이냐, 호남당의 새 맹주냐의 딜레마




사회 화제를 범여권으로 돌려 보죠. 최고 관심사는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여부인 것 같은데,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통합신당과 민주당 합당 선언도 있었거든요.



안부근 합당했다고는 하는데, 저는 그 당 이름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저는 이번 합당은 또 하나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 다음 단계가 필요한데, 그게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는 모르겠어요. 바로 전라남북도 통일운동입니다. 이를 위해 발을 내디딘 것이죠. 거기서 끝나는 것이 물론 아닙니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표심 공략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이야기가 고건 전 총리의 재등장입니다. 합당으로 이인제 후보가 아웃되면 정동영 후보만 남게 되는데, 이때 최종 단일화 단계에서 고건·문국현·정동영 3자 회동을 만든다는 것이죠. 그렇게 명분을 획득해 3자 혹은 양자구조로 끌어가겠다는 것입니다.



박성민 고건 전 총리가 다시 나오는 것입니까?



전북과 비전북은 지역구도라고 할 수 없었지만…



안부근 테이블에는 앉힐 수는 있겠죠.



박성민 그럼 출마 선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부근 촉구대회 형식이 될 것입니다. 본인은 끝까지 생각이 없다고 하겠죠.



박성민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전격적인 합당을 두고 많이 당혹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도로민주당으로 간 것이라고 봐요.



안부근 이미 이회창 후보가 룰을 깼으니 진보 진영도 못 깰 이유가 없죠.



박성민 도로민주당이라면 정동영 후보가 반성문을 제출하기는 해야 할 텐데, 그것을 노무현 대통령한테 제출할 것이냐, DJ한테 제출할 것이냐가 흥미롭습니다. 문제는 정동영 후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느냐인데, 정동영은 호남후보인데, 정동영만으로는 수도권의 호남표가 안 움직였어요. 반면 이회창은 부산·경남·대전·충청에서 범여권 표를 갉아먹고 있고요. 심지어 이번 대선에서 완전히 소외된 부산·경남도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 본인이 표를 쭉 세어 보니 호남 표도 전북만 가지고 있지, 전남은 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죠. 무엇보다 수도권 호남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고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난번에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이 실수였구나 하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합당을 패착으로 봅니다.



사회 그래서 정동영 후보의 딜레마론이 나오는 것이군요?



전영기 정동영 후보의 딜레마는 집권의 길을 가느냐, 호남지역당의 길을 택하느냐로 압축됩니다. 그가 집권하는 것은 한 가지,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으로 낙마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동영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시장우파인 이명박 후보가 떨어져 나가면, 애국우파 이회창 후보가 남는데, 그러면 정동영 후보는 순식간에 중도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거든요. 더구나 정동영 후보는 성향 자체가 기본적으로 중도입니다. 정 후보가 평화를 말하고, 김정일을 말하지만, 이해찬 전 총리와 비교해 보면 아주 심한 중도라는 거죠. 친노와 비교해도 중도이고요. 우리 사회 정통 엘리트 층은 정동영 후보를 받아들입니다. 이명박 후보가 빠져나간 공백에서 애국보수와 중도가 붙으면 무조건 중도가 이겨요.



전영기 그것이 정동영 후보의 1번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정동영 후보가 BBK 의혹 규명에 총력을 기울여 끝장을 봐야 할 이유죠.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힘들 테니 현실적 대안으로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후보 교체론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고요. 11월 하순께면 범여권 후보 교체론이 융성해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최종적으로는 호남당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정동영 후보는 나름 호남의 맹주거든요. 전라남북도당 총수로서 자기 세력이 분명히 있죠. 그래서 총선 후 정치는 정동영 후보를 중심으로 한 전라남북도당, 노무현당, 이회창 또는 박근혜당이 돼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성민 정동영 후보는 지금 굉장한 위기에 있습니다. 대선에서 지면 책임지고 떠나야죠. 전당대회를 6월에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의미 없는 약속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것이 말이 됩니까? 약간 위험한 말일 수도 있지만, 후보단일화니 합당이니 하는 민주당 일각의 흐름 속에는 대선이 끝나고 한나라당이 갈라지면 이명박과,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는 전제하에서죠, 손을 잡을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말도 있더군요.



