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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최승희' 조택원을 아시나요

이시이 바쿠 문하에서 춤을 공부하던 조택원의 모습(左). 아래 사진은 1929년 이시이바쿠 무용연구소 시절 아라비안댄스를 추는 무용단원들. 왼쪽에서 둘째 남녀 무용수가 최승희와 조택원이다.
한국 근대 무용의 대모라면 늘 최승희(1911~67)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승희와 양대 산맥을 이룬 또 한 명의 '신무용가'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조택원(1907~76)이다.

조택원 타계 30주기를 맞아 그의 춤 인생을 조명하는 화보집 '춤의 선구자 조택원'(댄스포럼)이 출간됐다. 700여 장의 칼러.흑백 사진과 함께 신문기사, 본인의 글 등이 수록돼 있다. 무용사(史)를 넘어 근대 공연예술사 연구에 있어서도 귀중한 사료인 셈이다.

조택원은 빼어난 무용 실력뿐만 아니라 삶 자체로도 파란만장했다. 함경도 함흥 명망가 삼대 독자로 태어난 그는 휘문고보-보성전문(고려대 전신) 법과를 수학한 엘리트였다. 훤칠한 키에 운동 신경 또한 뛰어나 학교를 졸업한 뒤엔 상업은행 정구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1926년 일본 근대 무용가 이시이 바쿠의 신무용 공연을 본 게 화근(?)이었다. 신무용의 매력을 흠뻑 빠진 그는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를 박차버리고 일본 도쿄 유학을 떠나가 된다.

일본으로 건너가 서양 모던 댄스를 익힌 그는 30년대 중반엔 프랑스로 건너가기에 이른다. 또한 해방 직후엔 미국에서 현대 무용사의 거장 루스 세인트 데니스의 후원 아래 미국 순회공연을 갖기에 이른다. 해외 공연이 쉽지 않던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무려 500여 회의 공연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감각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통했는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화보집엔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네 명의 여인들에 대한 사항도 가감
없이 나와 있다. 첫 번째 아내는 대한민국 초대 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최진의 차녀 최옥진. 그녀와의 사이에 두 딸을 낳고 이혼했던 조택원은 이후 영화배우 김소영과 재혼했고 50년대 미국 순회공연 도중 이혼한다. 이후 일본 모델이자 무용수인 오자와 준코와 사랑에 빠진 그는 60년대엔 한국으로 돌아와 무용인 김문숙씨와 세 번째 결혼을 하며 말년을 보내게 된다.

조택원의 자료를 수집해 화보집을 출간한 무용평론가 성기숙씨는 "풍운아적 기질이 강했던 조선생은 67년 생애에서 한국에 머문 기간이 절반에 불과할 만큼 부유(浮游)하는 삶을 살았다. 최승희만큼 한국 근대 무용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조명을 못 받아 이번에 화보집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내년 조택원 탄생 100주기를 맞아 조택원 자료 기획전뿐만 아니라 그의 춤을 복원하는 작업도 동시에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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