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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글로벌시대의 기업환경

"독일은 이제 더 이상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 "독일경제가 훨훨 날고 있다." 1990년 역사적 통일을 이룬 이래 끝없는 경제의 추락을 경험했던 독일의 실물경제 호전에 보내는 세계의 반응이다. 200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였으나 지난해에는 2.6%에 달했고 금년에는 2.5%, 그리고 내년에는 2.8%에 이를 전망이다.



예나 지금이나 '잘사는 나라'에 대한 열망은 양(洋)의 동서를 불문하고 깨뜨려지지 않는 철칙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재화와 서비스가 시공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경제적 성공과 실패가 주는 의미는 계산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 1997년의 외환위기만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과연 정부나 국민이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고 복잡해 창의적이고 역동적이어야 할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기업이 새로 공장을 지을 때 입지선정에서 공장설립 승인까지 35개의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수도권에 입지할 경우 적용 규제의 수는 4개가 더 추가된다고 밝혔다. 개별입지가 아닌 산업단지개발 방식을 택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비단 공장 설립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현실에 맞지 않거나 모순적인 규제에 대한 비판과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대체로 규제를 완화하고 개선하는 데 특별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불필요하게 쥐고 있는 칼자루를 내려놓게 하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지도자들과 그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크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독일경제의 성과는 좌우가 함께하는 대연정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그 뿌리에는 슈뢰더 전 총리가 자신의 직을 걸고 만든 사회보장시스템 개혁안 '어젠다 2010'이 있다. 독일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경제개혁으로 평가받는 '어젠다 2010'은 사회보장비용을 낮춰 재정부담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세금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는 세제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종국적으로 복지혜택을 늘리려면 세수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투자를 많이 유치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기업을 쥐어짜서라도 복지혜택을 늘리자는 생각과는 차원이 다른 역발상이다. 최근에 나온 법인세 개혁안은 법인세 부담을 대략 9%포인트 정도 낮춰 지구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세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일 내의 국내기업과 투자한 외국기업은 더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되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과 세수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회보장과 경제성장이라는 화려한 쌍두마차를 몰던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글로벌 경쟁이라는 정글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변화의 날개를 펴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평등, 그리고 환경 보전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던 정책기조는 '글로벌 경쟁을 위한 기업환경 마련'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빠른 속도로 재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한.미, 한.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발효되면 지금과 같은 낡은 규제 시스템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고, 글로벌 경쟁 체제에 맞는 새로운 기업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부자나라를 꿈꿀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국민도 사람을 따라다니는 대권경쟁보다 정책을 선택하는 대선 레이스에 주목해야 하고, 그랬을 때 비로소 대선후보들도 올바르게 변화될 수 있다.



김형성 성균관대 교수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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