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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한과 이스라엘

10월 24~25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 전반에 관한 청문회가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연계 의혹을 추궁하는 성토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국무차관보에게 시리아에 대한 북한의 핵 시설 지원 징후가 보이는데도 6자회담을 지속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려 하느냐고 다그쳤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아예 ‘2·13 합의’ 2단계 조치인 불능화와 핵 물질 신고에 시리아와의 핵 연계 의혹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측은 이러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정도의 해명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6자회담 진전과 북·미 관계 개선에 예기치 못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북한-시리아 핵 연계설이 미 정계에서 민감한 정치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가? 그것은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그에 따른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위협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오콘’의 핵심 실세와 ‘이스라엘 로비’는 미국의 안보와 이스라엘의 안보를 동일시한다. 러셀 커크 같은 네오콘 이론가는 이스라엘의 존속을 네오콘을 잇는 핵심적 연계 고리로 규정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 북한이 이라크·이란·시리아 등과 더불어 ‘불량 국가’와 ‘악의 축’으로 지목됐던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북한과 이스라엘의 악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55년 반둥회의 이후 북한은 비동맹, 반패권의 기치 아래 한국과 국제무대에서 외교 경합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주의와 그에 편승한 ‘이스라엘 유대 복고주의자들의 반아랍 책동’을 규탄해 왔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침략자로 규정,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아랍 인민에 대한 전투적 연대성’을 보여 왔다.



북한-아랍 간 유대관계는 외교적 수사를 뛰어넘는 군사공조를 통해 더욱 강화돼 왔다. 67년 ‘6일 전쟁’ 때 북한은 시리아에 25명의 공군 조종사를 포함해 1500명의 군 지원 병력을 파견했다. 73년 ‘욤 기프르/라마단’ 전쟁 중에도 시리아와 이집트에 비교적 큰 규모의 군사지원을 공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로서는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협 인식은 2006년 7, 8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도 표출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침공에 대항해 남부 레바논의 시아파 헤즈볼라 조직은 텔아비브 북부 외곽까지 미사일 타격 능력을 보이면서 이스라엘 안보를 크게 위협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그 책임이 부분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본다. 북한의 미사일 부품들이 이란으로 유입됐고, 이란은 이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시리아를 경유해 헤즈볼라에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으로 부각되는 한 6자회담에서 진전이 있다 해도 미국과의 근본적인 관계 개선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라크 침공 실패와 팔레스타인 문제의 교착 상태로 부시 행정부의 대 중동정책을 주도해 온 네오콘과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외교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이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을 덜어 주고 미국 내 이스라엘 로비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리아 및 이란 등과의 관계에서 필요 없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전략과 대응이 요구된다. 이제 북한도 기존 이념외교의 타성에서 벗어나 변화된 국제 현실에 능동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실리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할 때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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