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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여단 북한 정치지도자 양성 주력/문건으로 밝혀진 김일성의 행적

◎종전직전 3년동안 소군대위 노릇/오진우 등 14명 입북 직전까지 사병
【모스크바=김국후특파원】 구소련 국방부 극비문서인 구소련 극동군 제88 특별저격 경찰여단 파일입수로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북한의 김일성이 1942년 6월부터 1945년 9월까지 3년3개월동안 구소군 대위로 복무했던 이 여단의 정체 등이 50년만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북한 현대사의 주장과는 달리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권력의 핵심층을 형성하고 있는 오진우(원수·인민무력부장) 등 빨찌산 출신들이 대일 해방전에서 총 한반도 쏘아보지 못했음이 공식 문건으로 명쾌하게 밝혔졌다.
아울러 김일성 등 빨찌산 출신들 모두가 중졸 또는 국민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1931년부터 1942년사이 중국 공산당과 공산주의 청년동맹(공청)에 가입,중국과 만주 등지에서 중국군과 함께 항일 유격활동을 했었다는 사실이 간잡적으로나마 확인됐다.
이로써 그동안 여러 이설과 논란이 있던 ▲김일성 부대의 대일전 참전여부 ▲빨찌산 출신들의 항일 유격활동 ▲김일성 부대원들의 성분 등이 공식 문건으로 결론을 지은 셈이다.
때문에 북한 현대사 전문가들은 『이 문건은 김일성과 88정찰여단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결정적인 사료』로 평가하고 있다.
이 88정찰여단 파일은 ▲여단장 중국인 주보중대좌가 구소련군이 대일전을 승리로 종전시킨 후인 1945년 8월24일 구소련 극동군 총사령관 바실레프스키원수에게 보낸 보고서(5장) ▲구소 극동군사령부 참모본부 동원조직부장 보좌관 잘린대좌 등 3명의 이름으로 1942년 8월3일 극동군 정찰국장 소르킨소장에게 보낸 보고문(1장) ▲여단장 주보중대좌와 제1대대장 김일성대위가 공동으로 서명,극동군 총사령관에게 보낸 「여단의 전투 작전개시에 따른 활용 방안」보고서(1장) 등으로 돼 있다.
또 ▲여단장 주보중대좌와 참모장 슈린스키소좌(소련인) 명의로 1945년 8월25일 작성한 「북조선에서 일하게 될 소련 극동군 제2전선군 88특별저격정찰여단의 제1대대(대대장 김일성대위) 명단(4장·60명) ▲1945년 8월29일 참모장 슈린스키가 작성한 88여단의 장교칭호 수여자 명단(1장 17명) ▲1945년 8월31일 여단장 주보중과 참모장 슈린스키가 공동으로 작성한 「조선에서의 사업을 위해 브야츠크 88정찰여단에 있는 소련 조선인들의 명단」(1장·14명) 등 모두 6건(13장)의 문건으로 짜여져 있다.
여단장 주보중대좌(창설초기는 중좌)는 소련 극동군 총사령관 바실레프스키원수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이 여단은 42년 6월 스탈린 동지의 직접 지시에 따라 중국인과 조선인 4백명,소련인과 나나이족 1백50명 등 모두 5백50명으로 조직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특히 『여단은 대일전 준비 등 특별한 역할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창설됐으며 이를 위해 극동군 군사위원회의 직접 지도를 받아 군사 및 정치전문가 양성에 주력(폴란드와 체코 등 경우와 같이) 했다』고 강조,소련이 대일전을 위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시켰고 장차 소련의 위성국이 될 한국과 만주 등 국가의 군사·정치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이와 같은 특수 목적을 위해 극동군 군사위 특수 강령에 따라 장교와 사병들에게 3년간 특수 군사작전과 정치·교양사업을 시켰고 사병과 하사관들을 전쟁시기 중대장과 대대장이 되도록 양성,45년 6월에 이 과업들을 모두 완료해 일본 강점자들과의 투쟁에 적극 참가하라는 명령이 하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그러나 소련군의 대일 선전포고가 있은 후에도 전투명령이 여단에 하달되지 않았고 개전 4일후 여단의 작전 계획이 모두 취소되었다』고 밝히고 『이 때문에 여단대원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단 병력활용에 대한 명확한 전망도 못갖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단장 주보중은 극동군 총사령관 바실레프스키원수에게 ▲소련군의 질서유지 업무에 신속히 협력하기 위해 여단본부를 만주의 장춘으로 옮겨 민주인민정권의 기반이 될 반일제 민주단체를 조직토록 하고 ▲여단의 핵심층이 인민군대창설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도록 하며 ▲만주의 모든 중국 공산당원들을 단합시키고 진보적 민주단체 지도자들을 끌어 들이는 사업을 전개하여 일제 참략자들에 저항하는 단일 민주인민전선을 창건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주보중은 이 보고서에서 만일 사령관이 이들 요청을 접수하지 못할 경우 대원들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 또는 중국 제8로군 사령관 주덕의 직속에 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보중의 이같은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보중이 바실레프스키 총사령관에게 이같은 보고를 한지 하루뒤인 45년 8월25일 작성한 「북조선에서 일하게될 극동군 제2전선군 88특별정찰여단의 제1대대 명단」문서가 있다.
속칭 김일성부대로 불렸던 1대대 대원 60명에 대한 직위·계급·성명(중국발음)·생년월일·중국 공산당가입연도·학력·한국명·파견지역 등 8개 항목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기록에는 김일성이 32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다른 문서(45년 8월29일 작성)에는 「88정찰여단의 장교칭호 수여자명단」이란 제목으로 오진우 등 17명의 사병(2명)과 하사관(15명)에게 장교 칭호를 부여한다고 여단장 주보중과 참모장 슈린스키의 사인이 찍혀 있다.
이는 소련군이 이들을 북조선에 파견하기전 이들의 활동영역 등을 고려해 장교 칭호를 수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루후인 45년 8월31일자 문서에는 「조선에서의 사업을 위해 브야츠크 88정찰여단에 있는 소련 조선인」이란 제목하에 이동화의무소좌 등 14명의 명단과 직위·계급·생년월일·당적·학력 등이 기록돼 있다.
이들 3개의 문서를 종합해 볼때 김일성을 비롯한 그의 부대는 45년 8월25일 북한에 보낼 계획이 수립됐음을 읽을 수 있다.
여단창설 직후인 42년 8월3일 작성된 「88정찰여단의 전투작전 개시에 따른 활용 방안」이란 제목의 문서에는 「빨찌산 투쟁작전에는 지방 중국인들과 조선인들을 투입키로 했고 이들중에서 소규모 빨찌산 부대를 조직해 과업실행을 위해 투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88정찰여단의 고문서 파일필사본을 중앙일보에 제공한 플라토니코프씨는 『내가 소련국방부 군사연구소 수석 연구위원(계급 대좌)시절 군사연구를 위해 국방부 중앙고문서 보관소에서 88정찰여단 파일원본을 보고 그대로 필사한 것』이라며 『이들 문서는 「극비」로 분류돼 누구나 열람할 수 없고 특수비밀취급인가자에 한해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아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때문에 소련내에서도 현재 88정찰여단에 대한 공개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처음 공개되는 이들 6개의 고문서는 88정찰여단과 김일성,그리고 그 부대의 조선인 빨찌산대원 연구에 귀중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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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