“집권의 길이냐, 호남당의 길이냐”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계속 자신들을 보수 정당이라고 해요. 중도진보도 아니라는 거예요. 중도보수 정당이래요. 이런 말을 하는 진짜 이유는 진보정당으로 이명박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손잡을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것이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총선을 앞두고 어딘가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충청의 심대평 후보도 그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죠.



정동영 후보는 대선에서 질 경우 1월 전당대회에서 두 가지 노선이 제기될 것입니다. 첫째가 진보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고, 한 쪽은 중도노선을 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 싸움에 준비는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부근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선언을 보면 정동영 캠프 내에는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해 보자는 파와 그것은 좀 힘드니 1월을 더 신경 쓰자는 파로 나뉘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겉으로는 대권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총선에 더 집중하자는 말이죠.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다툼은 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정동영이 대선 후보이니 당을 일시적으로 접수한 것인데, 이것이 내년 1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번 합당 선언은 그래서 정동영 후보를 강화해준 것으로 봐야 합니다.



전영기 정동영 후보의 전남으로의 헤게모니 확장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안부근 그것을 위해 (박상천에게) 전북을 대폭 양보하고, ‘로또’를 당첨시켜준 것이죠.



김민전 지역당의 한계는 큰 부담이 될 것이 뻔하잖아요?



박성민 어쩔 수 없죠.



전영기 그래서 저는 지역당을 권력의 본질적 본성이라고 봐요. 세계적으로 모두 마찬가지예요.



박성민 선거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동성입니다. 각 당이 경선을 했기 때문에 현재 정치인의 유동성이 과잉이에요. 국회의원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는 출마하려는 인원이 넘쳐나요. 지금 당장 국회의원 배지를 줘도 될 사람이 지역마다 10명씩은 되는 것이죠. 절대 1당의 1명으로는 조절이 안 됩니다. 이것은 폭발하기 전에 터 주는 것이 나아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합리적으로 시장에서 조정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죠.



안부근 저는 이회창 후보의 등장 전까지는 이번 대선은 지역주의 선거를 탈피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선거를 지역구도로 보면, 결국 전북대 비전북의 대결이었거든요. 비전북이라는 것이 얼마나 커요? 5 대 95라는 지역주의는 없다 이 말이에요. 그래서 지역주의 구도가 아니라고 봤죠. 그런데 이회창 후보가 등장해 충남·대전·대구로 갈라져 충남과 대전을 가져가 버리니, 비전북이 잘게 쪼개지는 양상이 나타났죠. 또 다시 지역주의로 회귀하게 된 것입니다. 원래는 대선에서 통합돼도 총선에서는 찢어지는 것이 거의 관례인데, 이번에는 대선 전부터 이런 분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죠. 다음 총선으로 다가가면서 더 분화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래서는 다자구조로 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6 BBK 의혹과 이명박

― 검찰이 2001년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부담될 것




사회 마지막으로 BBK 의혹이 이번 대선에 미칠 파장을 한번 이야기해 보죠. 흔히 ‘태풍이냐, 허풍이냐’ 하고 물음표를 다는데….



전영기 저는 그것이 2007년 대선 드라마의 가장 절정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입니다. 즉, ‘뭐라카더라’의 문제죠. 입을 타고 어떻게 퍼져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구도의 문제입니다. 저는 모든 사건의 구도가 승부의 70%를 결정한다고 보거든요. BBK 의혹도 그 구도로 볼 필요가 있어요. BBK는 2001년 검찰이 수사하다 중단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의 입장은 우선 ‘이명박은 무혐의’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김경준은 사기·횡령·주가조작을 한 범죄자’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김경준이 미국으로 도망갔다’고요. 그런데 그가 돌아온 것이죠. 어쨌거나 이 사건의 주인공은 김경준이 아니라 검찰이에요.



사회 왜 그렇죠?



