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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 전곡 녹음·연주 도전하는 백건우씨

피아니스트 백건우(60)씨는 요즘 베토벤에 푹 빠져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부를 지난해부터 녹음 중이다. 짧은 것은 2악장으로 끝나기도 하고 교향곡처럼 4악장으로 구성된 것도 있다.연주시간도 8분에서 46분까지 제각각이다.


백씨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중 제27번, 제28번을 포함한 독주회 프로그램으로 송년 무대를 달군다. 베토벤에 영향을 준 모차르트, 베토벤에 영향을 받은 바그너.슈톡하우젠의 작품도 들려준다. 독일 음악사에서 베토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때를 같이하여 올 여름 녹음을 끝낸 초기 소나타 음반이 출시된다. 모두 CD 9장으로 나올 베토벤 소나타 전집은 내년 가을쯤 완성된다. 후기 소나타 여섯 곡(제27~32번)의 녹음만 남겨 놓았다. 데카 레이블에서 나온 베토벤 전집으로는 1970년대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녹음 이후 30년만에 처음이다. 내년 12월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8일간(하루에 네 곡씩)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한다.

"베토벤만 연주하다보면 지쳐서 쉬었다 하고 싶기도 할텐데 이상해요. 빨리 녹음을 완성한 뒤 한꺼번에 연주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요. 19일 파리 샤틀레 극장 '일요일 아침 콘서트'에서도 마지막 소나타 세 곡을 연주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사상 최초로 베토벤 소나타를 외워서 전곡 연주한 사람은 카미유 생상. 11세인 1846년의 일이었다. 발터 기제킹, 프리드리히 굴다는 20세 때, 알프레드 브렌델은 39세 때,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40세 때, 아르투르 슈나벨은 45세 때 각각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이에 반해 백씨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내공 덕분인지 전곡 녹음도 3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환갑을 맞더니 베토벤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하고 베토벤에 대해서 뭔가 할 말이 생긴 것이다. 득음(得音)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말이다.

바흐의 '평균율 곡집'이 피아노의 구약성서라면 베토벤 소나타는 신약성서. 교과서인 동시에 '핵심 레퍼토리'다. 피아니스트라면 한번쯤 등정에 도전해보고 싶은 '피아노의 에베레스트'다.

"'평생 연주해도 무궁무진한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했던 빌헬름 켐프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동안 베토벤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지만 이젠 편한 친구처럼 다가오네요."

◆공연메모=12월 16일 안양문예회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1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23일 노원 문예회관, 28일 광주 문예회관, 29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30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베토벤 '소나타 제27번 e단조''소나타 제28번 A장조', 모차르트 '론도 a단조 K511', 바그너-리스트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 슈톡하우젠 '피아노곡 Ⅸ'. 02-751-960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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