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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IReport] 공무원 연금 왜 개혁해야 하나

"은퇴자 사회는 공무원.교사.군인 퇴직자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양극화될 것이다. 공무원들은 상류 은퇴계층, 일반 국민들은 하류계층이 된다." 연금 전문가인 배준호 교수(한신대)의 말이다. 공무원들이 받는 연금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월급도 적은 데다 퇴직금도 거의 없어 연금이라도 많이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적자생존 아닌 '적자 보전' 구조가 문제

요즘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공무원들은 지난 9일 집단시위에 나서 "연금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150만 공직자에 대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철회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들도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이미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안이 확정되기 전에 은퇴해야 두툼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논쟁은 대체로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 간 '상대적 봉투의 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30년 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공무원들은 지난해 월평균 201만원의 연금을 받았지만 국민연금에 같은 기간 가입한 사람은 월평균 116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식의 주장이다. 공무원들 역시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많이 받는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많이 냈기 때문에 많이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월급의 4.5%를 내지만 공무원들은 8.5%를 낸다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주장이 잘못됐다고 한다. 낸 돈에 비해 퇴직 후 받아가는 돈의 비율(수익비)이 공무원들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가령 2000년부터 20년간 근무한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공무원의 수익비는 3.8이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는 2에 불과하다. 똑같이 1000원을 내더라도 공무원들은 퇴직후 3800원을, 일반 국민들은 2000원을 받아간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많이 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애초부터 더 많이 받도록 연금이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김상호(관동대) 교수는 이를 '직업에 따른 연금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이인실(서강대) 교수는 "연금이 적은 일반 국민들도 국민연금이 부실해진다고 해서 개혁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공무원들이 자기 몫은 줄이지 않겠다면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봉투의 크기'가 아니다.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는 것은 국민 감정상으로는 매우 중요한 문제긴 하다. 그러나 예컨대 공무원연금 관리 공단이 보험료를 알뜰히 쓰거나 운용을 잘해 수익을 많이 올려 더 많은 연금을 주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무원 연금의 적자는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이다. 공무원 연금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공무원이다. 그렇다면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아감으로써 생기는 연금의 적자 부분도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수익자부담 원칙이다. 수혜자와 부담자가 서로 일치하면 형평성이나 공정성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낸 돈보다 많이 가져가든 적게 가져가든 공무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면 된다.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 무너졌다. 2000년 DJ정부가 공무원 연금법을 개정해 연금이 적자가 나면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말이 국가 부담이지, 내용은 세금이다. 낸 것보다 많이 받아가는 통에 공무원 연금기금은 1999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때 혼이 난 DJ정부는 매년 생기는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도록 아예 법을 바꿨다. 배 교수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전형적으로 드러난 법 개정"이라고 비판한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정부 예산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1년 599억원, 2004년 1742억원, 2006년 8452억원 등 모두 1조7437억원의 적자가 났다. 모두 국민 세금으로 메웠다. 또 정부는 내년에 9725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해 이미 내년 예산에 반영해 놓았다. 아직은 적자 규모가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짐이 될 게 분명하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한 보고서에서 "공무원 연금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정부 보전으로 해결가능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연금수지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2020년 공무원 연금 적자는 무려 14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일반회계예산(147조원)의 10%나 된다.



공무원 연금보다 받는 돈이 훨씬 적은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서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노년층인데 부담자는 청장년층이다. 공무원 연금은 여기에 공무원과 일반 국민의 갈등이 추가로 얽혀 있다. 그래서 김상겸(단국대) 교수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단순히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액을 줄이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수익자부담 원칙에 맞도록 공무원 연금 틀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2000년에 개정된 공무원 연금법을 다시 고쳐 국민세금으로 공무원 연금의 적자분을 보전할 수 없도록 바꿔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과 일반 국민 간에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또 은퇴한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도 같이 낮춰야 한다. 먼저 공무원을 했다는 이유로 후배 공무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12월 13일자 E6면 '국민연금보다 혜택 많은 공무원 연금' 표에서 연금 수급 요건란의 공무원연금 10년은 20년으로, 국민연금 20년은 10년으로 각각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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