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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소설은 전문기술로 쓰는 공산품”

김연수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가다. 묵직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고 해서 교양소설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잘라 말하면, 어딘지 한참 부족한 느낌이 인다. 당장 김연수가 섭섭하다고 할 게 분명하다.



권투선수 김득구의 비극 재현한 프로 소설가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김연수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달로 간 코미디언’은, 말하자면 김연수를 빼닮았다. 소설은 김득구에 관한 얘기지만 결코 82년을 재현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걸 작가는 소설 속에 꾹꾹 쟁여놓았다. 작가와 인터뷰를 빙자해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눴다. 그 대화의 주요 대목을 그대로 옮긴다. 워낙 얘깃거리가 많다 보면 이럴 수밖에 없는 거다.



 -김연수는 어렵다.



 “작가로서 내 소설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어쩔 수 없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소통을 염두에 둔 문학 아닌가.

 “물론 그렇다. 나는 내 소설이 왜 어렵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어렵다면 증거를 대라.”



 -물론 댈 수 있다. 소설이 복잡하다. 여러 서사가 꼬여 있고 엉켜 있다. 소설 한 편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한 듯한 인상이다. ‘달로 간 코미디언’도 마찬가지다. 김득구 얘기를 하려면 김득구 얘기만 할 것이지 왜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느냐. 연애 얘기로 시작하는 건 뜬금없어 보인다.



 “김득구는 실존인물이다. 그 사건을 직접 말하는 건 소설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소설에서 김득구란 이름을 끝내 쓰지 않았다. 김득구 사건에서 소설이 비롯됐지만 막상 이름은 쓸 수 없었기에 여러 장치가 필요했다. 여자가 있어야 했고, 그 여자의 실종된 아버지가 있어야 했고, 그 아버지의 실종을 추적하는 단서가 있어야 했다.”(※소설가 ‘나’가 한 여자로부터 실연을 당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그 여자의 아버지는 80년대 유명했던 코미디언이다. 그 코미디언이 김득구 일행이 돼 미국에 원정응원을 갔다가 실종된다. 소설은 21세기인 오늘과 80년대를 수시로 오간다)



 -그러다 보니 너무 복잡해진 거 아니냐. 그럼 작가가 한 문장으로 ‘달로 간 코미디언’의 주제를 말해보시라.



 “소통의 문제다. 그게 안 보이다니…, 실망이다.”



 -왜 하필 80년대로 건너갔나. 김연수는 90년대 작가 아니었나.



 “시대가 구분된다고 해서 삶 역시 구분된다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80년대가 있어 90년대가 있었고 오늘이 있는 거다.”(※김연수는 1970년생, 89학번이다. 다시 말해 386세대의 끝물이다. 이념의 시대가 무너질 즈음 그의 청춘은 시작됐다. 그래서 김연수에겐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이던 90년대 초반이 배경인 작품이 여럿 된다. 문단에서 김연수는 90년대란 세대 의식 속에서 해석돼 왔다)



 -왜 이 소설을 썼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간 적이 있다. 거기 카지노 안에는 TV 모니터 수십 개가 설치돼 있었다. 도박에 지친 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었다. 20여 년 전 한국에서 건너온 권투 선수의 죽음이 저 모니터 중 하나에서 중계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일종의 ‘개죽음’이었다. 카지노 손님에게 잠깐의 여흥을 주려고 마련했던 이벤트에 한국인 청년은 목숨을 걸었다. 소설은 그 비극에서 시작됐다.”



 -소설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러면 돈을 벌 수 없다.



 “돈은 번역을 하거나 다른 글을 써 벌 수 있다. 나에게 소설은 신성한 것이다. 나는 소설가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면 그건 소설가가 아니다.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 나는 무진 애를 쓴다. 나에게 소설은 일종의 공산품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작품이란 뜻이다.”



 -얘기를 듣고 나니 더 모르겠다.



 “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프로 소설가다.”



 김연수는 말 그대로 전업작가다. 오로지 글을 써 밥을 번다. 그러면 시장에서 잘 팔릴 궁리를 할 법도 한데, 그는 그런 쪽엔 영 젬병이다. 김연수는 다만 소설의 격을 갖춘 소설을 쓰고 싶을 따름이다. 독자의 호응은 그 다음이다. 문득 한 늙은 도공의 고집이 떠오른다. 제 목숨 바쳐 도자기를 빚는 도공 말이다. 이런 얘길 슬쩍 비쳤더니 버럭 성을 낸다. “내 소설, 재밌다니까!”

 





◆소설가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작가세계로 등단

▶소설집 『스무 살』(2000년)『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년)『나는 유령작가입니다』(2005년) 장편『굳빠이, 이상』(2001년) 등 다수

▶동서문학상(2001년) 동인문학상(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5년) 대산문학상(2005년)





글=손민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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