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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공산권의 개혁물결(상)구종서<본사논설위원>|「잘살아 보세…」시장경제 몸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아시아사회주의국가들의 변혁양상은 중국과 몽고에 의해 정형화되고 있다.
중앙일보 구종서논설위원은 최근 북경대주최 제4차 조선학국제 학술토론회에 참석한 뒤 북한·중국학자와 몽고의 최고지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개혁상황을 직접 들었다. 본지는 구위원의 분석기사를 2회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소련에서 시작된 페레스트로이카가 서진하여 유럽공산권을 변혁시키고 있을 때 우리의 또하나의 관심사는 그 것이 아시아공산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였다.
이 세기적인 격동이 동구를 한바탕 뒤집어 놓고는 아시아로 동진하여 몽고까지 왔다. 그러나 페레스트로이카는 결국 만리장성은 넘지 못했다.
그 결과 장성이남의 공산정권들은 유럽의 동지들과는 달리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그들 나름대로 격변하는 세계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공산권은 북한과 중국·몽고·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등 6개국이다. 그중 캄보디아는 내전 때문에 개혁이나 발전을 시도할 겨를이 없었다. 라오스는 베트남에 종속되어 베트남방식을 그대로 뒤쫓는 입장이다. 따라서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변혁의 관점에서는 주목대상이 못된다.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아시아공산국가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정치는 현상을 유지하고 경제만 개혁하는 중국형과 정치 경제를 동시에 개혁하는 몽고형이 그것이다.
중국형은 일당독재의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둔 채 공산당주도하에 경제만 자본주의방식으로 개혁하는 국가중심노선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형은 유럽형과 대립된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유럽공산권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공산당을 밀어내고 정권을 장악하여 서구식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몽고형은 유럽처럼 의회민주주의적 정치개혁과 자본주의적 경제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근대화 모델이다.
그러나 과거의 지배정당인 공산당이 계속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개혁주체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럽과 다르다. 당내 보수세력이 물러나고 진보적인 개혁세력이 당권을 장악하여 변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도 다르다. 몽고형은 중국형과 유럽형의 중간형태 내지 절충형이라 할 수 있다.
대외개방·시장경제도입이라는 점에서 중국형과 몽고형은 같다. 모두가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수출증대를 위해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자본주의 국가들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우리가 북한의 맹방인 중국·몽고와 수교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문호개방 정책의 결과다.
몽고형에 속한 나라는 몽고 뿐이다. 몽고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여 있으나 역사·문화적으로는 러시아에 더 가깝다.
13세기 이후 몽고의 원제국은 중국을 직접 통치하면서 러시아는 킵차크한국을 통해 2백년간 간접통치해 왔다. 몽고의 공산화 자체가 중국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레닌의 적군지원하에 중국과 싸워서 얻은 성과다. 그 후 70년간 몽고는 소련의 위성국가였다. 그런 몽고가 중국형과 구별되는 개혁모델을 갖는 것은 이해된다.
몽고이외의 아시아공산국가들은 모두 중국형에 속한다. 이들은 불교문화권 내지 한자문화권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동아시아문화권 밖에 있는 몽고와는 달리 이들은 유교와 불교를 정신적 바탕으로 하고 한문자로 표현되는 언어구조를 가지면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동일문화권 구성국들이다.
아시아공산국가들은 공산주의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나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비교적 순조로워 보이는 중국의 개혁도 이미 그 폐해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페레스트로이카인 4화(4개의 근대화)는 고르바초프보다 9년 앞선 79년 등소평에의해 시작됐다. 주은내가 마련해 놓은 4화는 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등 4개분야의 근대화노선이다.
등소평이 4화를 시작하면서 제일먼저 착수한 것은 인민공사의 폐지였다. 그후 농업생산은 연10%이상의 고도성장을 기록하여 5년만인 84년엔 만성적인 중국의 식량기근이 해결됐다.
모택동이 만들어 놓은 집단농장인 인민공사의 폐지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정부는 곧 공업개혁에도 착수했다. 종래의 소련식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 대신에 공유제를 기초로 하는 계획경제의 테두리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이른바 「계획적 시장경제」라는 혼합경제체제다. 「계획적」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이고「시장경제」라는 점에서 자본주의다.
