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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두 차례 역임한 월주 스님 열반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토끼에게는 뿔이 없다. 귀만 있다. 세상을 떠나 깨달음을 구하는 것도 이와 같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장을 두 차례 역임하고, 지구촌공생회 등을 통해 대사회 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던 월주 스님이 22일 오전 9시 45분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67세, 세수 87세.  
 
월주 스님은 "내가 있는 그대로 부처임을 깨닫는 게 지혜요, 내가 부처인만큼 남을 돕고 섬기는 것이 자비다"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월주 스님은 "내가 있는 그대로 부처임을 깨닫는 게 지혜요, 내가 부처인만큼 남을 돕고 섬기는 것이 자비다"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올해 폐렴 등으로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던 고인은 이날 새벽 조실로 있는 금산사로 옮겨진 뒤 눈을 감았다.  
 
월주 스님은 1980년과 94년 두 차례에 걸쳐 제17대, 제2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고인의 개인사는 조계종단의 개혁사와 맥을 같이한다. 고인은 1980년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그해 10월 신군부에 의해 10ㆍ27법란이 발생했다. 신군부는 그에게 종단 명의로 전두환 지지 성명을 내라고 했다.  
 
종단 명의로 낼 것을 거부하자 이번에는 ‘총무원장 송월주’ 명의로 내라고 했다. 이번에도 거부했더니 서빙고 보안실로 데리고 갔다. 월주 스님은 거기서 23일간 고초를 겪었다. 당시 신군부에 비협조적인 조계종단의 와해를 노린 작전명이 ‘45계획’이었다. 조계사의 주소가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45번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월주 스님은 미국으로 3년간 유배 생활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1994년 12월, 꼬박 14년 만에 다시 총무원장이 됐다. 조계종이 정치승에 의한 장기 집권 음모로 몸살을 앓을 때였다. 종단의 개혁세력이 월주 스님을 지지했다. 고인은 불교 자주화, 종단 운영 민주화 등을 앞세우며 ‘깨사(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전개했다. 또 총무원장 3선 금지 제도를 마련해 정치승에 의한 장기집권 시도를 제도적으로 차단했다.  
 
월주 스님은 "진영 논리로 갈라진 한국사회에는 내가 옳으면 남도 옳고, 남이 틀리면 나도 틀리다는 화쟁 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월주 스님은 "진영 논리로 갈라진 한국사회에는 내가 옳으면 남도 옳고, 남이 틀리면 나도 틀리다는 화쟁 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조계종단에서는 당시 체제를 ‘개혁 종단’이라 부른다. 그 중심에 월주 스님이 있었다. 지금도 “조계종단사는 송월주 스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조계종의 개혁사에서 고인은 큰 역할을 했다.  
 
월주 스님은 불교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당시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 개신교의 강원용 목사와 함께 고인은 ‘종교 지도자 삼총사’로 불리었다. 생전에 고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 사람 중 누구도 자기 종교의 우월성을 말하지 않았다. 단지 종교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했다”며 “그렇지 못할 때 종교는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고 회고한 바 있다. 월주 스님은 이들과 20년 가까이 친분을 나누며 우리 사회와 국가의 문제를 의논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월주 스님은 1998년 총무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깨사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전개했다. 경실련과 불교인권위원회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고, 국제구호 NGO ‘지구촌 공생회’와 함께일하는재단,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 등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빈곤 국가 5개국에 2000개가 훨씬 넘는 우물을 팠고, 네팔과 라오스 등 8개국에서 60개가 넘는 학교를 준공했다.  
 
전북 김제의 금산사에서 만난 월주 스님은 "토끼는 뿔이 없는데 토끼뿔 찾으려 하면 허송세월"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의 깨달음이 세상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앙포토]

전북 김제의 금산사에서 만난 월주 스님은 "토끼는 뿔이 없는데 토끼뿔 찾으려 하면 허송세월"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의 깨달음이 세상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앙포토]

 
생전에 월주 스님에게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를 물은 적이 있다. 월주 스님은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아무리 고관대작이라 해도 만족하지 않으면 불행하다”며 “나는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행복하다.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월주 스님은 또 수행과 자비를 둘로 나누지 않았다. “수행을 하면서 자비를 베풀고, 자비행을 하면서 또 수행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걸 자신의 삶으로 몸소 보여주었다.  
 
분향소는 김제 금산사 처영문화기념관에 마련된다. 장례는 종단장으로 26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26일 오전 10시에 거행하며, 같은 날 금산사 연화대에서 다비식을 엄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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