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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만 보지 말고 일본도 보자

수년 전 한 연구소로부터 동북아 군사 문제를 다루는 연감 편찬에 일본 부문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첫해만 고생하면 다음해부터는 통계수치 몇 개만 바꾸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받아들였다. 나의 판단은 안이했다. 매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일본의 변화가 얼마나 급격히 진행됐는지를 말해 준다. 전수방위의 나라, 전적으로 수비만 한다는 일본자위대가 중동 사막에 배치됐다. 자위대 임무는 더 이상 일본 방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개정된 일본방위정책은 일본 방위뿐만 아니라 국제안보환경 개선을 자위대의 주 임무로 규정, 일본 밖으로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게 했다. 이제 보통국가 일본에 남은 일은 실제 총을 쏘는 일이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를 상징하는 일이 1월 9일 일어났다.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한 것이다. 일본도 드디어 여느 보통국가들처럼 국방부(ministry of defense)를 갖게 됐다. 패전 이후 61년 만에 일본은 다시 국방부를 갖게 된 것이다. 일본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으로 자위대를 발족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1954년 방위청을 총리부의 외국(外局)으로 설치했다. 일본과 점령 미군은 군부의 폭주를 막지 못해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전쟁과 교전권의 포기와 함께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기로 한 헌법을 채택했다. 내각의 독립된 성(省)이 아닌 청(廳)이 된 것은 헌법9조 때문이었다. 결국 방위성 승격은 헌법 개정의 전주곡인 셈이다.



한국을 비롯한 이웃들은 전후 평화국가 일본에 익숙해 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웃들에 알리는 세 가지의 안심재료를 제공해 왔다. 전적으로 수비만 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 전쟁을 부인하는 평화헌법, 그리고 군국주의 병마개라는 미.일 동맹이다. 그러나 전수방위의 원칙은 형해화되었고 평화헌법의 개정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남은 것은 미.일 동맹이다. 미.일 동맹도 과거 북방의 공산 세력에 대한 방어와 억제를 위한 동맹에서 테러.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행동하는 동맹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이웃들이 자신의 변화를 안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설명하고 행동으로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 일본의 변화는 북한이 아니었다면 족히 20~30년은 걸렸을 것이다. 일본 상공을 통과한 대포동미사일은 일본인들의 안보관에 극적 변화를 초래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변화를 우려만 하는 것도 딱한 일이다. 일본인들은 북한 핵무장은 물론 통일된 한국이 중국에 경도돼 강력한 반일정책을 취할 것을 우려한다. 일본의 변화를 건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우리 역할이 중요하다. 역사.영토 문제만을 언급한다면 일본인들의 의심은 점점 커질 것이다. 역사.영토 문제뿐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메시지도 절실하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강력한 의지와 함께 통일 한국의 평화비전을 일본을 비롯한 이웃들에 제시해야 한다. 멈춘 한.일 FTA도 다시 추진해 협력의 틀로 한.일 관계를 이끌어야 한다. 건강한 일본의 등장은 중국의 부상과 관련 지역의 안정적 균형에 필요하다. 우리 국익은 튼튼한 한.미 동맹을 기조로 건강하고 긴밀한 한.일, 한.중 관계가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의 변화에 너무나 둔감하다. 온통 중국의 부상에 관심이 쏠려 있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친 것에 취해 있다. 야스쿠니와 독도 외에 우리에게 일본은 없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중국 경제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모방 단계의 중국에 비해 일본은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고이즈미 개혁을 통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청산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일본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쓰라린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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