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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의 나라, 스위스를 만나다

중앙SUNDAY



일일 드라마 ‘인어 아가씨’가 은아리영(장서희) 부부가 신혼여행지로 스위스를 택한 이래 스위스는 예전보다 낯익은 여행지가 됐다. 그러나 융프라우에 오르고, 로잔이나 루체른에 들르고, 스키를 타는 것 외에 스위스를 즐기는 방법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번 머물면 떠나고 싶지 않은 나라, 그곳의 다양한 면모를 만났다. 스위스 사진제공 스위스 정부 관광청

1. 부모를 따라 알레취 하이킹에 나선 아이들.


알레취 빙하에서 즐기는 하이킹



알프스라는 고유 명사는 많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군데군데 알핀로제와 수선화가 피어 있는 고원의 초지(草地), 그 푸른색과 대비를 이루며 멀리 솟은 산봉우리의 만년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로 익숙해진 양떼와 오두막 풍경. 그러므로 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하이킹 코스가 있는 스위스는 선뜻 어느 한 지역을 택하기가 망설여지는 나라다. 그런 점에서 유네스코가 세계 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알레취 빙하는 한 번에 여러 풍경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지역이다.



리더알프에 있는 알레취 빙하는 휘발유 차량의 진입이 금지된 마을 뫼렐에서 케이블카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정거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얼음이 흘러가다 멈춘 듯한 거대한 빙하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반대편 암벽에 단층처럼 새겨진 줄무늬가 눈에 띈다. 19세기까지 빙하가 있었던 자리임을 말해주는 자국이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매년 1km가 넘는 빙하가 녹아내려 지금처럼 낮은 자리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오른쪽으로 빙하를 끼고 출발지인 뫼렐을 향해 내려오는 길은 한동안 경사가 거의 없는 내리막이 지속돼 평지나 다름없는 고원 지대다. 찾아간 계절이 가을이어서 유명한 알프스의 꽃들은 볼 수 없었지만 붉은색과 갈색으로 물든 덤불과 노랗게 바래가는 풀밭만으로도 알프스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군데군데 맑은 웅덩이도 있어 공들여 가꾼 정원처럼 예쁜 풍경을 고스란히 되비춘다.



2. 알레취 빙하는 유럽 최대·최장의 빙하로 유네스코가 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세 줄기 빙하가 만났기 때문에 줄무늬가 보인다. 3. 레스토랑 페피노의 메인 요리인 양고기 구이. 4. 린드너 호텔에 딸린 스파 알펜테름은 물의 온도를 30~40도 정도로 유지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천천히 고원을 통과하면 다소 가파른 오솔길이 나온다. 나뭇가지와 잎이 빽빽해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알레취 숲길은 한번쯤 떠올려보았을 법한 유럽의 소풍길과 거의 흡사한 분위기다. 나뭇잎 사이로 비스듬한 사선의 햇빛이 새어 들고, 고목이 쓰러져 있어 앉아 쉬기에 좋고, 나무껍질 향기가 대기에 가득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햇빛이 환한 풀밭. 나지막하게 자란 풀을 밟으며 뮈렌에 가까워지면 ‘샬레’라고 불리는 알프스 전통 가옥 형식의 마을이 현대적인 호텔과 어울리고, 장난감처럼 귀여운 놀이터들이 섞인 아름다운 뫼렐을 즐길 수 있다.



