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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 400억짜리 합판 세트?

28일 방송된 SBS TV <연개소문>(극본 이환경. 연출 이종한). 이화(손태영)는 연개소문(이태곤)을 배웅하면서 넌지시 청혼의 뜻을 비쳤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을 나란히 탄 모습 뒤로 보이는 궁궐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마도 몇 주전 촬영 분량이라 어쩔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연개소문>은 지난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합판 세트 쇼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합판 세트’라는 검색어가 등장했다. 40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대형 드라마와 합판에 줄을 그어 만든 듯한 어설픈 세트는 누가 봐도 심한 불균형을 이뤘다.

<img src='/component/htmlphoto_mmdata/200610/htm_200610301112180203000002030100-001.jpg' >

물론 제작진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솔직히 털어놓은 합판 세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촬영 현장에는 뒤쪽에 초가집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는 초가집이 없었으므로 고증상 초가집을 보여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초가집을 태연하게 내보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게 제작자의 양심인지. 합판이라도 만들어 그것을 가리는 게 옳은지를 놓고 고민하던 제작진은 결국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작진의 양심과 시청자의 높눈이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합판 세트 사건도 그렇고. 최근 드라마의 약 80% 가량을 수나라 촬영에 할애하는 부분도 그렇다.

수 양제가 등장하면 시청률이 올라가기 때문일까. “시청률을 의식한다면 유동근을 투입하는 게 제일 빠르다. 아직 영화로 치면 도입부에 불과하다. 도입부를 탄탄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과하고 인터넷에는 제목을 <연개소문>이 아니라 <폭군 수양제>로 바꾸라는 성난 목소리가 가득하다.

이태곤과 손태영 등 사극에 처음 등장하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 또한 시청자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 시간이 흘러 그들의 연기가 나아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결국 <연개소문>은 전쟁신과 멜로 양면에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떠한 양심이나 이유도 통할 수 없다.

‘100부작. 400억 드라마’라는 위용은 둑의 붕괴가 아주 작은 구멍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크고 작은 디테일의 실수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 수 만 명의 싸움이라고 설정해놓고 달랑 20~30명이서 전투신을 찍은 MBC TV <주몽>에 쏟아졌던 시청자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연개소문>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연개소문>은 28일 <대조영>에 3% 가까이 역전(<연개소문> 18.3%. <대조영> 22.1%)을 허용했다.

임영상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는 “‘퓨전 사극’이 쏟아지는 가운데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연개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연개소문>이 크고 작은 디테일에서 실수를 범하고 있는데. 사실성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제작진이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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