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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 생머리 3번 줬다" '찐기부 남매' 가슴 아린 사연

조희주(왼쪽), 조윤채 남매가 2019년 충남의 한 군부대에서 체험행사를 하는 모습. [사진 손영신씨]

조희주(왼쪽), 조윤채 남매가 2019년 충남의 한 군부대에서 체험행사를 하는 모습. [사진 손영신씨]

세살 때부터 봉사…12번째 생일 맞아 기부

“소아암 환우를 돕겠다”며 생머리를 3차례 잘라 기증한 동생과 글짓기 대회 등에서 받은 각종 상금과 용돈 등을 모아 장학금으로 낸 오빠가 있다. 주인공은 충북 음성군에 사는 조희주(13·음성중 1학년)군과 여동생 조윤채(12·수봉초 6학년)양.
 

충북 음성 조희주·윤채 남매의 '저금통 기부'

23일 음성군청에 따르면 이들 남매는 지난 16일 군청을 찾아 장학금 54만원을 음성장학회에 기탁했다. 남매가 전달한 기탁금은 희주군이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과 남매가 글짓기·그림대회에서 받은 상금, 용돈 등을 차곡차곡 모은 돈이다.
 
지난 1년 동안 돼지 저금통에 모아뒀던 동전과 지폐를 봉투에 담아 직접 전달했다. 기탁일은 윤채양의 열두 번째 생일이었다.
 
기탁금 규모는 소액이지만, 이들 남매의 1년 치 용돈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남매는 일주일 용돈으로 각각 5000원씩 받고 있다. 어머니 손영신(49)씨는 “글짓기 대회나 그림 그리기 대회에 나가 받은 상품권을 집에서 현금으로 바꿔주면 돼지 저금통에 고스란히 모으곤 한다”며 “딸의 열두 번째 생일을 맞아 뜻깊은 일을 하게 돼 대견하다”고 말했다.
 
희주·윤채 남매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머니를 따라 요양원을 돌며 봉사를 했다고 한다. 손씨는 “2009년 첫째가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심장질환으로 고비를 맞은 적이 있다”며 “급하게 수혈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듣고 지인들로부터 헌혈증서를 받는 등 큰 도움을 받았다. 이후 아이들과 함께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조희주(왼쪽)군과 조윤채(가운데)양이 지난 16일 음성장학회 이사장인 조병옥 음성군수를 만나 장학금 기탁식을 가졌다. [사진 음성군]

조희주(왼쪽)군과 조윤채(가운데)양이 지난 16일 음성장학회 이사장인 조병옥 음성군수를 만나 장학금 기탁식을 가졌다. [사진 음성군]

희주군은 4살, 윤채양은 3살 때부터 손씨와 함께 요양원 봉사 현장을 다녔다. 실제 봉사를 한 시기는 희주군이 글을 읽을 무렵부터다. 희주군은 “6살~7살 때부터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색종이 접기를 도와드리고, 동화책도 읽어드렸다”며 “엄마가 손 마사지를 해주시면 동생과 함께 몸이 불편한 분들의 손을 닦아드렸다”고 말했다.
 
남매는 연말까지 저금통에 모은 용돈을 매년 명절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버선과 양말을 구입해 선물로 전달했다. 겨울철에는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탓에 요양원을 갈 수 없게 되자 경로당을 찾아 청소 일을 도왔다고 한다. 올해는 농가를 찾아 과일나무 가지 줍기 활동에 참여했다.
 
윤채양은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3차례 머리카락을 잘라 기증해 왔다. 2016년 오빠 희주군이 심장질환 검사차 병원에 들렀을 때 머리를 하얗게 깎은 아이를 본 게 계기였다. 
 
손씨는 “윤채가 7살 때 병원에서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보고 ‘친구들에게 내 머리카락을 줘도 되는 거야’라고 물었다”며 “이후 2~3년에 한 번꼴로 허리춤까지 기른 머리카락을 소아암센터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25㎝ 이상의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가발을 만들고, 암 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조희주·조윤채 남매가 54만원을 음성장학회에 기탁하면서 군청 직원에게 전달한 휴대전화 메시지. [사진 음성군]

조희주·조윤채 남매가 54만원을 음성장학회에 기탁하면서 군청 직원에게 전달한 휴대전화 메시지. [사진 음성군]

글짓기·그림대회 등 상금까지 모아 기탁

남에게 도움 주는 일을 좋아하는 윤채양의 꿈은 상담치료사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빵과 우유를 친구들에게 나눠줄 만큼 배려심이 깊다. 희주군은 지난해 직업체험교실을 다녀온 뒤 가상현실산업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 
 
윤채양은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활동을 할 수 없어서 그동안 받은 장학금과 상금을 모아 장학금을 기탁하게 됐다”며 “부모님은 나와 가까이 있는 이웃이 즐겁고 행복해야 내가 행복한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적은 금액이지만 필요한 이웃에게 장학금이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성장학회에 기탁된 장학금은 전액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적립된다. 이 기금은 매년 성적 우수 학생, 특기자, 다문화·다자녀 가정에 장학금으로 지원된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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