만일 진짜 빙하 위를 걷고 싶다면 알레취 빙하에서도 보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레만 호수 지역 알프스 리조트인 레 디아블러레를 찾아가 케이블카를 타면 빙하지역 글레이셔 3000에 도달할 수 있다. 평평한 얼음 위를 걸어 절벽 끝까지 도달하면 프랑스 국경 지역 몽블랑이 눈앞에 보이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모파상과 괴테의 안식처, 로이커바드



스위스는 예전부터 피난과 휴식의 나라였다. 제정 러시아가 몰락한 이후 유동 자산을 몸에 지닌 구(舊)귀족들이 유럽으로 탈출하면서 로잔을 비롯한 레만 호반 도시들이 고급 휴양지로 발전해 지금에 이른 것이 그런 경우다. 스위스가 몸과 마음의 피난처를 제공하게 된 데는 한때 질병 치료지로도 각광받았던 온천의 역할이 컸다. 스위스에서 발견된 온천은 250여 군데. 그중에서도 남부 스위스 겜미 고개 기슭에 있는 로이커바드는 알프스 최대의 온천 리조트로 하이킹과 스키 코스가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과 함께 있어 장기간 머무르는 휴양지로 적당한 장소다.



로이커바드는 65개의 수원에서 하루 390만 리터의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온천 마을이다. 온천수의 평균 온도는 섭씨 51도. 마사지와 아로마테라피 센터, 자그마한 가게가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온천수를 마실 수 있는 샘물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따금 목욕 가운만 걸친 채로 한담을 나누는 휴양객들도 마주치게 된다. 유명한 관광지이면서도 한가로움을 간직한 로이커바드는 유럽 지성인들이 즐겨 찾는 마을이기도 했다. 지금도 마을에선 젊은 시절 괴테가 머문 여관 간판을 볼 수 있고, 부근 고산지 산장에선 모파상이 외로움에 지쳐 미쳐가는 산장지기가 주인공인 단편 ‘산장’을 써내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파는 린드너 호텔에 딸린 알펜테름이다. 린드너 호텔과 지하로 연결돼 있지만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풀과 옥내외 온천 풀, 실내 열탕으로 이루어진 알펜테름은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위해 풀을 떠나는 저녁 6~7시 무렵 더욱 빛을 발한다. 오렌지 색에서 시작해 보라색으로까지 변하는 석양 노을이 야외 조명과 섞이고, 날이 저문 알프스 암벽 위로는 채 저물지 못한 햇빛이 남아 잿빛으로 물든 구름이 흘러간다. 여름에는 풀 개장 시간을 연장하기 때문에 별빛까지 볼 수 있다.



알프스의 향기 담은 허브 요리



레만 호수 지역에 있는 빌라르는 눈높이에서 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산악 마을이다. 스키와 하이킹으로 유명한 이 마을에는 일반적인 스위스 요리와는 다른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 조엘 퀜틴이 주방장으로 있는 페피노다.



직접 허브를 가꾸고 야외로 나가 채집하기도 하는 그는 제라늄 꽃이나 담쟁이 잎처럼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식물도 날것 그대로 혹은 소스로 사용한다.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은 허브 잎들을 입에 넣으면 다소 거칠면서도 신선한 향기가 입안 가득 번진다.



스위스 관광청 직원 기 샤넬은 “스위스 음식은 고기와 치즈, 감자 위주여서 먹고 나면 묵직한 느낌이지만 이 허브 요리는 많이 먹어도 몸이 가볍다”고 소개했다.



페피노가 내놓는 대표적인 애피타이저는 담쟁이 잎을 장식한 조개 관자 구이. 연하게 구워낸 관자에서는 소스에 들어간 진한 담쟁이 향기가 느껴지고, 양귀비 씨를 뿌려 곁들인 패스트리도 바삭하다. 메인 요리는 허브 소스를 뿌린 양고기와 감자 그라탱이다. 스위스 전통 요리 방식을 따라 치즈와 크림을 듬뿍 넣은 그라탱은 평범한 요리지만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고, 허브 소스의 양고기는 한국인도 미디엄으로 먹어도 좋을 만큼 잡내 없이 담백하다. 가장 돋보이는 순서는 디저트다.



디저트는 딸기 샐러드와 제라늄 아이스크림. 스위스 어느 지역에서나 창문마다 제라늄 화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 꽃을 아이스크림에 넣겠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청량한 알파인 민트와 딸기 향이 어울린 제라늄 아이스크림은 몸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느낌이어서 코스 마지막으로 손색이 없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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