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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으며 다른 직업 찾을 수 있다…프랑스형 학습휴가 도입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으로 석탄 화력발전과 내연차 산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특화훈련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으로 석탄 화력발전과 내연차 산업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특화훈련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정부가 22일 내놓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은 근로자의 전직 지원서비스다. 다니던 회사의 생산공정이 바뀌어 새로 기술을 익혀야 하거나 다른 직무, 또는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전직 서비스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노동시장 정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방안은 겉으로는 시장 변화와 탄소 중립으로 도태되거나 서서히 줄일 수밖에 없는 산업, 대표적으로 자동차 내연기관, 석탄·화력 업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실제는 전 업종으로 전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선제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뉴스분석]

그동안 근로자의 전직 지원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진척이 없었다. 노사가 모두 반대하거나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전직 지원을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였고, 경영계는 비용 증가를 우려했다. 이 바람에 폐업이나 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근로자만 덩그러니 노동시장에 팽개쳐졌다.
 
이런 분위기 탓에 지난해 5월부터 적용된 고령자 고용촉진 개정법은 기업의 전직 지원서비스 대상을 1000인 이상 사업체로 한정했다. 그마저도 '노력 의무' 조항이다. 안 지켜도 그만이다. 이 법을 개정할 당시 노동부는 30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전직 지원을 근로자에게 제공토록 법안을 냈다. 그러나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유명무실한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선진국에선 1970년대부터 기업 책임으로 근로자에게 전직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노동전환 지원 방안에는 노동전환 지원금, 노동전환 특화 공동훈련센터 설립 등 14개나 되는 신설 대책이 들어있다. 이 대책들이 겨냥한 곳은 딱 하나다. 일하고자 하면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도록 도와주고, 그 직무로 근로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아니라 평생 일거리 개념이다.
 
정부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급 학습 휴가제와 전 국민 디지털 교육(직업능력개발지원)이다.
 
◇유급 학습 휴가
 
프랑스·독일·영국·스웨덴·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은 대부분 이 제도를 갖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학습휴가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도 주목하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1년 베스트직업훈련기관(BHA)' 발대식에서 훈련기관의 교육 내용을 듣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베스트직업훈련기관은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직업훈련 첨단화·디지털화를 선도할 훈련기관을 선정하고 우수사례로 육성해 전체 기관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다. 사전검증, 서면심사, 발표심사 등의 엄정한 절차를 거쳐 10개소를 선정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뉴스1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1년 베스트직업훈련기관(BHA)' 발대식에서 훈련기관의 교육 내용을 듣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베스트직업훈련기관은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직업훈련 첨단화·디지털화를 선도할 훈련기관을 선정하고 우수사례로 육성해 전체 기관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다. 사전검증, 서면심사, 발표심사 등의 엄정한 절차를 거쳐 10개소를 선정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뉴스1

프랑스는 노동법에 학습휴가(le congé de formation)를 명시하고 있다. '모든 근로자가 자신의 직업생활 과정에서 그 소속 기업의 직업훈련 계획에 따른 훈련 참여와는 무관하게 근로자 자신의 주도에 의해 개인적 자격으로 교육훈련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이 휴가를 이용한 직업훈련은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직업적 성질을 갖는 것일 수도 있고, 무관한 것일 수도 있다. 전직은 다른 직업이나 직무로의 전환인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의 학습 휴가제에서는 전직을 위한 선제대응이 가능하다.
 
휴가 기간은 장기간이 원칙이다. 최고 1년 또는 1200시간이다. 임금은 80~100% 지원된다, 훈련비는 종류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다르다.
 
이 휴가는 근로자의 권리다. 사업주가 거부할 수 없고,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연기만 가능하다. 휴가 기간 동안 근로 제공 의무는 면제된다. 학습휴가 뒤 복직을 거부하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은 한국의 공무원 연수교육과 같은 형태로 국내에선 공무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민간 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공무원이든 민간이든 학습 휴가를 권리로 보지 않는다.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배분하는 복지정책으로 여긴다.
 
독일도 직무와 상관없는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학습휴가를 부여한다. 주(州)마다 다양하지만 대개 1년에 5~6일, 2년에 8~12일 정도를 준다. 베를린 주는 25세 이하의 근로자에게만 2년마다 10일씩 학습 휴가를 준다. 브레멘주는 근로자가 아닌 실업자, 주부, 노령연금생활자에게도 학습휴가권을 부여한다.
올해 1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여행업 특별취업지원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부터 운영되는 여행업 특별취업지원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인한 여행업계 희망퇴직자·이직자 명단을 확보, 유선 또는 전자우편을 통해 고용센터 등에서 이용 가능한 사업 및 제도를 설명하고 일자리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한다. 뉴스1

올해 1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여행업 특별취업지원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부터 운영되는 여행업 특별취업지원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인한 여행업계 희망퇴직자·이직자 명단을 확보, 유선 또는 전자우편을 통해 고용센터 등에서 이용 가능한 사업 및 제도를 설명하고 일자리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한다. 뉴스1

 
우리나라에도 유급 학습 휴가제도는 있다. 그러나 직무와 관련된 사안만 가능하다. 직무전환훈련과 같은 전직을 위한 대응은 어렵다. 중소기업은 5일 이상, 대기업은 30일 이상이다. 지원금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이를 최저임금의 150%에 주휴수당, 훈련수당을 얹어주는 지원책을 내놨다.
 
문제는 노사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여부다.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실제로 2007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노사정이 모두 반발했다. 경영계는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연차휴가를 거론했다. 훈련을 휴식과 동일시하는 셈이다. 심지어 당시 교육부도 "수천 억원이 넘게 드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고, 유급학습휴가제 의무화 방안 자체도 문제가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연·월차를 잘 활용하면 굳이 학습휴가 명목의 또 다른 휴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노동계는 '구조조정의 발판 또는 전 단계'로 인식하며 반대했다.
 
편도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경제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전직 지원은 노사 공동의 책임과 협력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선진국은 이미 하는 평생교육의 본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화학 산업 회사의 디지털·자동화 공정 [독일 화학산업사용자협회(BAVC)]

독일의 한 화학 산업 회사의 디지털·자동화 공정 [독일 화학산업사용자협회(BAVC)]

◇전 국민 디지털 교육
 
정부는 전 국민의 디지털 교육도 추진하기로 했다. 디지털 신기술 분야 직업·직무능력 개발 지원을 위한 '전 국민 직업능력개발 지원' 대책이다. 이를 위해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법'을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으로 개정해 모든 국민이 지능 정보화를 비롯한 직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길을 트겠다는 게 골자다.
 
이 정책은 2019년 6월 12일 독일이 도입해 진행 중인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경영계·노동계·전문가가 수년 간의 난상토론을 거쳐 자국 내 모든 노사단체와 주 정부까지 17개 노사정 단체가 손을 잡고 파트너십으로 전국적으로 시행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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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국민내일배움카드나 K-디지털 크레딧 같은 기존 제도를 확대하는 정도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향후 관련 단체의 참여 확대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범국민 프로젝트로 꾸려나갈 방침"이라며 "학습휴가와 디지털 교육에 필요한 세부 사안을 계속 다듬고, 추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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