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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란 보도가 되레 전셋값 부추긴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김봉현씨(36)는 지난 주말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을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려 1000만원을 더 올려달라는 요구였다. 지난 2년간 살던 23평 전셋집의 전세가는 8500만원. 특별한 인상 요인도 없는데다가 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전세가 인상 가능 금액(기존 전세가의 5%)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어서 항의를 하던 그는, 집주인으로부터 희한한 얘기를 들었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보도를 접하지 못했느냐? 전세 대란에 걸맞게 나도 얼마쯤은 올려야겠다"는 요지였다. 김씨는 "전셋값이 뛴다는 보도가 임대인으로 하여금 전세가를 올릴 구실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일주일여 계속된 전세 대란 보도가 다시 전셋값을 부추기고 있다. 9월 전세가 동향이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전세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최근 전셋값이 가장 많이 뛰고 있는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동중인 신세계부동산 대표 이수진(28)씨는 "9월 들어 전셋값은 더욱 뛰는 양상"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전세난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기미마저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이 서울 전지역과 일부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전세 대란 보도가 쏟아진 것은, 올 들어 8월까지 전세가가 4.6%나 뛰었다는 국민은행의 통계가 발표되면서였다. 이 숫자는 부동산 매매 가격이 급등한 지난 3년간 전세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현재 전세 시장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 전세 대란(大亂)이 아니라 전세 소란(小亂)= 우선, 전세가 동향 통계 자체가 대란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8월 한 달간 전세가 상승률은 0.2%로, 같은 달의 예년 평균과 같다. 8월까지 누적 상승률이 4.6%라고는 하나, 과거 전세 대란기와 비교할 때는 턱없이 낮다. 지난 10년 이래 최악의 전세 대란기로 꼽히는 2002년 전세가 상승률은 무려 12%를 넘었다.

◇ 전세난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 전세가 상승률을 지역별로 세분화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전국의 8월 전세가 상승률은 0.2%이지만, 서울의 상승률은 0.4%에 달했다. 더욱이 강북 지역 상승률이 0.6%로, 강남의 0.2%를 크게 웃돌았다. 전세가 상승률이 높은 구는 은평구.중랑구.노원구.마포구.중구.금천구 순이다. 한결같이 뉴타운 개발 계획을 비롯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지역으로, 전세 공급 물량이 일시적으로 많이 줄어든 곳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전세난을 개학과 이사 등 전통적인 계절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정부나 전세 수급 상황의 구조적 변화로 보는 민간 부동산 전문가들 시각 모두 현실과는 동떨어진 분석일 가능성이 크다. 민간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리라는 기대가 널리 퍼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 반면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 물량은 줄고 있다고 본다.

이여영 기자(yee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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