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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 볼모'된 유럽 가스 41%, 석유 38% 러에 의존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와 벨로루시 간 에너지 분쟁으로 유럽에 대한 원유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가격 협상과정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틀어막아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쇼크에 빠진지 꼭 1년 만이다. 러시아와 옛 소련 소속국 사이의 에너지 싸움에 유럽이 연이어 등이 터지는 꼴이다.

유럽은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서둘러 협상을 벌여 석유공급 중단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이번 기회에 러시아 석유와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 수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단절된 '드루즈바(우호)' 송유관=8일 불거진 러시아산 원유의 유럽 공급 중단 사태가 9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에 이어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으로의 원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대유럽 공급망인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석유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벨로루시가 유럽으로 가는 송유관을 차단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송유관 회사 '트란스네프티'의 세르게이 그리고리예프 부사장은 "벨로루시가 자국 송유관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석유에 대한 통과 관세 지급을 요구하며 송유관을 차단했다"고 비난했다.

벨로루시는 4일 러시아가 자국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두 배 이상으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행 러시아 석유에 t당 45달러의 통과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벨로루시는 러시아가 드루즈바 송유관으로 공급되는 원유량을 줄이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벨로루시가 러시아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원유 통과세 징수 명목으로 유럽으로 가는 원유를 뽑아 가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한다.

벨로루시 정부 대표단은 10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과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어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 안드레이 샤로노프 차관은 "불법으로 부과된 관세를 철폐할 때만 협상이 가능하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로루시 대통령도 "국가의 주권과 독립은 석유.가스와 맞바꿀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에너지 안보에 비상 걸린 유럽=러시아와 벨로루시의 에너지 분쟁에 누구보다 신경이 곤두선 쪽은 유럽이다.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해 유럽으로의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전체 가스 수입의 41%, 석유 수입의 38%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안드리스 피발거스는 "각국에 상당량의 비축유가 있어 당장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주 안에 전문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경제장관 미하엘 글로스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드루즈바 송유관 차단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스 장관은 "이번 사태는 유럽이 특정 에너지 공급자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수입원 다변화를 강조했다.

EU는 10일 발표하는 에너지 정책보고서에서 노르웨이.알제리.중앙아시아 국가 등 다른 에너지 생산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에너지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을 촉구하는 제안들도 쏟아지고 있다. EU 의장국인 독일은 올 3월 EU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안보를 핵심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EU의 노력이 당장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30년까지 EU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오히려 70%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U가 에너지 안보에 더욱 불안을 느끼는 이유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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