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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화] 고 안수길 화백 '호이 - 대자연의 계승자'

만화가 안수길(1963~2005)화백을 본 것은 2003년 1월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에서였다. 한국만화 특별전이 열리던 이 축제에서 안 화백은 예의 과묵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인을 기다리는 프랑스 독자들에게 묵묵히 자신의 호랑이를 그려주고 있었다.

15일 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단행본 '호이-대자연의 계승자'(바다출판사)가 480쪽의 두툼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일본의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만화잡지 '주간 모닝'에 98년부터 연재했던 작품이다. 2001년 고단샤에서 단행본으로 나왔다. 4년여의 기간 동안 한 땀 한 땀 공들인 생생한 호랑이 그림들이다. 이번 단행본은 일본어판이 아닌 작가의 원안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만들었다.

그의 만화는 독특하다. 스토리 전달 위주의 만화가 아닌 한 컷 한 컷이 작품이다. 수염 하나, 털끝 한 올이 살아 있는 듯 정교하다.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사냥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야산 자락을 오가던 경험은 유일한 장편인 '호이-대자연의 계승자' 속에 고스란히 농축돼 있다.

이 작품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죽이기 위해 다른 짐승을 살육하는 외눈박이 흰 호랑이 '백호'에 맞서 싸우는 젊은 호랑이 호이의 일대기다. 여느 동물만화라면 으레 암놈도 등장해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도 하련만, 이 작품에는 그런 게 없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자연의 지혜를 혼자 하나하나 깨쳐 나가며 생존하는 호랑이의 숙명이 그 안에 있다.

"살아남기 위해선 항상 죽을 각오를 해야 해!" "상대의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걸 이용하기만 하면 싸움이든 먹이 사냥이든 문제될 게 없다." "불필요한 살생은 또 다른 희생과 고통이 따른다." "내가 대자연의 일부를 소유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은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의 것이야!"

호이가 깨달은 지혜는 기실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우화다. 안 화백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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