4화정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외개방이다. 79년에 4개 경제특구, 84년엔 14개 개방도시를 설정하여 외국의 자본과 기술도입을 촉진했다. 이런 경제개혁은 그후 질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더욱 증폭시키고 양적으로는 개방구역을 한층 확대했다.
4화의 성공으로 중국경제는 연평균 10%이상의 고도성장이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지금 과대성장 상태에 있다.
그 때문에 부작용도 크다. 과소비와 배금주의의 만연. 관리들의 부정부패, 마약·매춘등 범죄의 증가, 빈부격차의 확대, 도시인플레와 공급과잉등은 중국사회의 새로운 병폐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폐해는 정치개혁이「동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에 도전하는 언론이나 정당·시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 원칙은 천안문사태에서 확인됐고 그후 더욱 강화됐다.
등소평은 4화를 시작하면서 그와 모순되는 4칙을 내걸었다. 4칙이란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독재, 공산당의 지도, 마르크스-레닌-모택동주의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국가경영의 4가지 기본원칙이다.
마르크스는 생산력의 발전으로 사회의 하부구조인 경제상태가 바뀌었음에도 정치체제등 상부구조가 그것에 맞게 변하지 않으면 모순이 폭발하여 혁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경제상태가 바뀌고 마르크스주의를 견지한다고 하면서도 정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모택동의 자력갱생을 포기하고도 모택동주의를 견지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이론적 모순과 강력한 보수파의 개혁반대, 과대성장의 병폐심화등이 지금 중국개혁의 걸림돌이 되어 있다.
몽고는「시네치레르」(개혁)를 내걸고 정치와 경제를 동시에 개혁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정치개혁이 선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대조적이다.
88년12월 몽고의 집권공산당인 인민혁명당중앙위 발표문은 민주하와 복수주의·정보공개·대외개방을 선언하고 당지도부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90년3월에는 인혁당정치국원들이 총사퇴한 가운데 의회인 인민대회의가 일당독재의 포기,복수정당제, 권력분립등이 포함된 헌법수정안을 가결했다.
그해 7월에는 자유선거가 실시됐다. 국제감시단에 공개된 이 선거에는 신생 야당들도 참가했다. 그러나 동구와는 달리 공산정당인 인혁당이 승리하여 계속 집권할 수 있게 됐다.
금년1월에는 새 의회가 소집되어, 서구식 의회민주주의적 헌법을 채택했다. 새 헌법에 따라 지난7월엔 총선거가 실시됐다. 국회의원 76명 가운데 인혁당이 71명을 당선시켰다. 지도부를 바꾸고 개혁을 추진한 인혁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표시다.
이처럼 몽고에서는 민주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은 아직 출발조차 안된 상태다.
소련식 사회주의경제에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소련의 붕괴로 경제원조와 무역특혜가 중단되고 자본, 특히 외자와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의 지도자들도 시장경제의 관리에 익숙지 못하다.
몽고는 중장기 경제계획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하다. 정부가 식료와 일용품의 해결에 최대의 역점을 두고 있으나 그것마저 여의치 못하다.
오치르바트대통령이나 대시욘돈 인혁당수는 몽고가 공산주의적 정치와 사회주의 경제를 동시에 청산하고 서구식 정치·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대해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치르바트는 10년이면 한국이 아시아의 용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수준에 도달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제개혁에 대한 어려움을 솔직히 시인했다. 몽고는 이제 아시아국가라고 강조하면서 그들은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원조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시아공산국가들이 페레스트로이카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수용하면서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현재로는 중국형이 몽고형로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양쪽이 모두 보순과 취약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공산권의 공산주의 수정과정은 많은 위험과 시행착오를 수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호 모순된 4화와 4칙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의 개혁이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밞는 것이라면 몽고는 서투른 운전사가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의 액셀을 계속 밟아대는 것과 같다. 베트남과 라오스는 중국의 잘못을 보면서도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고, 북한은 욕심 많은 운전사가 기름 없는 낡은 차의 시동만 걸어 놓은 채 중국쪽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상태다. 모두가 위험한 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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