전영기 이명박 후보를 잡기 위해서는 검찰이 자기부정을 두 번이나 해야 하니까요. 첫째가 무혐의가 아니라고 뒤집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사기꾼이라고 규정했던 김경준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이죠. 이 점을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어요. 그런데 검찰이 자기부정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검찰의 두 번의 자기부정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만한 힘을 가진 어떤 정치 세력만이 가능하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정권 말 11월의 대통령의 힘은 약합니다. 지금 검찰은 스스로가 힘든 시험대에 올라 있잖아요? 이것이 이명박 후보의 유죄성을 입증하는 데 굉장히 큰 장애가 될 것입니다.



박성민 BBK 의혹은 논란은 있겠지만 개념적으로 어려워서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합니다. 결국 핵심은 기소 여부인데, 그러기에는 주체인 검찰 자체가 현재 흔들리고 있고요. 또 이 상태에서 어떤 발표가 나오더라도 이 판단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김민전 어찌 됐든 현재의 상황이 이명박 후보한테 유리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는데, 유권자도 이제 웬만하면 감동도 안 하고 또 속지도 않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의 비리가 있었다는 등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이상 BBK의 혹은 크게 폭발성을 갖지 못할 것 같아요.



전영기 저는 그러나 이명박 후보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안부근 저는 12월 초쯤에 한 번 더 구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것이 BBK 의혹과 관련이 있을 수 있죠.



사회 남은 한 방은 터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구도의 변화입니까?



전영기 나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성민 검찰의 BBK 의혹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명박 후보는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할 것입니다. 이것응ㄹ 발표하는 순간 데모가 나겠죠. 한나라당 경선이 8월20일 끝났는데,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아직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또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은 지금 남대문에서 농성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검찰 발표가 이명박 후보 기소로 나온다면 저는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봐요.



사회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마무리로 한마디씩 하고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BBK의 주인공은 김경준이 아닌 검찰”



전영기 마무리하자면, 저는 이번 대선의 경우 공작정치가 난무하고 정책이 실종돘다는 뼈 아픈 말도 많지만, 전반적으로는 낙관적이고,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정상적이에요. 2002년이나 1997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대표성이 높아진 사람들이죠. 결국 세상은 정치가 바꿔 나갑니다. 리더십이 바꿔 나가는 것이고요. 그런데 정치와 리더십은 그 안의 구성 분자가 바꾸는 것이거든요. 그 평균 수준이 높아졌어요.



박성민 이번 대선에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과거에 나왔던 현상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저는 결국 희극으로 끝날 것이라고 봐요. 이렇게 한번 다 끄집어 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죠. 새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고요.



김민전 여러 가지 정치공학이 난무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그런 공학에 별로 속지 않는 유권자가 됐다는 것도 희망적입니다. 20년의 정치구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성숙의 한 증거입니다. 그러나 남은 숙제도 많습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정당정치의 복원입니다. 이렇게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가운데서는 정책선거는 도저히 불가능하거든요.



박성민 그래도 역사는 또 도는 것입니다. 마지막 청산을 과정이라고 보면 되죠. 그런 의미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이번에 다시 출마한 것도 충분히 의미는 있어요. 집단적으로 반성할 기회를 준 셈이니까요.



사회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난 11월13일 오전 7시

서울 프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방담을 나누고 있는

김민전 경희대 교수와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장,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왼쪽부터).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자유선거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보수가 헤게모니를 잡은 선거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어디선가 본 듯한 현상들, 즉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전영기



이회창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후 칩거에 들어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문단 교수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지난 11월12일 자택을 나서고 있다.



“BBK 의혹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져도 막판 이명박·이회창·범여의 지지율은 30%:30%:30%로 간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는 철회할 이유가 없죠.”

-안부근



“지방 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이 대선 권력의 풀을 형성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요. 결국 지방선거에서 누가 더 잘했느냐가 5~10년 후 중앙 정권을 누가 갖느냐를 정하게 되는 것이죠.”

-김민전



“이회창 후보는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이명박 후보 개인의 지지율이 아니라고 봤어요. 그것은 정확한데 하나는 잘못 봤어요. 지난 선거에서 자신의 노선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박성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10월16일 충남 천안 아우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충남 대회에 앞서 아우내 장터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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