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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날 만난 「수사반장」 최중락총경(일요인터뷰)

◎범죄 없앨 「마지막 전쟁」돼야/인권침해 등 부작용은 고쳐야/“서장도 싫다” 형사만 41년/살인 100여건 등 600건 해결/그동안 만진 시체 2,300구… 올 연말 정년 퇴임
「만년형사」로 널리 알려진 최중락 총경(61)이 연말로 40년 10개월간의 경찰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한다.
말단 순경에서 총경에 이르기까지 오직 범죄수사에만 매달려 각종 강력사건에서 무수한 범죄자를 잡아낸 그는 한국경찰 강력사건 수사분야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인기 TV드라마였던 『수사반장』의 모델이기도 한 그는 강력사건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흰 운동화와 점퍼차림으로 누구보다 먼저 나타나 현장증거를 모으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에 비쳐져 왔다.
1백여건의 살인사건을 포함,6백여건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녹조근정훈장ㆍ포도왕표창 등 모두 1백20여차례나 각종 훈ㆍ포장을 받아 경찰관 가운데 최다 표창기록도 갖고 있지만 이같은 기록보다는 경찰관의 꿈이라는 경찰서장 자리에 한번도 앉지 않고 강력범을 뒤쫓는 음지에서만 일해온 「외길인생」의 집념이 더욱 돋보인다.
충북 음성 출신. 50년 2월 경찰에 투신해 부산동래서 수사과장,서울시경 강력ㆍ폭력계장,인천시경 수사과장,서울시경 형사과장 등을 거쳐 치안본부 형사지도관을 마지막으로 정년을 앞두고 9월1일자로 현역에서 물러난 상태다.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인 21일로 45주년이 되는 「경찰의 날」을 맞아 그의 「만년형사 40년」을 들어본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주로 경찰대학과 수사간부 연구소에서 후배들에게 수사지도를 하고 있어요. 시간이 나면 초ㆍ중ㆍ고교 어머니 모임에 나가 「청소년 범죄예방」에 대한 특강도 하지요. 학부모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또 매일 전국수사 상황을 나름대로 체크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소감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찰서장 한번 못했지만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까지 올랐으니 만족합니다.
더욱이 그동안 잡은 범인이 무죄로 판결난 일이 없어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생각해요. 원하던 대로 수사경찰로 일관하다 끝맺게 된 것도 큰 보람입니다.
­수사경찰을 고집하게 된 동기는.
▲21세 때인 50년 경찰관이었던 형을 따라 경찰에 들어왔어요. 당시에는 전투경찰대에 소속돼 지리산ㆍ태백산 등에서 공비토벌작전에 참가했지요. 53년 10월께 우연히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60대 할머니가 소매치기 당하는 모습을 보고 5대1로 격투를 벌여 범인들을 검거한 뒤 형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젊은 혈기에 뛰어들었는데 그후 천직으로 알고 일해 왔어요.
­그동안 다루었던 주요사건은.
▲수도권의 큰 강력사건은 죄다 훑은 셈이지요. 66년 상업은행 영등포지점 갱사건,69년 홍제동 청기와집 모녀살인사건,70년 정인숙양 사건,79년 금당부부 살인사건,82년 냉천동 3모녀 피살사건과 올들어서는 3월 샛별룸살롱 살인사건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검시한 시체가 2천3백여구 정도는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88년 10월에 발생한 경기도 화성의 아홉번째 연쇄살인 사건이랄 수 있지요. 그때 인천시경 수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살인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상부지시로 경기 도경에 차출됐지요.
피살자 옷에서 나온 숙제 메모쪽지로 국교 5년생 정도라는 사실만 알고 전국 국교 5년생을 대상으로 가출학생을 일일히 파악하면서 신원을 찾아내느라 무척 애를 먹었어요.
계모가 범인으로 검거됐는데 머리카락을 동위원소 분석법에 따라 조사하는 등 과학수사 방식을 동원해 올린 개가였어요.
­그동안 범죄 양상도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까.
▲50∼60년대는 배가 고파 저지르는 비폭력 절도가 주종을 이루었지요.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70∼80년대에는 폭력을 동반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범죄자도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전과자의 재범률이 크게 늘어나고 조직폭력배에 의한 조직적인 범죄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공중전화를 오래 건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식의 충동범죄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한창 진행중인 「범죄와의 전쟁」을 어떻게 보십니까. 또 성공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도 시민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범죄와의 싸움은 경찰만이 해서는 어렵고 시민들의 신고정신과 자율방범체제 확립이 뒷받침 되어야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주택가 대낮 강ㆍ절도사건의 93%가 대문이 열려있는 집에서 발생한 것을 보면 시민들의 자율방범 의식이 얼마나 희박한지 알수 있어요.
그러고 경찰은 범인검거 뿐 아니라 우범지역ㆍ취약시간의 순찰을 강화,범죄예방에 주력해야 합니다. 범죄가 발생하고 난 뒤 일을 하기보다 예방에 주력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더러 그만큰 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요.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방침과 무리한 수사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그같은 부작용은 일과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날로 극심해지는 범죄에 맞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강도 높은 처방이 필요하지요. 가능하면 부작용없이 민생치안이 확립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부작용이 있었다면 이제라도 개선해 나가야 하겠지요.
­창설 45주년을 맞은 경찰의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 경찰은 그동안 기구개편은 여러차례 있었으나 내용에서는 큰 발전이 없었다고 봅니다. 올들어서야 인력ㆍ장비 등이 크게 증가하면서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한때 경찰이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기도 했으나 맡은바 임무를 묵묵히 실천해 나가면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존경도 받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년형사로 에피소드가 많으실텐데….
▲68년인가,과로로 서울 서대문 적십자병원에 입원했을 때입니다. 간호원 기숙사에 도둑이 들얼 환자복을 입고 6일 동안 영안실에 잠복한 끝에 또다시 찾아온 도둑을 잡은 일이 가장 잊혀지지 않습니다.<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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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