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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목욕을!' 사진 한컷에 2억700만원

※아래 기사는 2003년 7월 중앙일보 사보(社報)에 실렸던 글입니다.



사진 한장 찍는 데 2억7백만원이 들었다면? 물론 이 돈을 다 썼다는 건 아니다. 촬영 소품으로 1만원짜리 2만장이 동원됐고, 촬영장소가 하루 7백만원이나 되는 최고급 호텔 스위트 룸이었다는 얘기다.



"로또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쓸건데…. 사진은 어떻게 할까." 퇴근시간, 핸드백(사진부 기자들은 카메라 가방을 이렇게 부른다)을 챙기는 나에게 주말팀 표재용 기자가 슬쩍 던진 말이다.







"돈으로 목욕하는 모습은 어떨까." 별 생각없이 던진 나의 대꾸. 그래놓고는 퇴근길 차안, 생각에 잠겼다. 돈으로 목욕을 한다고? 빌 게이츠가 해 봤을까? 중동의 어느 왕자는 해 봤을까?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있던가? 욕조를 돈으로 채운다면 돈은 어디서 구하나? 그러나 별 생각없이 던진 말이 주말팀의 추진력 덕분에 '현실'이 됐다.



▶하루 7백만원짜리 스위트 룸에서 촬영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에서 취재를 하던 이경희 기자는 표기자의 지시에 따라 국민은행을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2억원을 소품으로 '땡기는 데' 성공했으나 이번엔 촬영장소가 문제. 보안 때문에 은행 안에서 촬영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복권사업팀 관계자에게 'week&' 지면을 보여주면서 결국 호텔에서 촬영하기로 결정을 봤다. 이번에는 호텔 섭외. 삼성을 출입한 전력이 있는 표기자가 나섰다.



사진협조를 안해주기로 유명한 신라호텔이지만, 표기자가 어떻게 꼬셨는지 결국 호텔 객실을 빌렸다. 그것도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마이클 잭슨, 웨슬리 스나입스 등 특급 외빈들이 묵었던 스위트 룸으로 하루 숙박비만도 7백만원.



▶'옥에 티' 타월을 찾아라



호텔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8등신 미녀가 인사를 건네 왔다."중앙일보에서 오셨어요?" 자기가 모델이란다. 미녀와 들어간 방에는 이미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직원들이 현금 2억원을 가득 채운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곧 촬영 작업 시작.



모델은 속옷 위에 대형 타월을 두르고, 은행 직원들은 현금 가방을 열고, 나는 광선과 앵글을 점검했다. 대형 타월을 두른 모델이 욕조에 들어가 자리를 잡자 나머지 사람들은 열심히 1백장씩 묶인 1만원권 지폐 다발을 풀어 욕조를 채우기 시작했다. 1백만원… 2백만원… 3백만원… 1억원… 2억원! 예쁘게 누워있는 모델 주위로 지폐를 뿌리는 순간의 그 오묘한 기분! 사실 모델에게는 속옷만 입으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아야 했다.



아직 나이도 어린 학생인 데다 쑥스러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초보 모델에게 너무 가혹한 부탁인 듯 싶어서였다. 타월을 속옷 위로 두르는 것을 허락했는데, 그게 결국 내 뒤통수를 칠 줄이야. 신문에 실린 사진을 자세히 보신 분은 알 것이다. 모델의 허벅지 부근 지폐 위로 삐죽 비집고 나온 타월의 끝자락을.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을 방해하는 '옥에 티'. 세시간 동안 모델과 돈과 카메라와 타월과 씨름을 했다.



다양한 앵글을 시도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많은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그 대신 한 컷 한 컷에 온 힘을 쏟았다. 땀이 콧등을 타고 내려 지폐 위로 똑똑 떨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작 모델은 참고 또 참는 듯 했는데, 은행 직원들이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다. 약속시간이 오후 1시다 보니 점심 식사를 못했다는 것이다. 내 입에서 "이제 됐어요"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가장 기뻐했던 사람들도 은행 사람들이었다.



▶돈다발 다시 묶느라 진땀



촬영을 마치고 돈을 다시 묶는 것도 일이었다. 은행 직원들이 몸을 구부려 다시 돈을 모으느라 진땀을 흘렸다. 돈 세는 기계를 가져다 놓긴 했지만, 워낙 돈이 많다보니 다시 모아서 다발을 만드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다. 혹시 한 장이라도 모자라면 어쩌지. 돈 세는 소리만 정적이 깃든 방안에 가득했다. 마지막 1백장의 돈이 기계에 장전이 되고. 타르르르륵… 소리가 들린 다음 '100'이라는 숫자가 깜박였다. 짧고도 가느다란 안도의 함성이 흘러나왔다. 다들 박수를 치며 진짜로 일이 끝났음을 자축했다.



툭 던져 본 아이디어가 실제 사진이 돼 지면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힘든 과정이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까지는 표재용 기자와 이경희 기자의 공이 컸다.



또 촬영하는 동안 콧등의 땀까지 닦아 주며 '후배 챙겨주기'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권혁재 기자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모델은 누굴까. 주말팀 이경희 기자가 취재원을 총동원해 특별 공급(?)받아 온 재원으로 현재 서울대 언어학과 00학번 조수빈(23)양이다. 지난해 미스유니버시티에서 지(智).덕(德).체(體) 중 3등에 해당하는 '체'에 오른 특급 모델이다. 국제대회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단다. 모델료로 교통비 단돈 5만원을 줬는데도 싱글벙글이다. "이런 방에서 모델이 되게 해 준 것도 고맙다"며 오히려 인사까지 하는 그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다.



(사진부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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