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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칼럼] 검증대 위의 386

노무현 정권의 주력은 386이다. 민주화 투쟁 당시의 ‘백만 학도’였던 이들 386세대는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풍(盧風)’을 견인했다. 그들 중 일부는 노 대통령의 참모로 권력의 핵심에 자리 잡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노무현 후보를 앞세워 정권을 잡았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생일에 선물과 함께 보낸 편지에서 “우리의 도구로 변함없이 나가 달라”고 주문했다. 노 당선자는 취임을 하루 앞둔 2003년 2월 23일 청와대 비서진과의 워크숍에서 편지를 소개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대통령은 지금도 중요한 결정을 이들과 상의해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86의 영향력은 계속 넓어졌다. 행정권력 다음 목표는 의회권력이었다. 노 대통령 탄핵 파동에 이은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이들은 무더기로 당선했다. 60여 명의 386세대 의원이 배지를 달았다. 이렇게 이들은 다른 세대보다 훨씬 빠르게 권력의 중심에 진출했다.



  그 결과 386들은 비판하는 사람에서 비판받는 사람, 책임 없는 사람에서 책임지는 사람들이 됐다. 하지만 벼락출세의 후유증이었을까. 이들에 대한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몇 년 걸리지 않았다. 코드인사에 이념과잉 포퓰리즘은 요란했지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다.



  이들의 국정운영 성적은 낙제다. 통일·외교·부동산·교육·양극화·일자리…. 이들의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막판에 이들은 내년이면 백지화될 게 뻔한, 취재선진화라는 포장을 씌워 기자들을 취재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언론 봉쇄정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선무당식 국정실험의 대가는 컸다. 이들이 내건 구호들, 자주·평화·민주·통일의 가치까지 퇴색했고, 이들이 드러낸 능력의 한계는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집권 386’들은 자신들의 역사인식을 강매하듯 국민에게 들이밀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기득권이 됐다. 오만과 독선에 빠졌다. 이들이 ‘민주화 사업자’라고 비난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 전직 청와대 비서관은 퇴임 후 자신의 청와대 재직 시절 경험을 토로하며 “압력이나 로비는 다 386을 통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 정권 출범 후 386을 통하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었으니 너도나도 386을 잡으려고 애썼다.



 대통령의 부산 인맥 가운데 한 명으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실세 386’이 지역 건설업자를 지방 국세청장에게 소개했고, 이 부적절한 만남은 결국 뇌물 수수와 구속으로 이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1년 가까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하고 지금은 “청와대에서 퇴직한 사람이니 우리가 조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간 이들이 외부에 들이댄 잣대와는 전혀 다른 관대함이 보인다.



  지금까지 청와대 386들은 “전문성이 없다고 비난하면 듣겠다. 하지만 부패했다고 하지는 말라. 우린 깨끗하다. 교통위반 스티커 하나 떼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부산 사건은 이 같은 청와대 386들의 주장에 검증이 필요해졌다는 신호탄이다.



  그렇지 않아도 구(舊)권력에 대한 검증은 정권교체기의 통과의례였던 것이 우리 정권사다. 부산 사건은 연말 대선을 전후해 있을 행정권력 분야의, 또 내년 총선에 있게 될 의회권력 분야 검증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낙마할지는 아마 본인과 주변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증 때 개인의 처신과 별도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이들의 국정실험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꼼꼼히 분석하고 따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정권의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그래야 자원의 소모와 국론의 분열로 인한 국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지혜는 간 데 없고, 독선만 나부끼는’ 시절을 또 겪기엔 우리의 갈 길이 너무 멀다.



김교준 정치부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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