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행복한책읽기Review] 카메라 대신 입으로 찍은 '시네마 한국'





시네마 공장의 희망

김영석 외 3인 지음, 한길사, 606쪽, 2만5000원



영화, 나를 찾아가는 여정

임권택·유지나 지음, 민음사, 204쪽, 2만3000원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광으로 출발해 평론가를 거쳐 누벨바그를 이끈 감독 트뤼포의 말이다. 이 언저리에 하나를 더한다면, '수다를 떠는 것'이다. 극장문을 나서며 '재밌네, 괜찮네, 시시하네'보다 더 많은 말을 쏟아내고 싶다면, 남보다 쬐금은 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지 싶다.



한국 영화를 다룬 이 책들은 영화에의 욕구를 나홀로 충족하려 할 때 마춤한 책이다. 각각 인터뷰 혹은 강의와 문답, 즉 입으로 하는 말을 글로 풀어낸 것이라 술술 읽힌다. 내용 역시 해박한 영화이론이나 영화사적 지식 없이 쉽게 책장을 넘길 만하다.



우선 '시네마 공장…'은 감독.배우.스태프 47명의 인터뷰를 3부로 나눠 실었다. 1부에는 박찬욱.봉준호.임상수.이명세.허진호.홍상수.류승완 등'충무로 브랜드'로 꼽히는 감독 대부분이 들어있다. 만든 영화는 아직 한 두 편에 그치지만 주목할 만한 감독 김태용.박광현.정윤철.장준환.이해영.이해준.김태식을 포함해 이 책이 꽤 최신형임을 느끼게 한다.



조성우(음악), 정두홍(무술), 김형구.정정훈(촬영), 류성희(미술) 등 스태프 역시 젊은 관객들에게 낯익은 이름들이다. 영화도, 말도 모두 잘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 말을 고스란히 옮긴 것만도 꽤 재미있다.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이 원래는 100컷이 넘을 뻔 했다든가, '살인의 추억'의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를 처음에는 다들 어이없어 했다든가 하는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대목이다.



인터뷰 마다 내용의 밀도가 고르지 않은 것은 이 책의 약점이다. 1부에도 이런 대목이 있는데, 2부의 배우 인터뷰는 안성기.최민식.백윤식을 필두로 그 화려한 면면에 비해 각각의 진면목을 제대로 포착한 것 같지 않다. 3부에 실린 임권택.강우석.박광수.김수용.곽경택 등 상대적으로 영화이력이 긴 감독들 인터뷰도 아쉬움이 많은 쪽이다. 세월과 작품편수 만큼 끄집어낼 이야기가 많은 이들인데, 거기에 이를 욕심이 없었는지 피상적인 문답에 그친 예가 많다. 거의 모든 인터뷰 대상에게 한국영화의 미래를 묻는 것도 그렇다. 책 제목대로 '희망'에 주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정작 알찬 답변을 듣기에 적절한 질문으로 보이지 않는다. '캐롤라이드 영화제'(텔룰라이드 영화제) 같은 오타는 2쇄에서 바로잡을 것으로 믿는다.



책 한 권의 완결성을 놓고 보면 '영화, 나를…'이 윗길이다. 유지나 교수가 임권택 감독을 초청해 8회 동안 영화전공 학생들 앞에서 진행한 강의를 정리했다. 아다시피 임 감독은 처음 10년간 무려 50편쯤을 찍은 다작시대를 거쳐 오늘의 '국민감독'에 이르렀다. 그 이력을 참으로 허심탄회하게 들려주는 감독의 말이 처음에는 퍽 재미있고, 나중에는 경탄스럽다. 평론가.기자가 아니라 장차 같은 길을 갈 후배 앞이라서일까.



'서편제'같은 영화에서 아쉬웠던 대목을 콕콕 찍어 "이 장면만 나오면 도망치고 싶은 심경"이라고 털어놓는가 하면, 잘 찍고 못 찍은 장면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자신을 한껏 낮추면서도 이따금 자랑을 곁들이는 유머는 은근히 웃긴다. 100편에 이른 '거장'이전에 '인간'임권택이 느껴진다.



'서편제''축제''장군의 아들''길소뜸''만다라'등 주요 작품 한 두 편씩을 강의주제로 삼은 점도 이 책이 읽기 쉬운 이유다. 각 영화의 해당 장면 사진을 실어 입체적이다. 곁들여진 평론가 유지나.정재형의 글은 주례사 비평이 아니라 꽤 냉정하게 임권택 영화세계를 요약했다.



두 권의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면, 임권택 감독의 말일 것 같다. '영화 감독이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할리우드식 장르를 한국적 리얼리티로 끊임없이 변주하는 젊은 영화 감독들의 생각과 맞닿는다. 하긴, 수다를 떨려면 '아는 사람'의 '아는 얘기'가 재미있다. 한국영화가 재미있는 이유, 그 재미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남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