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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청각장애 사제 박민서 신부

박민서 신부가 15일 서울애화학교 강당에서 수화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청각장애인의 귀와 입이 되겠습니다.”

"못 듣는 이들을 평화롭게 하소서”
전국서 온 500여 신도 위해 첫 수화 미사

 

15일 서울 강북구 미아3동 서울애화학교 강당에서 가톨릭 미사가 열렸다. 그런데 평범한 ‘일요 미사’가 아니었다. 청각장애인으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6일 사제 서품을 받은 된 박민서(39·베네딕도) 신부가 집전하는 첫 ‘수화 미사’였다. 강론도, 성가도, 기도도 모두 수화로 진행됐다. 그렇게 강당에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침묵의 소리)’가 흘렀다. 침묵의 기도, 침묵의 찬양에 참석자들의 감회도 각별했다<중앙일보 6월26일자 31면 참조>.

 

포도 문양이 새겨진 흰 제의를 입은 박 신부는 “예수님께서 오신 것은 환영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봉사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봉사로 이 길을 걷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또 강론에선 차분하고 분명한 수화로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셔서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서 박 신부는 줄을 길게 늘어선 신자들에게 일일이 성체를 분배했다. 오른손으로 십자가를 그린 뒤 손바닥으로 몸에다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리스도의 몸’이란 뜻의 수화였다. 그는 매번 ‘그리스도의 몸’을 그리며 성체를 나누었다.



이날 미사에는 손님이 넘쳤다. 서울뿐 아니라, 춘천·대구·울산·전주·광주·인천 등 전국에서 500여 명의 신도들이 모였다. 대부분이 청각장애인들이었다. 청각장애인 박수미(44·가톨릭 농아선교회 작은성모회 회장)씨는 “아무리 수화를 잘하는 신부님이 오셔도 복음을 이해하기 어려워 미사 때마다 답답했다. 그런데 청각장애인 신부님이 직접 수화를 하시니까 너무 쉽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수화 봉사자인 최은경 씨는 “우리가 아무리 수화를 잘해도 한계가 있어 마치 외국인이 어설픈 한국말로 설교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그것이 박 신부님의 미사를 청각장애인들이 반기는 큰 이유”라고 했다. 첫 미사에 참석한 박 신부의 큰형 박외서(45·캐나다 밴쿠버 거주) 씨는 “지금껏 잘 이겨낸 동생이 참 고맙고 항상 초심을 잃지도, 잊지도 않는 사제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 신부의 생일이었다. 미사를 마친 박 신부는 “아침까지도 생일인 줄 몰랐다. 개인적인 생일은 중요치 않다. 앞으로는 예수님만 바라보면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화미사를 진행하니 청각장애인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이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사목활동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깊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2살 때 홍역을 앓으며 먹은 약의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었다. “청각장애인이었던 운보 김기창 화백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라”며 부모가 보낸 미술 학원의 원장을 통해 천주교를 처음 접했다. 이후 정순오(53·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 사제) 신부의 후원에 힘입어 1994년 신학 공부차 미국으로 떠났다. 3년 전에 귀국한 그는 영세를 받은 지 22년만에 신부가 됐다.



백성호 기자<vangogh@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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