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총리 한 마디에 껐다 켰다…원전 가동 '고무줄 기준' 논란

19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이번 주 예비 전력이 최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비 중인 원전의 조기 투입과 수요 관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총리 발언 후 원전 조기 투입은 급물살을 탔다. 화재로 고장 정비 중이던 신고리 4호기는 당초 계획대로면 오는 25일까지 정비를 받게 돼 있다. 원안위 승인 일정까지 고려하면 빨라도 7월 말 때쯤 재가동이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재가동 승인은 이보다 약 1주일가량 빠른 21일에 이뤄졌다. 
 
원전 정비와 재가동은 독립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소관이다. 원칙적으로 정부를 비롯한 외부 기관 입김이 작용할 수 없다. 정부도 이런 원안위의 독립적 판단과 권한을 강조해왔다. 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때문에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고, 신규 원전 허가도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필요할 때는 정비 중인 원전 투입을 먼저 발표하고 실제 가동도 이뤄지면서, 기준이 자의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더니 당장 전력난 우려가 커지자 정비 일정을 당기는 등 원전 가동에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기 투입” 한마디에 줄줄이 재가동

화재가 발생해 고장 정비에 들어갔던 신고리 원전 4호기가 최근 재가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해 터빈이 정지한 신고리 4호기에서 연기가 퍼지는 모습. 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해 고장 정비에 들어갔던 신고리 원전 4호기가 최근 재가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해 터빈이 정지한 신고리 4호기에서 연기가 퍼지는 모습. 연합뉴스

김 총리의 'SOS'를 전후해 재가동에 들어간 원전은 총 3기다. 신월성 1호기는 계획 예방 정비를 마치고 원안위 승인을 받아 18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원래 6월 말 정비가 끝나는 계획이었지만, 8월 31일로 늦춰졌다가 다시 5주 이상 당겼다. 20일 원안위 재가동 승인을 받은 신고리 4호기도 다음 날부터 외부 전력 공급에 들어갔다. 21일 승인을 받은 월성 3호기는 23일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는 김부겸 국무총리. 중앙포토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는 김부겸 국무총리. 중앙포토

정부가 원전 가동에 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월 김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원전 사용 승인이 나올 수 있도록 원안위원장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안위는 안전 등을 이유로 15개월을 끌어온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조건부 승인했다. 원전의 정비와 재가동이 정부 필요에 의해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8년에도 정비 일정 당겨

2018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원전 계획 예방 정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당시 원전 가동률은 역대 최저인 65.8%를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원전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50%대에 머물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1년 만에 폭염이 찾아왔다. 여름철 전력 수급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원전 2기 재가동 일정을 당겼다. 또 8월에 예정이었던 원전 2기 정비 일정도 여름 이후로 미뤘다. 당시 정부는 원전 안전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돼 정비 일정이 지연됐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정비 기준을 제시해 원전 가동률을 일부러 떨어뜨리려 한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정비 기준 명확히 해야”

그간 정부는 원전이 다른 발전원보다 안전에 민감한 만큼 정비와 가동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격납 건물 공극이 발견된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부터 4년 넘게, 원자로 헤드 관통관 용접재를 잘못 쓴 한빛 5호기도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정비 중이다. 
 
하지만 전력 상황이나 정부의 필요에 따라 원전 정비 일정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정비 일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전력 공급 일정 스케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빛4호기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한빛4호기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정비 일정이 길어지는 건 노후 원전의 부실 관리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안위나 정부가 일부러 원전 가동을 지연시킬 이유는 없다”면서 “오히려 여름 전력 성수기에 제때 투입되지 못할 정도로 원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