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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삐삐 "아직 살아있네"

공연 관련 일을 하는 엄진우(29)씨는 가끔 글자만 보이는 파란 화면으로 PC통신 '나우누리'에 접속을 한다. 그는 1995년 나우누리에 가입해 1만5000명이 넘는 음악 관련 동호회(메탈체인)를 이끌기도 했다. 엄씨는 "동호회는 웹사이트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PC통신 시절이 생각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 80~90년대 전화선에 컴퓨터를 연결해 채팅.바둑.동호회 활동을 했던 PC통신. 한때 주요 업체마다 유료 가입자가 100만~300만 명에 달했지만 2000년대 들어 초고속인터넷과 포털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쇠락했다. 200만 명을 넘었던 KTH(옛 한국통신하이텔)의 '하이텔' 가입자는 지난달 말 현재 8000명 정도 남아 있다. 한 달에 3000명 정도가 실제 하이텔에 접속한다.

85년 국내 처음으로 PC통신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천리안'은 아예 포털사이트 'CHOL. com'으로 개편됐다. 옛날 방식으로 천리안에 접속하는 사람은 1000명 안팎이다. 천리안을 운영하는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 박지현 과장은 "천리안은 아직도 전화로 접속할 수 있어 초고속인터넷을 쓰지 않는 사람과 일부 초기 가입자가 계속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8년부터 천리안을 이용한 한의사 강성현(46)씨는 "PC통신에서 다져진 기반 덕에 포털사이트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가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휴대전화 보급 대수가 4000만 대를 넘었지만 받기만 할 수 있는 무선호출기(삐삐)도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2001년 SK텔레콤의 무선호출 사업을 인수한 리얼텔레콤은 012 번호로 무선호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 82년 시작된 무선호출 서비스는 97년 가입자가 1500만 명을 넘었지만 최근엔 1만5000여 명만이 이를 쓰고 있다.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 위험이 있는 화학공장이나 병원 등에서 단체로 사용하고 있고,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일부 개인이 이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PC통신과 무선호출 서비스 모두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운영하는 회사엔 고민거리다. 수입보다 유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운영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익 차원에서 보면 벌써 그만뒀어야 하는 서비스지만 워낙 오래 사용한 고객이 많아 서비스를 폐지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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