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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죽하면 ‘통일부 폐지론’이 나오겠나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통일부는 통일 구현의 중심 부처다. 우리가 통일해야 할 이유는 정치 강국, 군사 주권국, 경제 강국, 통합된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활동 대상은 한반도 전체다. 다른 중앙부처들이 한반도의 현 상황을 전제하는 데 반해 통일부는 한반도 상황의 변화를 지향한다.
 

대북정책 잘못 제대로 돌아봐야
통일연구원과 교육원 통합하고
동서독 ‘실익 정치’ 경험 배워야

이 엄중한 임무를 통일부가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은 기본이다. 통일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고 제대로 수행한다는 전제 하에 부처 위상도 부총리급으로 강화하는게 옳다. 분리된 통일연구원과 통일교육원은 더 큰 틀로 통합해야 하고, 주요국에 통일주재관도 다시 더 파견해야 한다. 이렇게 갈 길이 먼 통일부가 두번째 존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업자득이라 더 아프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밝힌 적이 없고, 스스로 ‘남쪽 대통령’이라 격하하며, 독재자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매우 솔직하고 매우 열정적이며 돌아가는 세상일에 훌륭한 생각을 가진 강한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 칭송하는 ‘자칭 인권 대통령’은 잊자. 그 뜻을 헤아려 온 힘을 다하는 ‘운동권 낙하산 장관’도 잠시 잊자.
 
통일의 그 날까지 꿋꿋이 본연의 길을 걸어야 할 국민의 공복(公服)인 ‘진짜 통일부’가 되려면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의 실현에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체제를 자신들이 지향하는 체제로 인식하고, 우리와 함께하려 자발적으로 결단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있는가. 이를 위한 필수 과제는 그들에게 바깥 세계와 우리 사회를 보여주고, 함께 하려는 우리 마음을 느끼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닌가. 북한 주민이 남한 사회를 피부에 와 닿게 부러워할 계기인 탈북민의 성공 스토리를 제대로 지원해왔나.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 땅을 찾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민을 북으로 강제 송환했다. 위아래 구분 없이 쌍욕하고 남한 정국에 시도 때도 없이 개입해 거친 비난을 퍼붓는 북한 정권에는 입 닫으면서,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 유입을 통제하겠다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빚 갚듯 쫓기듯 만들었다. 북한은 아니라는 데도 월북을 주장하며 총 맞고 화형당한 우리 국민의 죽음을 먼 산 보듯 방치하고, 국민 세금 270억 원이 투입된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대북 지원만 외쳤다.
 
녹음기 틀듯 “평화가 경제고 경제가 평화”라 외치는데, 정작 그런 평화 경제는 통일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지향하는 ‘1민족·1국가·1체제·1정부’ 통일이 유효한가, 아니면 남북이 화해 협력하고 공존하는 그것이 통일인가. 그래서 독일 통일을 백안시하고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을 연구했는가.
 
인권을 주장하면 북한이 대화 자체를 거부할까 염려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압박해도 미국과 관계 개선하려 매달리는 북한을 보지 못하는가. 대통령조차 눈치 보는 상황에서 북한 독재자는 우리 정부를 얼마나 가벼이 여기고 우습게 볼까. 관계가 개선되면 그때 가서 인권과 자유를 얘기할 것인가. 정권이 5년인가 10년인가, 자유와 인권을 정치공학으로 치부하나.
 
남북 교류협력이 안 되는 이유가 미국 때문인가. 한반도 신경제지도, 한반도 운전자론의 전제가 미국의 지지인 줄을 진작 몰랐던가. 국제사회의 엄중한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 주민에 다가가려는 교류협력은 추진해야 할 테고, 그 필수요건은 미국과의 신뢰다. 있는 말 없는 말로 칭송하고 노벨상까지 받아야 한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퇴장하니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하는 것이 신뢰고, 그런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기뻐할까.
 
미국의 세계정치에 편승하면서 미국의 지지 아래 베를린 문제 해결, 동독과 기본조약 체결, 교류협력 추진 및 통일을 이끌었고, 통일 이후엔 주권적 목소리를 높이는 독일의 현실적 실익정치(Realpolitik)에서 배울 것이 없었나.
 
국내총생산(GDP)이 작게는 4분의 1, 실제는 8분의 1이었던 상황에서 동독 주민은 더 많은 자유와 민주, 더 나은 인권과 복지를 향해 서쪽으로 평화 행진을 시작했다. GDP가 48배나 되는 남쪽으로 북한 주민이 행진해오지 않는 것이 오로지 북한 독재체제의 탄압 때문인가, 우리 정책의 잘못은 없는가.
 
정상회담 자리에 통일부장관은 없었다. 그것이 통일부의 현주소다. 엘리트가 포진하고 헌법 정신에 투철했던 통일부는 지금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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